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약 50여 곳의 출판사에 투고 메일을 보냈다.
“혹시 밤사이 내 메일을 읽고 바로 답이 오는 것은 아닐까?”
쿵쾅 쿵쾅 요동치는 마음을 뒤로하고 간신히 잠자리에 들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이메일 수신 확인을 눌러보았다. 놀랍게도 새벽 늦은 시간임에도 투고 메일을 읽어보는 출판사 담당자가 여럿 있었다.
투고하기 전, 투고와 관련된 글들을 읽어 보았다. 어떤 이는 최소 200~300곳에는 투고 메일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50여 곳의 출판사 메일을 수집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메일 수집으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또한 내가 기존에 알고 있던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 싶었기 때문에, 50곳의 출판사에만 먼저 메일을 보내기로 했다. 50곳의 출판사에서 모두 출간 거절 의사를 밝힌다면, 다시 메일 주소를 모으고 추가로 투고를 하면 될 일이었다.
새벽에 메일을 보내고 시간이 흘러 아침 8시 40분에 문자 한 통이 왔다.
‘지난밤에 내 글을 읽은 출판사 담당자가 연락을 한 것은 아닐까?’
두근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스스로 이렇게 되뇌었다.
‘투고한 지 몇 시간이나 지났다고 연락이 오겠어.’
얼른 문자를 확인해 보았다.
“안녕하세요. A 출판사 대표 000입니다. 원고 투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와 계약하시죠.”
투고 메일을 보낸 지 몇 시간밖에 안 지났는데... 생각지도 않았던 문자였다. 출간 제의가 마냥 기쁠 줄 알았는데, 머릿속이 복잡했다.
‘제대로 내 글을 읽어보긴 한 걸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들었다.
‘근데 내가 시간을 갖고 생각한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 사이 A 출판사 대표님의 마음이 변해 버리면 어떻게 하지? 머리도 아픈데 그냥 빨리 계약해 버릴까?’
출간, 투고 모두 그동안 나와는 관련 없던 일이었기에, 관련된 지식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투고를 준비하면서 관련된 글을 많이 검색해서 읽어보았다. 주변에 책을 출간한 사람도 없어서,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을 형편도 아니었다.
'출판사에서 원고를 검토하는데 최소 2주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대형 출판사에서는 3~4주까지 소요된다고도 했다.) 그래도 다른 출판사의 입장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A 출판사와 계약이 안 되더라도 최소한 2주는 기다려보자.'
마음을 다잡고 A 출판사 대표님께 정중하게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왔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원고를 검토하고 있는 B 출판사의 000입니다. 문의드릴 것이 있어서요.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식사를 중단하고, 바로 담당자와 통화를 했다. B 출판사의 담당자는 내 원고를 읽으며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아서 바로 연락을 했다고 말했다. 원고를 전부 읽지는 못했지만, 그 사이 다른 출판사와 계약을 할까 싶어서 서둘러 연락을 했다고 덧붙였다. 담당자는 정중하고 차분하게 내 원고의 장점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물론 계약을 하고 싶다는 말도 전했다.
투고를 하면서, 단 한 곳에서만이라도 출간 제의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을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머릿속이 복잡했다.
'어떤 출판사와 계약을 하는 것이 좋을까?'
처음 마음먹었던 2주가 되지 않았기에, B 출판사에도 좀 더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2곳에서 출간 제의를 받았으니, 충분히 시간을 갖고 어떤 출판사를 선택할지 결정할 생각이었다.
검색을 통해 알아보니, 출간 계약 후에 출간하는 과정까지 험난한 일들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원고를 자신의 글처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출판사와 함께 작업을 한다면, 그래도 험난한 과정을 즐겁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두 번째로 연락을 받은 B 출판사에 눈길이 갔다. 그렇다고 당장 계약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작가님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요. 저 역시도 작가님께서 바로 결정을 하지 않고, 충분히 고민하시고 결정하시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희 출판사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B 출판사의 담당자는 내 상황을 긍정적으로 이해해 주었다. 마지막까지 배려 가득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 이후로도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이 더 일어났다. 문자와 메일로 총 3건의 출간 제의 연락이 더 왔다. 총 5건의 출간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물론 5건 보다 더 많은 출판사에서 거절 메시지도 받았다. 아예 메일 자체를 읽지 않는 곳도 많았다. 대부분은 메일 자체만 확인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 가끔은 정중하게 거절 메시지도 날아왔다. 모든 출판사에서 출간 제의를 받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에, 크게 마음이 상하진 않았다. 하지만 그중에서 단 한 곳,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했던 출판사로부터 거절 메시지를 받고는 한동안 마음이 쓰렸다.
5곳의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를 받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한 곳을 선택하면 다른 곳에는 거절의 의사를 밝혀야 하는데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어떤 곳과 계약을 해야 할지 진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출판사를 정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궁금증이 많이 생겼다. 검색만으로는 내 궁금증을 온전히 해결할 수 없었다. 그러던 차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