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치는 어머니

마음자각을 잊었는가?

by 푸른 반딧불

오늘 하루 나는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일은 일반 주부처럼, 아이 보는 엄마처럼, 그렇게 동동 거리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상을 차리고 나면 사진도 찍어놓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흔적도 남겨본다. 이만하면 괜찮겠지?


관리상 생활하는 모든 것을 일일이 다 사다 줄 수 없으니 생활비 카드를 일정한 장소에 두고 사용하고 있는데 어르신은 내가 시장 보러 나갔다 오고 나면 카드를 쓰고 잘 두었나 서랍을 열어 확인해 보신다. 그런 어르신이 대단하시다고 생각하는 건, 카드 쓰고 잘 갔다 뒀냐고 먼저 물어볼 수도 있지만 조용히 서랍을 열어보시고 제자리에 있나 없나 만 체크하시는 것 같다. 그것도 감사하다. 늘 마음을 편히 갖으라고 해주시는 어르신이 엄마 같은 이유이다.


그런 어르신이 늘 하시는 일이 있다. 저녁 5시 반 경이 되면 방 바로 앞 베란다 창가로 가시어 모든 커튼을 조용히 내리신다. 마치 공공기관에 태극기 하강식을 하듯이... 아니 교회의 종을 치듯이 언제나 제시간에 위대하고 평화로운 일을 엄숙히 마치 듯이...


이렇게 하시는 작은 행동도 1년이 되어가니 이젠 감정이 덜 동요된다. 처음엔 미칠 것만 같았다. 누구에게도 이 감정을 말하지 못해 가슴이 터져 죽을 것만 같이 슬프고 답답하고 살아있는 나를 두고 그 무덤에 뗏장을 덮는 것 같은 기분이라면 맞을까?


"어머니!! 어머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호소하듯, 어머니 제가 해가 완전히 넘어가면 커튼을 내릴게요. 아무 걱정 마셔요. 꼭 닫을게요. 어머니!!"하고 말하면 평화로운 목소리와 눈빛으로 "음 그래요." 하신다.

하지만 저녁 반찬 준비하느라 몰두하고 있노라면 어느새 어머니는 커튼을 조용히 다 내리신다.


그러는 날이면 주체하지 못하는 감정은 왜 그리 휘몰아치는지...

어르신이 애쓰게 쳐놓으신 것을 다시 올리자니 미안하기도 하고 거역하는 것 같기도 하고 서운 하실까 봐 내 맘대로 말할 수도 행동할 수도 없으니 정말 속상했다.


붉은 노을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또한 뷰가 아름다운 집은 집 값도 비싼데 흑 흑 흑... 어머니는 어찌하여 사정없이 5시 반만 되면 그리도 야속하게 커튼을 내리시는 것일까?


근 백세 어르신이 식사시간 30분 전쯤 일어나시어 트로트 TV 보시고 내가 재미난 얘기 해드리고 말벗을 해드리면 웃으시고, 그밖에 약간의 놀이나 발 마사지나 얼굴 피부팩 등도 좋아하신다. 그런데 꼭 커튼을 치는 일은 손수 하신다.


오로지 사방이 막혀 있는, 그나마 유일하게 밖이 비치는 저 베란다 창문. 어르신이 문을 닫으시는 순간 또다시 폐쇄공포증 환자처럼 세상과 단절되는 기분이 들었다.


최근엔 어머니에게 여쭤봤다. "어머니! 혹시 도둑이 들었던 적이 있으셨나요?" "그렇다."라고 하신다. '아뿔싸!! 그래서 그러셨구나!! 어머니는 트라우마 이셨구나.' 그때부터 어머니가 내리시면 운동삼아 내 리시 게 두시고, 나는 조용히 일직선으로 나가 베란다 새시 창의 커튼을 다시 올린다. 어르신의 행동에 기저에 깔려있는 원인을 알고 나니 마음의 파도가 점점 잦아든다.


마음자각을 공부하고도 이리 요동 치다니...

방금 만든 생각이 '답답하다. 지옥 같다. 천국 같다.'는 것도 내가 만든 허상임을 자각해야 되는데 늘 아직도 마음은 미성숙하게 동일한 공간을 때론 천국으로 때론 지옥으로 만들고 있음을 알아차린다.






'늘 깨어 있을 지니.'주문을 외 듯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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