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소외된 학생을 배려하는 일
나는 현재 학생 자치회 담당 업무를 맡고 있다. 한 달에 한번 전교 임원들과 학생 회의를 하는 것이 주 업무이다. 회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에게 참신한 의견들이 나올 때가 많다. 얼마 전 회의에서 A 학생이 이렇게 말했다.
“요즘 학교 안에서 학생들이 질서를 잘 지키지 않는 것 같아요. 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해보면 어떨까요?”
그러자 B 학생이 이야기를 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같이 모여서 캠페인을 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아요. 질서 지키기 그림을 그려서 복도에 전시를 하면 어떨까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임해준 덕분에 '질서 지키기 공모전'을 진행하게 되었다. ‘질서 지키기 공모전’은 희망하는 학생들이 질서 관련 그림을 자발적으로 그리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후에 공모전의 세부 사항을 함께 조율하기 시작했다. 공모전에서 ‘우수 학생’을 선발하여 상품을 지급하고 그 학생들의 작품을 복도에 부착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회의 시간이 부족해 다음 달에 추가적인 사항들을 협의하기로 하고 마무리지었다. 그런데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오랫동안 이유를 가늠해본 끝에 드디어 원인을 알아냈다.
‘많은 학생이 이 행사에 참여할 텐데, 우수 학생을 선발하면 소수만 우수 학생이 되고, 나머지 학생들은 우수하지 않은 학생이 될 것이다. 의도와는 다르게 소수의 학생들만 주목을 받게 되고, 다수의 학생들은 도리어 상처만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학창 시절, 나는 내 의지와 무관하게 수많은 교내 행사에 참가했다. 그때도 소수의 학생만 뽑아 상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우리 반 50명의 학생 중에 나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수도 없이 많았기 때문에, 작품을 내기도 전에 수상 여부를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우수 학생으로 뽑히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억지로 참여해야 했기에, 회의감이 들곤 했다.
‘내가 열심히 노력해서 그림을 그려도, 우리 반 다른 친구들보다 잘 그릴 순 없는걸? 내가 매번 이렇게 행사에 참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우수 학생으로 뽑힌 학생들의 작품은 교내에 전시가 되었지만, 내가 낸 작품들은 이후에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아마도 내 작품을 비롯한 대부분의 작품들은 쓰레기통에 있진 않았을까?
‘질서 지키기 공모전도 취지는 좋지만, 결국은 소수의 학생들을 위한 행사가 되진 않을까?’
이런 생각이 마음 한 편을 계속 불편하게 했다. 내가 학창 시절에 그림을 잘 그려서 매번 상을 받았다면 이런 감정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다. 그림으로 주목받지 못했고, 항상 잘하는 학생들의 들러리를 섰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반면에 전교 학생 자치회에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목을 받는 소위 모범생들이었다. 대부분 실력도 뛰어나서 각종 대회에서 상도 줄곧 받곤 했다. 그래서 주목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마음까지는 헤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다음 회의에서 내 생각을 밝혔다.
“선생님도 선의의 경쟁을 통해 잘하는 사람을 선발하고, 그들을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런데 열심히 했지만 선발되지 않는 친구들도 분명히 있을 거야. 그런 친구들까지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우리 공모전이 더 의미 있는 행사가 되지 않을까?”
대부분의 학생들도 이런 내 생각을 이해해 주었다. 회의를 거듭하여, 참가한 모든 학생에게도 참가 상품으로 공책 한 권씩을 별도로 지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하였다. 물론, 학생들이 처음에 원했던 우수 학생 시상은 그대로 하기로 하였다. 대신에 ‘우수 학생’이란 용어의 어감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질서 지킴이’로 바꾸어 부르기로 하였다.
‘질서 지키기 공모전’에 참여하고 참가 상품으로 공책을 한 권씩 받아 간 학생들은 이런 우리의 마음을 이해했을까? 적어도 누군가의 들러리인 것 같은 기분은 느끼지 않았을 것 같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학생들에게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기에,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때로는 교과 공부만을 지나치게 강조할 때가 있다. 사회에서 펼쳐지는 무한 경쟁을 이겨내려면 실력을 키워야 한다는 말도 덧붙이면서 말이다. 물론 학생들이 실력을 키우도록 독려하는 일은 의미 있지만,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또한 중요하다.
적어도 초등학교 안에서는 학생 모두가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자신이 가진 능력이나 실력과 관계없이 개개인 모두가 의미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공부하는 우리 아이들도 자신의 실력을 키우는 것과 동시에, 소외된 사람들을 배려하고 돌보는 마음을 함께 배웠으면 좋겠다. 그러면 사회가 조금 더 여유롭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우리가 사는 사회는 갈수록 각박해지는 것 같다. 남보다 더 자격증도 많아야 하고, 토익 성적도 높아야 하고, 학벌도 좋아야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살 수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스펙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들이 삶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사실만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적어도 스스로는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만의 가치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사람들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