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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한 모금에 친구, 그들은 노숙자다

노숙자 혹은 새로운 친구들

오늘은 유달리 경찰들이 거리에 많은 날이다. 그래서 거리에서 노숙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세상에나 노숙자가 안 보이는 더블린이라니, 매일매일 거리의 숫자 보다 많은 노숙자들을 지나며 보아온 나에게는 생각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한 바뀌를 돌고 다시 또 한바뀌를 돌고 나니 새롭게 자리 잡은 친구 한 명을 보았다. 호기롭게 ATM 앞에서 'give me some change  please'를 외치는 아저씨. 슬 적  한두 번 지나가 보고 진짜 노숙자인지 노숙자 행세를 하는 것 인지 파악하고, 인터뷰에 응해 줄까 안 해줄까 고민하다가.  또다시 그냥 앉았다.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해야 한다. 내가 요즘 깨달은 하나의 정답이다. 


 물론 노숙자 아저씨가 돈을 달라 길레, 나는 돈 대신에 담배를 줬고, 우리는 친구가 됐다. 4유로 벌었단다 하루 종일. '퍼킹 가라다(경찰)'을 연신 외치면서 하루 종일 왔다 갔다 거려서 돈을 못 모았단다. 유달히 진짜 많긴 많았다. 대화를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또 경찰이 와서 구걸하지 마란다. 나도... 약간 무시를 받았다. 뭐 그 정도야 괜찮다. 문제는 이 아저씨였다. 이미 노숙자들과 많이 가까워졌고, 그들을 이해하려 한지 오래되었기 때문인지 몇 푼도 못 번 아저씨는 어쩌란 말인가? 걱정이 되었다. 그렇다고 지갑에 있는 내 지폐를 주기에는 내가 가난했고, 그리고 아직 나는 마음이  충분히 부자가 아니다. 어쩌면 내 마음은 노숙자보다 가난한 지도 모른다. 

 같이 자리를 옮기면서 '뻐킹 가라다, 퍽 오프 가라다'를 외치면서, 자기만 믿고 따라 오란다. 폴리쉬 친구들 많으니 술 한잔 하자고 하더라. 그렇게 한 명씩 저 끝에서 한 명, 이쪽 끝에서 또 한 명 모으더니 , 제법 그룹이 되었고, 우리는 노상을 깠다. 혹은 길에서 술을 마셨다.  한 명씩 한 병씩 테스코에서 사 와서 먹었다. 나는 이미 다른 애들을 다 안다. 거리에서 지나며 본 친구들도 있었고, 이미 인터뷰를 한 아저씨도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은 알면서 이 친구가 나를 소개할 때 까지 기다렸고, 이 친구 라파엘은 자기 코리안 베스트 프렌드라면서 나를 소개했다. 분명 우리는 30분 전엔 생전 처음 본 남남이었다. 


 박지성을 안다는 '라파엘', 자꾸 내가 꿈이 뭐고 계획이 뭐냐고 물으니, '노 프로브럼 노 프러브럼'을 외치며, 담배나 한대 피라고 하며 입에 물려준다. 그래서 담배를 입에 물고는 같이 여자에 관한 농담하고 웃었다. 농담 내용을 적을 수 없는 게 조금... 아쉽지만.. 웃었다. 이제 웃으니 행복하단다. 나 보고도 행복하냐고 물어서. 으으으응?! 이러니 그거면 충분하단다. 그냥 웃잔다. 그리고는 바닥에 기대서 라파엘은 잤다. 아주 순식간에 말이다.


 나는 머리가  하얘졌다. 어쩌면 답을 앞에 놓고 나는 답을 찾으러 먼 길을 떠나온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절망감 그리고 깨달음?을 동시에 얻었다. 알듯 말듯이 취해서 던저버린 말 한마디에 나 혼자 복잡해졌다. 농담 한마디에 웃었는데 나는 진짜 웃었다. 자꾸 꿈이 뭐냐 계획이 뭐냐 물었던 내가 민망했다. 

 

 경찰 때문에 돈을 못 벌면 친구들끼리 술 한잔 하고 잠깐 쉬었다가 다시 거리로 나가는 게 계획이자 일상인 라파엘에게 억지를 강요한 건 아닌지 꿈이라는 걸 모두가 가질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한참이나 몇 개월이나 꿈에 대해서 생각해도 이렇게 복잡하고 어렵고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세상 모두가 각자 다른 꿈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꼭 가져야 하며, 같은 꿈을 꾸면  안 되는가? 내가 남과 다르기 때문에 다른 꿈을 꿔야 한다고 강요받은 건 아닌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생각한다. 


라파엘은 다음에도 자기가 술을 사겠다며, 혹시나 더블린에서 무슨 일 생기거나 나쁜 짓 하면 자기를 불러라고 우리는 친구니까 자기가 해결한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 라파엘이 도움을 요청하면 나는 무얼 해줄 수 있을까? 내 대답은 음.... 내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아직 가난한 노숙자다. 마음이 말이다. 나는 그렇게 노숙자 친구들을 얻었다. 취한 듯 취하지 않은 채, 나는 라파엘이 하루에 번 돈의 100배가 넘는 월세에 사는 집에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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