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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만난 노숙자,  라두

다리 건너편에서 구걸을 하던 알렉스 아저씨의 소개로 5분 거리에 있는  라두를 찾아 갔다.  다짜고짜 설명도 없이 나를 알렉스 친구라고 소개를 하니  어리둥절해하면서 일단 경계를 했다. 그래서 일단 앉았다. 설명을 하고 경계심을 덜기 위해서는 서서  이야기하기 보다는 옆에 앉는 게 더 도움이 되어서 바로 앉았을 뿐이다. 이후에 루마니아에서 온 '알렉스'를 아냐고 물어 보니  안다고 했다. 그래서 알레스 아저씨에 이어서 라두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라두는 24살인 친구이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다고 한다. 중학교까지 나오고 일용직을 하다가, 돈 모아서 아일랜드로 왔다고 한다.  도대체 아일랜드로 어떻게 왔냐고  물어보았다. 사실 궁금했다. 수 많은 외국인 노숙자들은 어떻게 비자도 없이 섬 나라 아일랜드로 오게 되었을까? 그래서 물어 보았다.


 루마니아 현지에서 버스를 타고, 배 타고 왔다고 했다. 다른 방법으로 온 친구들은 150~180유로 정도 들었는데 자기는 100유로로 더블린으로 왔다고 자랑스레 말했다. 30시간 버스를 타고 바닷가로 와서, 더블린 항구로 들어온 것이다. 공항과 달리 항구를 통해서 들어 오면, 여권 검사 같은 걸 아예 안 한다고 팁을 알려주었다. 마치 너도 써먹어 보라는 식으로 좋은 정보를 친구에게 몰래 알려주듯 말해 주었다.


 그날에서야 나는 왜 이렇게 원정 노숙인들이 아일랜드에 많은지 알게 되었다. 루마니아는 1인당 GDP가 1,9만 불, 아일랜드는 2.2만 불 별로 차이가 나지 않지만 훨씬 경기가 안 좋다고 한다. 명목상 GDP 수치와 실제 생활활은 다르다 하는데 노숙인들이 원정을 올 정도면 그 차이가 심한가 보다 상상만 할 뿐이다. 


또한, 경기 탓인지 문화 탓 인지 루마니아 사람들은 노숙인들에게 돈을 주지 않는다고 한다. 라두라는 친구가  해준 말이라 확인할 길이 없어 문화적 차이가 있는 건지, 실제로 경기가 어려운 건지는 궁금하기만 할 뿐이었다. 결국엔 아일랜드로 수 많은 국가의 사람들이 노숙을 하러, 구걸을 하러, 일자리를 구하러 오는 것은 변함 없느 사실이다. 


 그렇게 한참이나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알렉스가 나를 다시 찾아 왔다. 나를 라두에게 보냈는데, 잘 만났는지 걱정이 되었던 모양이다. 나를 라두에게 친구라 소개하여주고, "영어! 영어! " 말해주고 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더블린에서 노숙자는, 유학생들에게 노숙자는 위험하니까 가까이 가지 말아야 할 대상쯤으로 여겨지고 있는데, 이들도 방금 만난 나를 걱정해주는 따뜻한 사람들이 였다니,  또다시 그들에게 편견을 가진건 내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했다.


라두의 꿈은" 루마니아로 돌아가서 내 집을 내 손으로 짓는  거야"라고 말해줬다. "사실 아일랜드로 와서 노숙을 할 줄은 몰랐어, 하지만 굶지 않지 않는 것에 감사하고, 빨리 제대로 된 일을 하고 싶어"라고 말을 이었다.


  라두도 가끔은 호스텔에서 잠을 자지만, 그것도 1주일에  한두 번이라고 하고 대부분은 노숙을 한다 했다. 씻는 건 어디서 씻느냐 물었다. 안 씻는다고  대답했다. 나는 뭔가 대답이나 리엑션을 해야 했는데 할 수 없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호스텔에 가면 씻는 게 전부라고 했다. 그래서 물었다.

 

"시청이나 식당 가면 있지 화장실 있잖아? 거기 쓰면 안돼?" 하니까, "들어가기만 해도 나가라고 해"


 이런 생각을 하면 맞을지 모르겠지만, 왜인지 우리나라에서 서울역에 있는 분들도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졌다. 나는 씻을 집이 있다. 그것에 감사해야 하는 것이  맞는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씻지 않는다는 대답에 뭔가의 일말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뭔가 당연하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흔들림 없이 대답했기에 내가 좀 놀랐을 뿐이다.


라두는 이제껏 만난 노숙자 중에 가장 젊었다. 24살, 나 보다도 어리고 나 보다도 덩치가 좋다. 막 노동이라고 하면 먹고 살만큼은 벌 것 같은데, 일자리가 없다는 게 참 안타깝다. 라두에게 제발 큰 고기가 되라고 몇 번을 말하고, 비가 오면 좀 피하라고 말해주고 왔다. 안타까운 청년이다. 라두가 진정으로 잘되기를 빌었다. 오늘도 나는 그들에게 1g의 희망을 주었기를 바라면서 라두 동생과 알렉스 아저씨를 앉아주었다. 아니, 내가 그들에게 안김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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