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어.

우린 지금 기적 같은 삶을 살고 있잖아!

by 푸른 반딧불

10살 10월경이었지.

어느 날, "엄마! 나 병원 가봐도 돼?"

"왜? 어디가 아픈데?" "애들도 건강검진받아도 되는 거야? 여기가 아파, 엄마" 허벅지 있는 데를 가리킨다.

"당연하지! 하고 동네 정형외과 어병원에 갔지. 의사는 "얼른 큰 병원에 데려가 보세요."라고 말했고.

그때 난 뭣도 모르고, "방학 때 가면 안 되나요?"라고 말했지. 워낙 건강했으니까.


그로부터 미친 듯이 너를 데리고 여기저기 다녀보니 다리뼈에 골육종암이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지. 사실 청천벽력이었지. 잘 뛰어놀고, 공부도 좋아하고, 아픈데도 없던 네가!


우린 슬슬 펐지만 지방에서 서울까지 너무도 열심히 항암치료를 8차까지 받았지. 한번 할 때마다 보름 정도 걸리는 그 힘든 과정을 잘 이겨 냈지.


방마다 돌아다니며 노래도 부르고, 인사도 다니고 병원생활을 참 즐겁게 했었어. 항암제 1차 투여하고 균이 다 죽었다는 말에 너무너무 기뻐했어.


초교시절, 병원에 엄마랑 있었을 때가 제일 행복했다고! 네가 힘들 땐 나도 울고, 네가 병원에 있으면서도 작은 것에 감사하고 잘 견디면 엄마는 그 말에 정말 위로를 받았어. 나도 부러울 게 없었어. 너만 잘 되면 되는 거니까. 숨만 쉬어도 엄만 감사하다고 기도했지.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면 안 된다고 해서 긴장하고 동네병원에서 중간검사받아가며 오로지 너만 바라봤지. 너는 나의 분신이었어. 그리고 너는 충분히 내게 보답해 주었어. 살았으니까!! 그리고 너를 통해서 온갖 칭찬을 다 들었지. 어쩌면 저리도 아픈 애가 병원에 와서 공부를 열심히 하느냐고. 5학년이었지. 그곳 대학병원에서 공부하는 애는 너 혼자라고 의사나 간호사님들이 다 칭찬했었어. 어찌나 예쁘던지.


그리고 항암제를 8차까지 맞고서 집에 와서도 어느 만큼 지나면 또 문제집 풀고 몸에 좋은 거라지만 사실 얼마나 먹기 힘들었을까 싶어. 그런데도 별의별 것들을 다 먹이고 사다 먹였지. 게르마늄이 좋다고 해서 물도 게르마늄에 담가 놓았던 물을 먹이고. 거의 미친 사람처럼 엄마 아빠는 사방으로 수소문해서 다 해 먹였으니까.


사실 기적이지 뭐. 공부 잘하는 것도 기적이고, 다리로만 13번 수술하고도 꿋꿋하게 버텨온 네가 너무 장해.


그리고 지금 네가 걸어온 길은 당연한 길이 아니야.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원에 다니고 공부 복은 타고났어. 늘 상 받는 아이로 다른 사람이 못해낸 것을 해내고 있는 거잖아.




오늘 낮 카톡에 네가 여러 가지로 속상한 것에 대해 잠깐 이야기 들었지만 큰 틀에서 보자!


인생은 누구나 힘들고 외롭고 지치기도 하고 그런 거야. 너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일들을 잘 해내고 있잖아. 병원약사로 직장 생활하면서,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아.


나는 네가 보통 딸들보다 내게 좀 무심하다 느끼고 외로울 때, '그래 나는 너를 국가에 바쳤지!'라고 생각해! 그럼 내게 전화 없고 외롭고 때로 보고 싶어도 견디어지더라...


예전에 내가 너에게 "석사 공부 너도 하지 그러냐?"라고 했을 때 네가 "석사 아니어도 교수님들이 논문 팀에 넣어줘서 함께 연구하고 있는데 굳이 석사 가야 하나? 돈 아깝게?"라고 하던 거 기억나니?


사실이지만 그 다리로 장애로 살면서 불평 없이 도전하는 네가 고맙고 자랑스러워.


나는 늘 응원해!!

네 신랑도 그러잖아. 그 직장이라는 소속에서 조금 덜 인정받고 있아도 스트레스받지 말라고! 그게 다는 아니라고. 너를 그리 챙겨주고 운동도 열심히 하는 남편도 있고. 우리 그냥 조금 내려놓고 감사함으로 생각을 바꿔보자.

작가의 이전글브런치를 놀러 다니는 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