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잊고 싶지 않은 순간

금메달리스트의 한마디

by 괜찮아샘

얼마 전에 ‘유 퀴즈 온 더 블럭’이란 TV 프로그램에 양궁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인 안산 선수가 나온 적이 있다. 진행자가 이렇게 물었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나요?”


그녀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


어느 날, 내가 우리 반 학생들에게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서 학교에서 가장 속상했던 일 한 가지씩만 써 볼까요?”


코로나19로 불편을 겪은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시간이었다. 나는 아이들 대답을 미리 가늠해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수학여행이 취소된 것이 가장 아쉽지 않았을까?’


수학여행 취소 소식을 전했던 날, 교실에는 학생들의 깊은 탄식이 가득했다.


“아......”


학생들의 외마디 탄식과 굳어버린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그간 학생들이 얼마나 수학여행을 기다려왔는지 알고 있었기에 그들의 깊은 탄식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 대답은 내 예상과 달랐다.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에 정상적으로 등교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고 이야기하였다. 개학이 무기한 연기되고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이 얼마나 학교에 오고 싶었을까라는 생각을 하자 마음이 짠해졌다.


수학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궁금해 내가 물었다.


“수학여행이나 졸업식같이 큰 행사가 취소되거나 비대면 행사로 바뀐 것이 더 아쉽지 않나요?”


그때 A가 손을 번쩍 들고 이야기했다.


“물론 큰 행사가 취소된 것도 아쉬웠어요. 그런데 매일 아침, 등교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속상했어요.”


특별한 하루보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에 대해서 말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새삼 낯설게 느껴졌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봤을 때 가장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 있나요?”


'유퀴즈 온 더 블럭' 진행자의 질문에 안산 선수는 잠시 고민했다. 당연히 올림픽에서 금메달 딴 순간이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녀의 답변은 특별했다.


“친구들과 놀러 갔던 그 순간을 잊고 싶지 않아요.”


친구들과 어울려 놀던 순간이라니, 그야말로 신선한 대답이었다. 특별한 행사를 못한 것도 아쉽지만, 평범하게 등교하지 못한 것이 더 아쉬웠다는 우리 반 학생들의 이야기도 안산 선수가 한 이야기와 비슷한 의미가 아니었을까? 일상적으로 학교에 나와서 친구들을 만나고 또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일상이 학생들에게 그만큼 소중했던 것 같다.

학생들의 답변과, 안산 선수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교사로 살면서 나에게 가장 소중한 순간은 언제였을까?'


입학식, 졸업식 등 큰 행사들이 떠올랐지만, 그런 특별한 일들은 일 년 중 하루나 이틀에 불과했다. 학생들과 교실 속에서 평범하게 보내는 일상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보니 학생들과 삶을 나누며 즐겁게 수업을 하는 것,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정답게 친구들과 이야기를 주고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상이 무엇보다 행복한 시간이었다.


우리는 특별한 하루를 기대하며 산다. 갑자기 많은 돈이 생기거나, 좋은 차가 생긴다면, 또는 특별한 일을 성취하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긴다. 평생 꿈꾸던 올림픽에 나가서 금메달을 딴 국가 대표 선수가 가장 잊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친구들과 놀러 갔던 일을 이야기한 것을, 우리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매일 반복되는 삶이 지루하고, 당연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또 특별한 하루를 꿈꾸며 오늘을 감내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각만 조금 달리해보면 일상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비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특별한 하루 대신 소박한 일상의 '특별함'을 발견하는 것! 밥을 먹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회사에 출근하는... 이 모든 당연한 일들에서 의미를 발견해보자. 그럼 우리 삶도 의미로 가득 차지 않을까?


특별한 하루가 아닌 소박한 일상 속에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특별한 하루를 꿈꾸는 일은 쉽지만,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일은 어려운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특별한 하루만을 기대하며 사는 것은 아닐까? 평범한 삶 속에서 재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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