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급 회장 선거 때가 되면 담임인 나도 신경이 쓰인다. 한 학기 동안 학급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가는데 학급 회장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능한 성실하고 배려심 깊은 학생이 회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가끔은 투표와 별개로 선거 전에 누가 회장이 될지 혼자 추측을 해본다. 나의 예상이 맞아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성실하고 배려 깊은 아이들은 눈에 띄기 마련이니까.
몇 년 전, 2학기 학급 회장 선거가 있었다. 그날도 회장을 예측해 보았다. 평소에 소외된 친구들까지 잘 챙겨서 학급 친구들에게 두루두루 인정을 받던 A가 떠올랐다. 학생들의 후보 추천이 시작되었고, 예상했던 것처럼 한 친구가 A를 추천했다.
“저는 A를 회장으로 추천합니다. A는 성실하고, 친구들도 잘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그때, 갑자기 A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는 A도 누군가를 추천하고 싶은가 보다 생각했다.
“저는 회장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예상외의 말에 방금 전 A를 추천한 아이는 물론, 나도 살짝 당황했다. 여러모로 A는 회장에 적합해 보였는데 하지 않겠다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점심시간, 내가 A에게 살짝 물었다.
“A야, 왜 학급 회장 후보를 사퇴한 거야? 특별한 이유가 있었니?”
한참을 망설이던 A가 조심스럽게 답을 했다.
“저도 회장을 하고 싶긴 한데요. 후보로 나갔다가 떨어지면 속상하기도 하고 창피할 것 같아서요.”
A의 얼굴에 언뜻 두려움이 스쳤다.
“그랬구나. 회장 역할이 아니라, 회장 선거에서 떨어지는 게 부담스러웠구나? 선생님도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 다음에는 조금 용기를 내어보면 어떨까? 선생님 생각에 네가 회장이 되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거든. 그리고 선거에서 떨어져도 괜찮아. 그건 실패가 아니라, 도전이니까."
만약 그때 노력이라도 해보았다면 설령 지금과 딱히 다를 바 없는 모습으로 살고 있다 하더라도 한평생 후회는 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했다. 우리는 하고자 하는 일을 성공하지 못한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아쉬움으로 남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성공의 여부와 상관없이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것만큼 아쉬운 것은 없다. 그러니 아직 젊음의 여력이 남아 있을 때 원하는 목표와 꿈을 실현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한다.
-리쓰위안, <나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시그마북스
A에게 건넨 이야기는 사실 과거의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였다. 어린 시절의 나도 A처럼 실패가 두려웠고, 실패로 인한 좌절감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그래서 가능한 새로운 일에 도전하지 않았고, 속상할 일도 없었다. <나는 대충 살고 싶지 않다> 책을 읽으며 과거의 모습들을 돌아봤다.
실패가 두려워서 시도조차 해보지 못하고 날려버린 좋은 기회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과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완벽한 기회만을 기다렸지만, 그런 기회는 자주 찾아오지 않았다. 실패를 무릅쓰고 도전할 때 비로소 큰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 실패를 두려워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난 뒤로, 나는 용기 내어 도전하며 살고 있다.
가장 먼저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한 일은, 교대 입시를 준비한 일이다. 군 제대 후에 2년이나 다닌 공과대학을 뒤로하고 새롭게 교대 입학에 도전한 일은 나에게 큰 도전이었다. 호기롭게 도전하긴 했지만, 만약 실패했다면 그야말로 막막한 상황이었다. 재수학원 비용과 시간, 에너지까지 많은 것을 투자했기 때문이다.
최근 새롭게 시작한 글쓰기도 내겐 큰 도전이다.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는 크든 작든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때론 악플에 상처 입었고,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냐는 비아냥에 마음 아팠다. 그럼에도 꾸준히 글을 쓴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글로 소통하며 성장했다.
실패가 두려워 학급 회장에 도전하지 못한 A가 내년에는 두려움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회장 후보로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 혹시 선거에서 떨어지더라도 멋진 도전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다음을 기약하면 기특하겠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삶 자체가 끊임없는 도전'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일상에서 수많은 선택과 도전의 순간들이 있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도전하기보다는 안정을 추구할 때가 많다. 부양해야 할 가족들도 신경이 쓰이고, 실패했을 때 치러야 할 대가들도 이전보다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런 탓에 더욱 도전을 망설이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주하는 순간, 더 이상 삶에서 어떤 변화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10년 후 20년 후에 과거 자신을 돌아봤을 때, 시도하지 않아서 아쉬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비록 실패한 일이라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었기에 후회 없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