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받으며 퇴장할 수 있기를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길

by 괜찮아샘

“교장 선생님께서 오십니다. 박수로 맞아 주시기 바랍니다.”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서 손뼉을 치며 A 교장 선생님을 맞았다. 그 박수에는 40여 년 가까이 교직에 헌신한 교장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담겨 있었다. 잠시 후, 오랜 시간 그와 함께 근무했던 한 선생님이 울먹이며 진심이 담긴 송사를 읽어 내려갔다.


오랜 시간 아이들과 교사들에게 귀감이 되어온 교장 선생님의 삶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는 것 같았다. 듣는 나까지 울컥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교장 선생님은 오죽하실까 싶었다.


지금까지 학교에 근무하며 10여 분 가까이 퇴직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퇴직을 지켜보는 교사들이 아쉬워하는 것이 당연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었다. 몇 년 전, 나는 한 교감 선생님 자녀 결혼식에 초대되어 갔다가 퇴직한 교장 선생님 두 분을 만났다. 내가 피로연장에 들어서자, 주변의 많은 선생님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B 교장 선생님께서 지금 오신대요.”


“정말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을지 궁금하네요.”


잠시 후, 전직 교장 B가 나타나자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인사를 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워낙 많아서 대기 줄까지 생길 지경이었다. 나도 그들 틈에서 한참을 기다린 다음에야, B 교장 선생님을 만나 짧은 인사를 건넬 수 있었다.


B는 인품이 좋고 교사들을 배려하는 교장이었다. 그래서 현직에 있을 때도 교직원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나 역시도 B와 함께 근무하며 좋은 기억들이 많았다. 교내에서 B를 만날 때면 그가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 고생이 많죠? 항상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최선으로 학생들에게 애쓰는 것 다 알고 있어요."


그의 인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기에, 격려가 큰 힘이 되었다.


회식 자리에서 그가 내게 말했다.


"선생님, 실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선생님이 생각하는 것들을 학교에서 자신 있게 시도해 보세요."


그의 진심 어린 충고에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싶지만, 무엇인가 새로운 일을 하다가 실수할까 봐 걱정이 돼서 시도조차 못 할 때가 많아요."


그러자 그가 내 어깨를 친근하게 토닥였다.


"실수해도 괜찮아요. 교장이 있는 이유가 그런 일이 생기면 수습하라고 있는 거 아닌가? 내가 0 선생을 믿고 신뢰하고 있으니 혹시나 그런 일이 생겨도 다 책임질게요. 걱정하지 말고 자신 있게 하고 싶은 일들을 해봐요."


그는 동료들을 배려하고 품어주는 학교의 진정한 큰 어른이었다. 그의 퇴직에 많은 사람들이 진심으로 아쉬워한 것은 저마다 갖고 있는 이런 기억들 때문이 아니었을까?


시간이 흐른 후, 피로연장에 전직 교장 C가 나타났다. 어쩐 일인지 그를 둘러싼 분위기가 딱딱하고 냉랭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C와 함께 일했던 교직원들 중 아무도 그에게 인사를 하거나 말을 걸지 않고 있었다. 혹여나 C와 마주칠까 봐 눈치를 살피는 사람들만 있을 뿐이었다.


C는 현직에 있을 때에도 동료 교사들이 기피하는 교장이었다. 교사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지시를 하는 일이 많았고, 작은 일까지 꼬투리를 잡으며 교사들을 힘들게 했다. C 때문에 전근 간 선생님 수도 상당했을 정도였다.


권위적인 교장으로 교직원들 앞에서 군림할 때는 그토록 당당했던 C였지만, 퇴임 후 모습은 한없이 초라해 보였다. 같이 근무했던 동료들과 마주했음에도, 그들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할 때 C의 마음은 어땠을까? 과거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고 후회하는 마음이 들었을까?


나도 언젠가는 학교 현장에서 퇴직하는 날이 올 것이다. 퇴직을 할 때 학생들과 동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될까? 적어도 예전 학생들과 동료들을 우연히 만났을 때, 그들로부터 외면당하는 사람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퇴임식 날 동료들로부터 진심 어린 박수와 인사를 받았던 A의 모습과 퇴임 이후에도 동료들의 환영을 받았던 B의 모습이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그들이 동료들의 진심 어린 존경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40여 년간 묵묵히 또 최선으로 학교 현장에서 동료, 학생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왔기 때문이 아닐까?


함께 근무하던 동료가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 날, 회식 자리에서 진심을 담아 작별 인사를 건넸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께서 일을 항상 꼼꼼하게 잘해주셔서 함께 일하며 참 좋았어요. 선생님 옆에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참 감사했고요.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대할게요.”


그랬더니 그 선생님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칭찬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런데 제가 일을 잘하는 동료로 기억되는 것도 기분 좋지만, 그보다는 동료들에게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되었으면 더 좋겠어요.”


그 선생님이 했던 말처럼, 우리가 직장을 떠나는 그날 동료들에게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행복한 헤어짐을 꿈꾸며 하루하루 동료들과 따뜻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따뜻했던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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