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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만난 노숙자, 알렉스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

 오늘은 어떤 사람을 만나야 하나, 그리고 어디를 가야 하나, 아까 영어학원을 마치고 나올 때 지나쳤던 우리 학원 보스한테 말이나 걸어나 볼 걸 하는 후회와, 아직 CEO 들을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핑계로 또 그냥 나와버렸다. 아직 부족하다 생각했다. 나의 준비도 그리고 내 용기도.

 

 그렇게 학원과 수많은 사람들을 지나 치다가, 더블린 도심 속에 작은 공원 벤치에 혼자 앉았다. 억지로 흥미로운 사람을 찾다가 다시 노숙자를 찾으러 움직였다. 노숙자에 대해서 아직 완벽하게 갈증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더 그들에 대해서 알아보고 싶었고, 만나고 싶었다. 사실은 당시에는 어떤 CEO보다 그들이 더 흥미로웠다.

 

더블린 시청 거리 앞, 하루에도 수 십 번씩 날씨가 변하는 더블린에서, 비가 내리는 오후, 리피강 다리에서 비를 피하지도 않고 비를 맞는 노숙자를 발견했다. "왜 비를 맞느냐? 많이 오지 않느냐? " 물었다. 아일랜드는 비가 자주 오는 나라지만, 계속 맞으면 감기에 걸리기 십상이라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아." 무표정으로 대답하는 이 친구 옆에 무작정 또 앉았다.  그 무표정이 나에게는 어떤 긍정의 대답으로 보였다. "내 이름은 jay야, 아저씨 이름은 뭐예요?" "알렉스!" "어디서 왔어?" " 루마니아에서 왔어" 이렇게 또 대화가 시작되었다.


 알렉스 아저씨는 45살인데, 아일랜드로 온지는 5년이 되었단다. 다른 노숙자들이랑 다르게 아예 매일을 길에서 지내는 완전한 노숙자였다. 이제껏 많은 노숙자를 만났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매일을 길에서 지내는 노숙자는 만나지 못 했는데 그날 처음 보게 되었다.  


 예전에는 일용직 일을 했는데, 루마니아에서 일자리가 없어서, 거기서도 노숙을 하고, 더 경기가 어려워지자 아일랜드로 왔다고 한다. 알렉스는 영어를 잘못하는 친구여서, 구글 번역기를 돌려서 이해를 시켜줬다. 꿈이라는 이야기와 인생이라는 대화가 어쩌면 아주 쉬운 주제이지만, 어쩌면 아주 어려울 수 도있구나 다시 느꼈다. 

코이 영상은 보여주고, 입으로는 이해했다고 하는데, 얼굴은 분명 이해를 못하는 눈치였기 때문에, 구글 번역기를 한참을 돌려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제야 엄지를 치켜주며 "좋다. 잘 만들었다."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저씨의 작은 칭찬에 또 기분이 좋아 웃웃으며 다시 아저씨에게  꿈이 뭐냐고 되물었다.


"꿈 없어. 길에서 자는데 무슨 꿈이야, 생각해보지도 않았어"


아, 위기가 찾았다. 한참 동안이나 옆에 앉아서 한 글자 한 글자 번역기를 돌려서 어렵사리 이해를 시키면서, 거기다 비까지 맞으면서  이야기했는데,  꿈이 없다니, 갑자기 맥이 빠졌다. 하지만 어쩌면 맞는 말 일수도 있어서 다시 물었다. 


"그럼 요즘 뭐가 제일 하고 싶어?"

" 호스텔에서 자고 싶어 " 그럼 그렇게 적어! " 노노, 나 영어적을 줄 몰라. 돈 벌게 해 달라고 적어줘"


알렉스의 꿈은 돈을 많이 버는 거였다. 우리가 말하는 돈 많이 벌어서 좋은 집에 살고, 좋은 차를 타고 다른 사람에게 떵떵 거리면서 사는 게 아니라, 사람 답게 자고 싶어서 돈을 벌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굳이 욕심을 부려서 큰 것을 가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당장이 걱정인 상태인 것이다.  꿈이라는 게 사실은 그들에게 배부른 소리 일수도 있다는 생각과 동시에 희망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어쩌면, 오늘의 작은 계기가 나 조차도 알지 못하게, 알렉스 아저씨 조차도 알지 못하게 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렇게 알렉스 아저씨랑도 다음에 지다 가다 보면 인사하자고 말하고 헤어졌다." 알레스! 제이! 알렉스! 제이"  서로의 이름을 재차 확인해 가면서 서로를 기억하며 나는 강 건너편을 향해서 다리를 넌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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