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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노숙자 인터뷰, 친절한 마틴

유럽의 복지 그리고 집주소

소셜 펀딩 이후에 몇 달만에 다시 인터뷰를 다시 시작했다.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몰라서 일단 주방일 끝나고, 한숨 자고 시작했다. 역시 머리 식히는 데는 낮잠이 최고가 아닌가 싶다. 여러 연구 결과에서 낮잠이 효율성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들을 핑계 삼아 꿀잠을 청했다. 일어나니 날씨가 너무 좋아서 나가기가 싫었다. 너무 좋아서 나가기가 싫다니 핑계가 좀 부족했다. 그래서 내일 인터뷰를 할까 망설이다가 고향에 계신 엄마 생각 한번 하고 다시 옷을 입었다.



어라? 그런데 알고 보니 오늘은 아일랜드에 부활절 축제가 있는 날이다. 일 한다고 정신이 없었는데 축제라니, 슬쩍 인파에 묻혀 보았다가 다시 노숙자를 찾으러 나갔다. 축제라 그런지 보통은 위치해있을 법 한 목 자리에 노숙자들이 없었다. 아마도 축제 기간이라 경찰들이 비상 근무를 하는데 경찰을 피해서 다른 구석으로 갔지 않았을까 추측해보고 메인 스트릿을 살짝 벚어났다. 


 지난 두 달간 인터뷰를 했던 경험을 거름 삼아 내가 배운 교훈이 있다. 사람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는 내가 흥미가 있어야 하며, 망설이면 안된다. '어 저 사람 노숙자네' 그럼 생각 1초도 안 하고 옆으로 가서 앉고 생각해야 한다. '아 이제 무슨 말을 하지?' 1초 망설이니까 10초 망설이고, 다음에 해야지 다른 사람에게 말 걸어야지 하게 된다는 말이다. 클럽에서 마음에 드는 여자 번호 얻는 거랑 비슷한 이치 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잘은 모르겠다. 그래서 이제는 달려가듯 가서 앉았다. 망설임, 언제나 망설임은 독이다. 이 노숙자 친구가 나의 행동에  멈칫했지만 '시간 있느냐'는 나의 말에 너무 흔쾌하게 대답해줘서 고마웠다. 처음에 노숙자들을 만나던 설렘은 없지만 이 사람은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을까? 얼마를 벌까? 무슨 사연으로 거리로 나왔을까는 궁금증이 나를 이 사람에게 이끌었다. 


"부모님이 두 분다 돌아가시면서 원래 살던 곳에서 쫓겨났어, 옛날에는 도배업을 했었는데, 켈틱타이거(아일랜드의 경제 성장 시기) 이후 건설 붐이 꺼지면서 일자리를 잃었어, 그래서 갈 곳을 찾아 나와서 산지 2년째야'라고 했다. 


이 친구를 통해서 한 가지 궁금증을  해소한 게, 유럽의 복지는 좋아서 아일랜드 노숙자는 국가보조금을 받는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런데 그건 아니고 소득이 없는 사람이 보조금을 받는데, 집 주소가 있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노숙자는 집 주소가 없는 사람이 노숙자인데 말이 안된다. 아마도 차명으로 집 주소를 등록하고 보조금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마틴이는 정기적으로 빵과 물을 주는 아줌마가 있다고 했는데 그 찰나에 그 아줌마가 왔다. 아줌마는 무슨, 사실 그녀는 꽤 젊고 예뻤다. 자주 와서 길에서 벚어나라고 응원해준다고 한다.


 20분 남짓되는  대화시간이었지만 금방 친해진 마틴은 꿈이 없다. 보통의 사람의 삶을 사는 게 꿈이라니, 다른 노숙자들과 다르지 않다. 그래도 내가 옆에 있는 동안 마틴은 돈을 꽤 벌었다. 동양인과 노숙자의 조합이 신기하기도 했나 보다. 혹은 내가 행운을 부른다거나?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섰고 마틴은 남아서 컵에 쌓이 동전을 서둘러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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