2022년 6월 7일. 출간 예정 일이 정해졌다. 출간을 코 앞두고 해야 할 일이 생각보다 많았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오늘은 ‘추천사’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어제(5월 23일) 최종적으로 교정한 원고와 저자 소개 글, 추천사를 출판사에 보냈다. 원고 교정, 저자 소개도 어려웠지만, 스스로 어떻게든 하면 될 일이라 그래도 부담이 덜했다. 다만 가장 걱정되는 일은 추천사를 받는 것이었다.
어떤 분께 추천사를 받아야 할지, 또 어떻게 부탁드려야 할지 고민을 거듭했다. 또 평소 남에게 부탁하는 걸 어려워했기에, 더욱 추천사를 부탁하는 것이 부담되었다. 출판사 팀장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전에는 추천사가 참 중요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추천사가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이 책을 선택하는데, 그렇게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 같거든요. 그러니 추천사 받는 것에 너무 부담은 갖지 마세요.”
하지만 나에게 추천사의 의미는 남달랐다. 내가 존경하던 사람들이, 내 책을 직접 읽어 준다는 것이 생각만으로 행복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이 내 책에 대한 소개글까지 남겨준다니,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그렇기에 그냥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었다. 나에게 의미가 있는 분들을 떠올렸고, 10여 분이 떠올랐다. 10여 분은 각각 나에게 큰 의미가 있었다.
그중 오늘 소개하고 싶은 이는 김태현 선생님이다. 그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이면서 책을 5권이나 낸 작가이기도 하다. 사실 책을 출간한 교사는 많지만, 그의 책은 남달랐고, 동료 교사의 마음을 위로하는 힘이 있었다. 김 선생님이 출간한 많은 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책은 ‘교사, 삶에서 나를 만나다’라는 책이다. 이 책을 몇 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그 책을 줄곧 선물하곤 했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롤 모델 같았던 김 선생님이 내게는 정말 친근했지만, 그는 나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그의 연락처도, 이메일도 몰랐다. 그와의 접점이 없을까? 문득 6년 전 10명 남짓 모이는 교사 모임에 선생님께서 오셔서 특강을 해주셨던 게 떠올랐다. 그 작은 접점을 떠올리며, 인스타그램 DM으로 장문의 글을 남겼다.
선생님의 책을 통해 위로받았던 그것과 6년 전 특강 때 선생님께서 새벽 시간을 아껴가며 꾸준히 글을 쓰신다는 말에 도전받았던 말까지... 마음을 담아 장문의 글을 남겼지만, 사실 선생님의 추천사를 기대하지는 않았다.
교사로, 좋은교사 수업코칭 연구소 부소장으로, 한 가정의 가장으로, 강연과 소모임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그가 친분이 없는 나를 위해 시간을 내어준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간을 확정한 후에, 추천사를 떠올릴 때마다 김 선생님이 떠올랐다. 후회가 남지 않도록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DM(다이렉트 메시지)를 남기고 나흘 동안 답변이 없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했기에, 아쉽지 않았다. 그런데 5일 후에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 일어났다. 김 선생님께 답변이 온 것이다. 인스타 쪽지를 잘 활용하지 않는 탓에 답변이 늦었다며, 추천사를 써주겠다고 했다.
날아갈 듯 기뻤다. 롤 모델인 김 선생님이 직접 내 글을 읽고, 또 추천사도 남겨주신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고대하던 김 선생님의 추천사가 도착했다. 아내와 함께 추천사를 읽었다. 아내가 말했다.
“깜짝 놀랐어요. 5줄 남짓한 짧은 글일 뿐인데, 기-승-전-결이 있는 한 편의 책을 읽은 느낌이 들어요.”
둘이서 감탄하며 추천사를 거듭 읽었다.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며 생각지 않게 기쁜 일들을 많이 겪고 있다. 이런 값진 경험들은, 글쓰기와 책 쓰기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결코 느낄 수 없었을 일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교사에게까지 마음을 써주시고, 귀한 시간을 내주신 김태현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다음은 추천사 전문이다.
물은 항상 수평을 찾아간다. 좌우의 격차가 생기면 늘 수평을 만들어 스스로 평온을 되찾는다. 하지만 교사는 그럴 수 없다. 아침에 오늘만은 평화로운 일상이 되기를 고대하지만, 끊임없이 찾아오는 예측 불허의 사건, 그 속에서 교사는 좌우로 상하로 흔들린다. 그래서 교사의 삶은 늘 위태롭다. 나를 잃어버린 채, 내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냥 흔들리며 걷고만 있다. 교사라는 규범에 나를 종속시킨 채, 가면을 쓴 채 홀로 울고 있다. 이런 교사의 삶에 고 선생님의 글은 참으로 값지다. 소소하게 적어 내려간 그의 따순 글에, 분주하기만 했던 일상이 물처럼 수평을 되찾고, 내가 교사로서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를 조용히 일러준다. 당위적인 말이 아니라 따뜻한 위로가 나를 교사로 다시 살아가는 시선을 준다. 참으로 오랜만에 글 속에서 봄 햇살 같은 '온기'를 느꼈다.
- 김태현 ○○고 교사, 「교사의 시선」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