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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작은 영웅이었던, 노숙자

토끼를 구하려 강으로 뛰었던 숨은 영웅

오늘도 어제와  다름없이, 아니 똑같이 노숙자를 찾아 거리로 나섰다. 어떠한 목적으로 그들을 찾아야 하는지도 잊었다. 그냥 그들과의 대화가 편해졌었던 것 같다. 아무런 격식도 필요 없고,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를 바라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의 마음을 편하게 했었던 것 같다. 그런 익숙한 거리 사이로 익숙한 얼굴들이 보이고, 인사를 나누고 다른 사람을 찾으러 나섰다. 오늘은 좀 특별한 인연을 찾은 것 같았다. 토끼와 강아지를 동시에 데리고 다니는 아저씨였다. 이름은 '존 페트릭', 아이리쉬다. 40살인데 얼굴은 더 늙어 보였다. 거리에 사람들은 국적에 관계없이 보기 보다 늙어 보였다. 


존 아저씨도 인터뷰에 거부했었다. 아마도 인터뷰라는 말에 대한 반응이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다. 아주 좋거나 아주 반대하거나. 다른 말을 생각해 보야하지 않을까 고민했다. 강아지랑 토끼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가 자기를 행복하게 해서 데리고 다닌다고 한다. 일전에 만난 노숙자가 말한 자기를 지켜준다는 이야기랑은 또 다른 개념인가 보다 싶었다. 



 15살 때부터 노숙을 했다는 아저씨. 그래서 내가 '노숙자의 삶을 다  알겠네?'라고 물으니 '그렇다' 했다. 그래서 '더블린 노숙자들 다 알겠네?' 그러니 '모른다' 했다. 자기는 노숙자랑 친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약하고 술 먹고 그런  '쓰레기'라고 말했다. 거리를 두는 게 자기를 지키는 것이라 말했는데 25년자 노숙인의 노하우가 아닌가 싶었다. 


 아저씨는 호스텔에 살지 않는다. 산 속에 텐트를 지어놓고 산다는데 위치는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오로지 자기랑 자기 여자친구 만 안다고 했다. 인터뷰 아닌 그냥의 보통 대화를 마치고 어떻게 가나 어디 방향일까 궁금해서 살짝 따라가 보았는데, 계속해서 뒤를 의식하신다. 아마도 텐트 위치를 알려주지 않기 위해서 누가 따라 오나보는 목적이지 않나 싶었다. 누가 따라올까 싶어 혼자 걸어야 하는 인생이라... 조금 가슴이 시렸다. 



 노숙을 시작한 이유는 가족 문제라고만 대답했다. 가족들이 '악마'라고 했는데 이유를 묻자 대답을 안 했다. 조금 시간을 가지고는 다시 '악마'라고 했다. 이유가 궁금했지만 더 물을 수가 없었다.  또다시  상상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존 아저씨는 조금 유명 인사다. 25년째 노숙을 해서 유명하고, 아저씨 스토리가 있기 때문에 유명하다. 4년 전에 있었던 일이다. 그때도 토끼를 데리고 있었는데, 아이리쉬 양아치들이 토끼를 빼앗아 더블린에 있는 리피 강물에 던져 버린 것이다. 그래서 아저씨는 리피강에 따라 들어갔다. 오코넬  브리지였고 모두가 보았다. 그 장면을. 아저씨는 토끼(바니)를 구했고, 119 구조대원이 아저씨를 구했다. 그 장면이 SNS상에 빠르게 퍼졌고 이후에 매스컴을 탔고, 아저씨는 후원을 받았다. 올해 가장 용감한 사람? 그리고 동물보호 단체에서도 후원을 받았다 한다. 그런데도 변한 게 없다. 4년의 세월이라고 하기에는 심각하게 더 늙어 보였다.  후원을 받아도 어떤 지원을 받아도 노숙자의 삶은 변하기 힘들구나 하는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아저씨도 꿈이 없다 했다. 25년 차 노숙자에게 꿈을 물었는데, 없다고 했다. 나는 이번에는 조금 다를 줄 알았다. 25년이나 거리에서 살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현실에 적응해버린 모양이다. 꿈 정도는 가지고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쉬웠다.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가야 하는 아저씨에게 다시 물었는데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사탕을 받았다. 자기는 많다고 나 먹으라고 했다. 나는 준 게 없는데 아저씨는 나에게 사탕을 줬다. 조금 더럽지 않을까 망설였던 내가 조금 부끄러웠다. 그래서 집에 가져와서 혼자 먹었다. 나는 아직까지 마음으로 그 아저씨에게 다가간 게 아니었었다. 내 스스로 그렇게  생각되어졌다. 


아저씨는 그렇게 토끼를 마트용 카트에  싣고, 강아지를 이끌며, 상점을 하나 하나씩 들러가며 오늘 번 잔돈을 조금씩 바꿔서 어디론가 사라졌다. 담배 한대도 건네지 못한 나에게 사탕이라는 마음을 준 채로 연신 뒤를 쳐다 보며 길 끝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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