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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리랑 같이 자는 피터

 만난 노숙자, 여자친구는?

 오늘도 주방 일을 마치고, '우어어어~' 좀비 소리를 내면서 절반의 정신만 차리고 길로 나섰다. 날씨는 좋았지만 바람은 차가웠다. 바람막이 하나만 걸치고 나온 걸 곧 바로 후회했다. 약해진 면역력 탓에 감기 또 걸리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이제는 몸 사려야 할 때니깐. 더블린 거리는 여전히 하나도 다른 게 없다. 여전히 관광객들이 넘쳐나고 유학생들로 거리는 붐볐다. 이제 어느 정도 더블린에 있는 노숙자들은 안다. 저 사람은 진짜 노숙자구나 아니면 그냥 구걸하는 사람이구나. 



 그리고 영어를 아예 못하는 노숙자들도 있는데, 대화 정도는 가능한데, 돈 주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그냥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많이 한다. '아마 나랑 대화하기가 싫었던  거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동전을 꺼내는 시늉을 하니깐, 아주 유창하게 영어를 하더라. 이게 바로 동전의 기적이 아닌가 싶었지만, 그래서 결국 그냥 돈도 안 주고 지나갔다. 어쩌면 조금 괘씸하였다. 도와주려고 했는데 나도 모른 채 하는 그들이 나는 당시에는 그렇게 느꼈다. 아무튼 이제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야 할 때다. 모두가, 모든 노숙자들이 비슷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었다.


 도로 한편에 자전거를 세우고, 또 걸었다. 보통 때 같았으면, 지나가는 여자들을 쳐다보며 '오오 예쁘다' 걸렸겠지만, 이제는 노숙자들을 찾는다. 그렇게 10분 정도 걷다가 대화하고 싶은 노숙자를 찾았다. 이름은 피터였는데,  아이리쉬였다. 이제까지 만난 노숙자 중에 제일 어렸는데, 제일 심한 냄새가 났다. 찌릿하면서도 깊은 냄새라고 하면 이해가 가는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같이 대리고 있는 개 때문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손톱에 때를 보니 꼭 그런 것만 같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노숙자가 됐다는 피터, 원래 꿈은 정비공 되는 게 꿈이었다는데, 꿈이 없단다. 역시 비슷한 대답이다. 뭔가 적극적으로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강아지를 키우는 노숙자를 처음 보았는데, 국가에서 보조금을 준다는 소문은 루머였다. 그래서 왜 키우냐고 물어보았다.


'그냥 외롭고 겨울에 따뜻해서 키우는 거야, 사실 재킷보다 강아지가 더 따뜻해'라고 피터는 말했다. 지금은 날씨가 더워서 필요 없지만 서로 지켜주기 때문에 기른다 했다. 작고 조막 만한 강아지가 귀엽기도 했지만 조금은 측은했다. 주인을 잘 못 만난 것인지 잘 만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피터가 여자 친구가 있다는 사실이다. 너무 부러웠다. 피터가 자리를 이동하는걸 조심히 따라갔는데, 여자 친구를 보았다. 부럽지 않게 되었다. 약쟁이 같았는데, '너 무슨 약을 한 거냐?'라고 차마 물어보지 못했다. 여자 친구를 위해서 구걸한 돈을 여자친구가 머무는 호스텔에 낸다는 피터. 여자 친구가 얼마 벌었냐 물었는데, 얼마 못 벌었다고 하니, 'useless  person'이라 더라. 뒤에서 그런 말하면 안되지....역시 사람일은 모른다. 그런 여자친구를 둔 피터가 불쌍했다.


 경찰을 피해서 돌아다니길레 몰래 혹은 대 놓고 따라 다니다가 더블린 대로 한 구석에 자리 잡고는 커피잔을 놓고 잠을 자더라. 나는 그 모습을 한참을 보다가 집으로 왔다. 잠에 취한듯 사는 인생이라 뭔가 생각이 많아졌지만 어떤 알 수 없는 느낌만 왔을뿐 판단은 서지 않았다. 없으면 없는대로 사는 진짜 노숙자 피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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