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여름 저녁이었다. 그의 딸이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두 명의 남자 경찰이 집에 도착했다. 누가 불렀냐는 그의 말에 그 딸아이도 겁을 먹고 그녀도 경찰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경찰은 그에게 "가정폭력 신고받고 출동했습니다. 무슨 일로 언제 누가 어떻게 된 건지 조사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자 그는 "부부싸움인데 딸이 무서워서 전화 했나 본데 미안합니다."라고 말하자 경찰은 그녀를 바라보고 "피해자인데 괜찮겠습니까? 도움이 필요하십니까?"하고 업무적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물어보았다.
순간 공기는 싸했다. 그가 바라보는 곳에서 과연 무슨 대답을 할 수 있는지...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도와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가정폭력 행위자를 분리시키지 않고 묻는 데서 과연 피해자인 그녀는 아무 말할 수가 없었다. 당장 대문 밖으로 튀어나가 도망치고 싶고 살려달라 말하고 싶었지만 생각일 뿐, 아무 소리도 못하고 주저앉아 있었다. 잠시 후 경찰은 갔다. 그녀는 치마에 피가 묻어 있고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녀는 '내일은 어떻게 또 나를 괴롭힐까?' 하고는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죽음에 대한 불안과 공포와 슬픔 속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방에 들어와서는 눈을 굴리며 무엇인가를 찾았다. 잠시 후 망치를 집어 들고 분노를 표출하며 자신의 휴대폰에 못다 한 분풀이를 하 듯 때려 부수며 말했다. "너는 내일은 죽는 날이니까, 야 ! 가자라."라고 하고 말했다. 집안에는 두 여자가 불안에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괴물처럼 변한 술에 떨어진 그를 두고 방을 나왔다.
"엄마 어떻게 하지? 엄마 괜찮아요?"
"아니... 아파... 나가고 싶어. 지금... 하지만 나간다고 끝은 아니잖아. 다 죽인다고 할걸!"
"맞아. 엄마는 언니들을 생각하는구나." 딸아이가 말했다.
"음... 내일이면 또 뭐라고 할지? 어떤 일이 펼쳐질지 두렵고 걱정돼."
"알았어요. 그냥 자. 엄마! 나가지 말아요. 나도 아빠가 무서워."
그녀는 그 남자의 딸이 또 걱정되었다. 그 딸아이와 가족이 된 지 7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딸아이는 자신의 아빠가 또 교도소에 가서 어린 시절 결혼 안 한 막내 고모와 함께 살았던 가난하고 외로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너무 무서워 큰 고모에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이미 밤 11시가 넘어 늦었으니 내일 올 거라면서 어서 자라고 했다고 전해 주고는 긴 숨을 몰아쉬며 자기 방으로 갔다.
하루가 일 년 같은 상상 할 수 없는 폭력 속에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온갖 생각을 했지만 평상시 늘 말끝마다 "배신하면 네 자식들은 내가 다 죽여. 뉴스에 안 나오는 사건이 얼마나 많은지 넌 몰라!" 하는 말로 겁을 주었다.
재혼 할 때는 애들을 데리고 오는 엄마로서 그 모습에 자신의 딸도 잘 길러 줄 거라고 했었다. 그러다 2년도 못 되어 그녀의 전 남편인 애들 아빠에게 돌려보내라고 하였다.
결국 그렇게 두 딸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별을 하게 된 뒤, 재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게 되었지만 이미 때늦은 후회였다. 큰 딸은 고등학교 2학년이었고 작은 딸은 고교 입학과 동시에 전학을 시키게 되었다. 1톤 트럭에 이삿짐을 보내고 아픈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 뒤 그 남자의 딸아이만 기르게 되었다. 그 여자의 아이들 역시 엄마와 헤여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터라 슬픔은 이루 말 할 수 없었고, 이혼 판결 나던 날 다시 만나서 또 이렇게 연결 된 악연의 고리에 몸서리를 쳤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서 3개월 살고 또 이런 폭력상황이 생긴 것이었다. 더 이상 자신의 아이들을 불행하게 할 수는 없었다.
몇 시간 전 저녁 밥상을 차려 거실 소파 옆 마루에 앉아 있는 그에게 갖다 주었고, 그녀는 싱크대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술을 따르라는 소리에 쳐다보며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어요?"하고 묻자 "네가 이혼 소송 하고 집 나갔던 거 다 소문 나서 창피해서 못 살겠다. 우연히 아는 형으로부터 연락이 와서는 '야! 조용히 살아라!'라고 하는데, 내가 창피해서 이 바닥에서 살겠냐?" 하면서 이미 화가 잔뜩 나서 집에 온 상태였다.
그의 분노를 잠재울 겨를도 없이 눈치를 보고 싱크대 쪽에서 듣고 있는 그때 갑자기 4미터 정도 떨어진 거실에서 밥을 먹다가 수저를 포창처럼 던졌다. 순간적으로 그녀는 왼손을 올려 얼굴로 날아오는 수저를 막았다. 수저는 정확히 그녀의 이마와 머리카락 사이 정 중앙에 내려 찍고 땅에 떨어졌다.
그녀의 이마에서 피가 주르륵 타고 마루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손바닥으로 수저를 막은 탓에 왼쪽 손바닥에서도 피가 흘러내렸다. 아파트 욕실 화장실로 들어갔다. 얼굴의 눈물과 핏물이 섞여 흘러내렸다.
그는 잠시 후 화장실로 따라 들어왔다. 욕조로 들어가라며 샤워기로 이마에 물을 뿌리고 머리를 때리며 말했다. "이런 데는 때려도 안 보여. 이 년아. 너 의사 좋아하지?
병원 가서 어떻게 설명하고 보여줄래? 씨 팔 년" 하며 화를 주체하지 못했다. 이미 술이 들어간 상태였다. 또 허벅지를 걷어찼다.
그녀는 상상을 초월한 상태의 불안으로 계속 이마에서 흐르는 피와 찢어진 손바닥에서도 피가 흘러내리고 눈물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집에는 둘밖에 없었다. 그의 딸은 외출하여 집에 없던 시간이었는데 그 난리가 난 장면을 목격하고 폭력은 중단되었다.
이튿날 아침 시장을 들러 낫을 사서 승용차 뒷자리에 싣었다. 계속되는 불안과 극도의 공포는 이루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상태였고 죽고 싶은 마음과 나가고 싶은 마음 밖에는 없었다.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까? 어떻게 오늘이 펼쳐질까? 저 낫을 가지고 과연 나를 어떻게 하려고 하는 것일까?' 차에 탄 그녀는 상상이 아닌 현실이었고, 이미 한도를 초과했다.
그리고 그는 잠시 차를 세우며 멈추고 어젯밤 망치로 부순 휴대폰을 쓸 수 없으니 휴대폰을 사러 가야겠다며 휴대폰 판매 가게로 향해 들어갔다. 그녀를 차에 둔 채로 혼자 나갔다.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생각했다. '이제 도망치다 죽든, 도로 잡혀 죽든 어쩔 수 없다.'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갔다.
마치 영화 속에서 본 그 장면 콜로세움의 원형경기장에다 사자들을 풀어놓고 박해를 하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주여 저를 버리지 마시옵소서.'라고 부르짖던 그리스도 인이 나오던 그 장면이었다. 그녀는 고교시절 미션스쿨에 다녔고 학교에서 본 영화가 떠올랐다.
'무조건 뛰자!! 잡히면 죽는다!'라고 생각하며 타고 있던 승용차에서 죽을힘을 다해 근처 파출소를 향해 도망쳤다. 그녀는 그에게 잡힐까 봐 걱정했으나 이미 차 뒷자리에는 낫이 실려 있었고, 도저히 그 삶은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의 삶이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도움을 청했다. 그렇게 인생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그녀의 나이는 사십 대 중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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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 13:36에서 베드로가 예수께 물은 질문으로, “내가 가는 곳에 네가 지금은 따라올 수 없으나 후에는 따라오리라”는 답을 받습니다.
#가정폭력피해 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