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고 후 일주일 남짓 시간이 지났다. 그동안 계약을 하자는 긍정적인 메시지가 다섯 건이나 왔는데 생각보다 기쁘지가 않았다. 아내가 물었다.
"계약하자는 연락이 생각보다 많이 왔는데,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요."
"그러게요. 내 이름을 달고 책을 출간하는 게 평생소원이었는데... 그 꿈에 가까워지는 것 같은데도, 별로 기쁘지가 않네요."
계약을 하자는 연락이 왔음에도, 생각처럼 기쁘지가 않았다. 스스로도 왜 그런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투고에 긍정적인 답변이 오기만 하면, 기분이 마냥 좋을 것 같았는데...'
단기간에 글 40편을 모으려고 애썼고, 40편이 모인 순간 무턱대고 투고를 했다. 투고 후 막상 계약을 하자는 연락을 받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하얗게 변했다.
‘연락을 준 출판사에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괜히 미뤄놨다가 좋은 기회만 놓쳐 버리는 건 아닐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출판 관련 일은 낯설어서 어디서부터 문제를 풀어 나가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관련 책들도 여러 편 읽어 보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얻지 못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어떤 일을 완벽히 준비하고 대비하면, 반드시 최선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살아왔다. 하지만 출판 관련해서는 지식이 전무했기에, 완벽한 준비는커녕 대략적인 준비조차 불가능했다. 또 관련 내용을 알아볼 곳도, 시간도 없었다. 계약을 목전에 두고도 마음껏 기뻐하지 못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그때 문득 머릿속에 한 사람이 떠올랐다. 군 입대 전 일반 대학교를 다닐 때, 동아리 활동을 같이 했던 A 선배였다. A 선배는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후에 현재 대형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하고 있었다. 염치를 무릅쓰고 A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20년 만의 연락에도, A 선배는 살갑게 연락을 받아 주었다. 1시간 동안 통화를 하면서, 그동안 출간에 관해 궁금했던 사항들을 하나하나 물어봤다. 어떤 출판사와 계약해야 하는지, 인세는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계약서에서 확인할 사항은 무엇인지 등... A 선배는 계약에 관하여 세세한 부분부터, 큼직큼직한 부분까지 구체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많은 조언 속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 있었다.
"무엇보다 좋은 편집자를 만나는 것이 중요해. 어떤 편집자가 네 글을 만지느냐에 따라서 네 책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거든. 네 글을 소중하게 여기는 편집자, 그리고 네 책을 멋지게 만들어 줄 출판사를 꼭 만났으면 좋겠어."
선배의 조언을 듣고 나니, 어떤 출판사와 미팅을 해야 할지 생각이 정리되었다. 출판사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한 카페에서 미팅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