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래희망

가치 있는 일

by 괜찮아샘

“20년 후, 여러분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요?”


우리 반 아이들이 자신의 장래 희망을 발표했다. 사업가, 대기업 회장, 유튜브 크리에이터, 과학자 등 아이들의 수만큼 그들이 가진 꿈도 다양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아이들의 발표 내용이 허전해 보였다.


‘과학자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과학자가 될 것인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아이들에게 꿈을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도록 했다.


“단순히 과학자 말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만들어서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과학자’처럼 구체적으로 꿈을 이야기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아이들이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사업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의사,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는 선생님 같은 말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A가 손을 번쩍 들었다. 평소 조리 있게 발표를 잘하는 A가 무엇이라고 말할지 기대가 되었다. A는 어떻게 답변을 했을까?


얼마 전, 뉴스에서 대학생 설문조사를 접했다. 그 설문조사는 대학생들에게 10억을 받는다면 교도소에 1년 동안 갈 수 있냐는 것이었다.


'10억이란 돈이 대학생들에게 크게 느껴지겠지만, 아무 죄 없이 교도소에서 1년이란 시간을 보낼 만큼 가치 있을까?'


나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그 질문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사 결과는 내 생각과는 달랐다. 51.39%가 10억을 받는다면 1년 동안 교도소에 갈 수 있다고 대답한 것이다. 이런 생각은 비단 대학생들만의 생각이었을까?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묻는 내 질문에 A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의 답변은 내 예상과는 많이 달랐다.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돈을 많이 버는 사업가요.”


그러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대답이 터져 나왔다.


“돈을 많이 버는 대기업 회장이오." “돈을 많이 버는 과학자요.” “돈을 많이 버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요.”

아이들의 꿈은 다양했지만, 그 앞에 붙는 수식어는 비슷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이다. 아이들의 답변을 곱씹을수록 씁쓸했다.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모습과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말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데, 돈은 정말 중요하다. 나도 돈에 관심이 있고, 또 돈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비난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부터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인생의 목표가 된다면 서글픈 일 아닐까?


<울지마 톤즈>를 통해 이태석 신부의 삶을 세상에 소개한 구수환 PD가 <울지마 톤즈, 그 후...선물>이란 책에서 한 강연에서 자신이 했던 말을 이렇게 소개하였다.


나는 지금 처한 현실은 여러분의 잘못 보다는 어른들의 무관심이 낳은 결과라며 같은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고 했다. 성공은 돈과 권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존경받는 삶을 통해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격려도 했다. 봉사를 통해 자신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부탁도 했다.

-구수환, <울지마 톤즈, 그 후... 선물>, 비아북


초등학교 교과서 속에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삶, 친구를 돌아보는 삶 등이 끊임없이 나온다. 그런데 왜 학생들의 마음속에는 사랑, 배려, 우정 등의 내면적인 가치는 남아있지 않고, 외형적인 가치인 ‘돈’만 남아있는 것일까?


나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이 ‘돈’에 관심이 많고, 또 언론매체에서도 '돈'을 중요하게 다룬다. 그래서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돈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적어도 교실에서는 ‘돈’을 많이 버는 것만이 최고로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내가 아니어도 돈 얘기는 학생들이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듣게 될 테니까.


그래서 나는 교실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에 대해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한다. 돈을 최고의 목표로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사는 삶도 의미가 있다고. 적어도 그런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그들 곁에 한 명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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