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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모두 같다'라 말하는 노숙자

나는 같은가? 혹은 그들과 다른가?


'아 피곤하다' 오늘은 주방일을 끝내고 평소 즐기던 낮잠도 못 하고, 렌트비 은행에 달려가 내려고 점원과 사투를 버리다 겨우 렌트비 내고 공원에서 여유를 좀 부리다가 트리니티 대학에 작은 네트워킹 모임에 나갔었다. 나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고 늦다면 늦은 시간에 마쳤지만 그냥 집에 갈 순 없었다. 그때가 저녁 10시 정도, 아일랜드에 남아있을 시간이 별로 없다. 이제는 주 별로 계속 약속이 잡히고 한 번은 보고 가야 할 사람들을 만나고 가야 한다. 그래서 더 이상 인터뷰를 미룰 수 없어서 조금은 위험할 수도 있는 밤에 노숙자를 만나러 갔다.


 오늘 총 4명의 노숙자를 만났는데, 겨우 1명만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다들 너무 회의적이다. 돈을 안 준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에게 거부감을 느끼나 생각이 들 정도로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나만의 착각이거나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더 있다고 느껴졌다.  


 그래도 불가리아에서 온 덩치 좋은 친구랑 대화를 시도하면서 담배 한 가치 피우고 있는데, '스벌?'노숙자 한 무리가 내 쪽으로 오더니 내 입에 있던 담배를 빼앗아 갔다. '얼레? 뭐지?' 싶은데 그 무리에 있던 여자가 그 남자한테 다가 가더니 '노숙자 꺼 왜 빼앗아 피냐'하고 돌려 주라고 했다. 이거 기분이 좋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는 졸지에 노숙자가 되었다. 수염 탓이겠지 했다. 나름 모임에 나간다고 차려 입었는데?.... 가죽 점퍼까지 입었는데 나보고 노숙자라 그랬다. 노숙자 옆에 있었고 그들과 나는 같은 무리였다.


 사실 인터뷰한 친구는 거리에서 자주 보던 친구였다. 더블린 대로 바닥에 항상 글씨를 쓰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친구가 이  친구였다. 부모님 이혼하고 엄마 돌아가시고 아빠가 새 살림 차리면서 쫓겨났다고 했다. 어린 놈이 7년이나 밖에서 살았다. 그래도 건강해 보였다. 궁금했다 왜 바닥에 글을 쓰는지 그래서 물었다.


'나름 나도 머리를 쓴 거야, 사람들에게 더 좋은 반응을 얻으려고, 더 돈을 벌려고 글씨를 쓰는 거야. 그리고 사람들에게 좀 말하고 싶어, 나도 우리도 니들이랑 다를 거 없다고. 내려다 보지 말라고, 같은 공기 마시고 산다고, 언제 어떻게 될지 미래는 모른다고 말이야'


 이 친구는이제까지 본 노숙자 중에 꿈이라는 것에 가장 빨리 답한 친구였다. '다시 공부를 하고 싶어, 그래서 대학에 가고 싶고, 헬스케어랑 사회복지?를 전공해서 자기가 받을 걸 돌려주고 싶어' 이 친구는 생각 있는 녀석이었고, 의식 있는 녀석이었다. 1센트라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받는다 했다. 왜냐하면 자기는 1센트도 없기 때문에! 받은 것에 대해서  고마워할 줄 아는 친구였다.


 이제까지 노숙자들을 인터뷰를 하면서 노숙자를 만나는 와중에 공통적인 부분에 대해서 공감한 바가 있다. 개인차에 의한 교집합 일지도 모르나, 몇 가지 공통 사항이 있는데 


1. 대부분 가정형편이 어려웠었고, 그 가정형편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라 세대의 되물림이 낳은 결과였다. 

2.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나는 새로운 사람이고 새로운 자극을 주려했지만, 대부분 거부했다.  귀찮아했다는 표현이 맞겠다. 

3. 극 소수를 제외하고는 꿈이 없다. 꿈이 있다 대답한 사람은 여러 번 되물어서 대답한 결과였다. 현재에 살기에 빠듯한 것이다. 꿈을 물었을 때 되려 되려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내 처지에 무슨 꿈이냐면서 말이다.

 4. 계획이 없었다.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의지도 없었다. 


 흔히들 말한다. 구걸할 시간에 왜 막노동이라도 하지 않냐고? 한국이라면 아주 쉽게 막 노동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여기는 공사판도 전문적이고 일정 자격이 주어저야 한다. (농장일은 다르다.) 갱생 혹은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에 환경이 아주 열악해서 그런지 아예 꿈조차 꾸지 않더라. 한 발짝 더 나아가려는 계획은 없고, 단지 호스텔에 머문다는 그게 목표의 전부였다. 내가 말을 건 노숙자가 30명이 넘어간다. 그런데 꿈 말고 계획이 있는 친구는 단 2명에 불과했다.


앞으로 몇 명을 더 만날지 만나야 할지 모르겠지만 어렴풋이 찾아오는 생각과 그들의 삶에 대해 조금의 확신이 들 때까지 더 만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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