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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 부리지 않는 노숙자, 제이콥

나는 아직 포기 하지 않았어

거리를 오늘도 걸었다. 어떤 목적이 있었지만 없었던 같기도 했다. 자전거는 제법 멀리 대고 일단 걸었다. 익숙한 거리, 더블린의 최 중심가에는 사람이 많고 그래서 또 노숙자도 많았다. 그래서 인터뷰를 위해서 항상 나는 여기로 온다. 이미 어떤 성향의 노숙자인지 대부분 알고, 한 번은 거쳐간 사람이 대부분이지만, 새롭게 자리를 보통 이동해가는 노숙자들도 많은 덕분에 항상 또 새로운 얼굴들을 본다. 


 그런 이동하는 노숙자 중에 오늘은 '제이콥'을 만났다. 제이콥은 폴란드에서 왔다. 입술에 피어싱을 두 개 한 친 군인데, 젊고 건강했다. 이 말은 곧 노숙한지 별로 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인터뷰에 응해주겠냐는 말에 자기는 부끄럼이 많다며 거부했다. 핸드폰 녹음기를 앞에 내민 내 손이 부끄러웠다. 그래도 포기할까? 그럼 친구로서  이야기하자고 하니까  이야기를해줬다. 녹음기를 끄고 하겠다는 전제였다. 나는 녹음기를 껐다. 대신에 동영상을 찍었다. 그리고 대화 이후에 모든 사실을 말했다. 그리고는 얼굴만 나오지 않게 해 달라고 해서 그렇게 했다.


 '처음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일하다가 아일랜드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잘 살고자 하는 부푼 마음에 왔어, 그래도 처음에 일자리는 구했었어, 전단지 돌리는 파트타임 일자리였는데 한 달에 7~800유로 벌었어. 하루 종일 길에서 서 있고, 집집마다 방문해서 홍보하기도 했는데, 그것 마저도 결국엔 잘렸어. 그리고 노숙을 시작했지 뭐'

 

 이 친구는 그래도 노숙을  시작한 지 두 달밖에 안돼서 그런지, 새로운 시작에 대한 의지가 강했다. 구걸해서 사람들에게 호스텔에서 먹고 편하게 자겠다는 게 아니라, 호스텔에 가서 일자리를 알아보려고, 호스텔에 간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노숙자 전용 10유로짜리 호스텔이 아니라 20유로짜리 저렴한 호스텔이지만 여행자용 호스텔로 간다 했다. 이력서를 내기 위해서 아직 노트북도 핸드폰도 그대로 가지고 있다고 하는 제이콥, 호스텔에 맞겨두고 단지 거리에 호스텔 비만 벌러 오는 그래도 제법 괜찮은 친구다.


'No alcohol, No  drug'라는 간판을 들고 있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음식도 많이 준다고 한다. 때로는 직접 사서 주기도 하고, 물어보고 사서 다시 오기도 한다는데, 자기가 먹을 거 이상으로 받으면 다른 친구들 주라고 양보한다고 한다. 어쩌면 이 친구에서 내가 무언가를 배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결코 욕심을 부리지 않는, 어쩌면 노숙자간의 미덕일 수도 있는 그런 모습에 대단하다고 나는 엄지를  치켜세웠고, 반대로 제이콥은 나의 칭찬에  부끄러워했다.


꿈이 너무 많다고 했다. 인생 계획도 너무 많다고 했다. 그런데 당장 내가  노숙자인데 무슨 소용이냐, 일단 노숙자에서 벗어나고 생각하고 싶다고 했다. 어쩌면 그게 맞을지도 모른다. 당장 내가 물에 빠져 죽겠는데, 내일 먹을 반찬 걱정하는 거랑 무슨 소용일까 생각해봤다. 하지만 지금 죽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무언가 더 본질에 가까운 열망이 있었으면 했는데 제이콥도 없었다. 그리고 우리는 담배한테 같이 피고, 뜨거운 포옹을 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마지막으로 사진을 부탁했지만 또 거절했다. 노숙하는 생활이 부끄럽고, 언젠가 다시 제기할 텐데 부끄러운 과거를 남기기 싫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제이콥과 둘이 하체만 찍었다. 부끄러운 과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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