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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만난 노숙자, 영국 군인 출신 마크

외롭다 그리고 나도 외롭다

요즘은 점점 날씨가 추워져서 그런지,  사람들이 참으로 쌀쌀 맞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는 원래 말을 안 걸기 때문에,  관계없지만 가만히 앉아있는 사람에게 인터뷰를 위해서 2명에게나 말을 걸었지만 '모르는 사람이랑 말을 하기 싫다.' 또 한 명은 손자랑 벤치에 앉아있는 할아버지랑 이야기를 나눴는데, '꿈이 없다'고 대답해줄게 없다고 하시며 인터뷰 혹은 대화 자체를 거부당했다.

 

 아, 오늘 안된다 생각되는  날이었다.  참으로 날은 점점  추워지고, 정말 오랜만에 옷도 예쁘게 입고 나왔고, 비록 면도는 안 하고 왔지만 나름 사람 만날 만반의 준비를 하고 나왔던 터라,  여러 사람을 만나고 들어가리라 생각했는데, 참으로 쉽지 않았다. 

 그렇게  또다시 거절을 당해서 3번을 연달아  거절당했을 때는 나이트 혹은 술집에서 맘에 드는 여자에게 전화번호 물어보다가 까이는 것보다 더 부끄럽고, 내가  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뭐 나만좋자고 이러나, 나도 너에게 도움 줄수 있다고' 혹은 '아, 한국에서 말 걸었으면 적어도 이런 취급은 안받았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의기 소침해질 무렵, 조금 특이한 노숙자 한 명을 발견했다.


'에라 모르겠다. 이번에도 그냥 옆에 앉자.' 바로 옆에 앉으려니 오물? 같은 게 너무 많아서 반대쪽으로 가서 앉았다. 간단하게 서로 통성명 터 자기 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역시 묻지 않고 옆에 앉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너무 재고 따지면 안된다.

 

 마크라고 본인을 소개한 노숙자 아저씨는 영국 군에서 6년 동안 취사병으로 일하다가, 전역하고 아일랜드로 와서 키친포터로 4년 정도 일했다고 한다. 아일랜드로 온지는 16년째라는데, 아일랜드로 온 이유가  아일랜드 사람이 영국인보다 친절해서, 그래서 아일랜드가 좋아서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분명 아일랜드인이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친절한 경향이 있기는 하지만, 오늘은 느낄 수 없어서 그냥 머쩍은 웃음을 지었는데, 영국인은 예의가 없다고 본인 입으로 말했다.

 

마크의 아저씨의 꿈은 ' 건강하게 지내는 것, 삶을 즐기는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손바닥에 심한 화상을 입어서 글씨를 쓸 수 없다고 해서, 내가 대신 적었는데 말은 안 해줬지만 왜 노숙자가 됐는지 짐작은 갔다. 화상을 가리려고, 손에 액세서리도 엄청 많이 한 것이 마음에 쓰였다. 사실 물어볼 용기도 없었다.


노숙자들은 보통 구걸을 할 때 ' 자기가 불쌍하고, 힘들도 잘 때가 없다. 그러니 돈 좀  달라'라고 간판에다가 써놓고 있는데 반해서, 마크는 위의 사진처럼 " 잡아먹지 않아요! 그러니 좋은 날  되세요!라고 말해주세요!(i dont bite! please say hello, have a nice  day)"라고 적어 놓았다. 아일랜드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시선이, 노숙자는 무능하고, 생각 없고, 왜 하는 일 없이 구걸이나  할까?라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혹시 돈보다는 관심이 더 고팠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마크 아저씨에게 물었다. "이거 무슨 의미야? 너는 다른 노숙자들이랑 다르네! " 마크가 말하기를 "노숙자 친구가 있지만, 외롭잖아! " 외롭다 라고 한다. 그가 그렇게 말했다. 마크 아저씨가 생각하는 외롭다랑 내가 생각하는 외롭다의 의미는 분명히 다를 것이다. 아니면 같을지도 모른다. 이성에 대한 외로움은 분명 아닐 것이다. 사람 자체에 대한 외로움 그것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지만 100% 이해하지는 못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노숙자의 삶에 대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마크 아저씨는 호스텔에 절대 안 간다고 한다. 호스텔에 가면 무조건 도둑 맞는다고 하면서, 노숙자인 자기 물건도 훔쳐간다면서 나 보고는 여행할 때 절대 호스텔 가지 말라고 당부를 했다. 차라리 노숙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인지 나는 여행을 하면서 노숙을 한다.


 마크 아저씨 옆에 앉아서 군대 이야기, 이런 저런 잡답을 하면서 20분 정도 앉아 있었는데, 동양인 애랑 노숙자랑 앉아 있으니 신기해서 인지 아니면 불쌍해 보였는지 사람들이 돈을 쉴세 없이 주었다. 내가 본 것만 합쳐도 10유로는 족히 될 만큼 받아서 그런지, 마크 아저씨는 금세 기분이 좋아졌다. 나도 덩달아서 기부하는 사람들에게 '땡큐! 땡큐' 외치니  나도, 마크 아저씨도, 그 사람들도 같이 웃었다. 


보통은 악수만 하고 헤어지지만, 마크 아저씨가 외롭다고 한 말이 자꾸 기억에 남아서,  찐하게 포옹을 했다. 분명 찔린 냄새가 났지만 아저씨는 너무 따뜻 해고, 나도 뜨겁게 안아주고 싶었다. 마크도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지만, 내가 더 많이 배운 느낌이다. 그들의 삶에 대해서, 혹은 외로움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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