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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크리스토퍼, 그도 노숙자

어쩌면 범죄자일 수 도 있는

다른 노숙자의 소개로 인사는 했었는데, 길가다가 만났다. 나를 그냥 작은 아시안 정도로만 기억하는 눈치였다. 이름을 몰랐으니 말이다. 나도 그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 했다. 아저씨 이름은 크리스토퍼, 아저씨는 엄청 크다. 손도 발도 키도 크다. 197이란다. 거인이라 그러니까  부끄러워하더라. 인사만 하던 사이었지 무슨 사연이 있는지 몰랐지만, 술 먹은 이후로 꽤 친해졌다. 그래서  이야기를해보았다. 



 아저씨는 고향을 떠나온지 11년째, 처음으로 아일랜드 왔단다. 건설 노동자로 잠깐 일하다가 아일랜드 인들만 남고 나머지는 해고돼서, 그 이후로 노숙자란다. 바로 건너편에 앉아 있는 제이콥이 3달째 노숙한다고 하니 귀엽다고 한다. 세 달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조하며 말하더라. 35살이라고 하는데 그럼 24살부터 노숙했냐고 하니까 그렇다더라. 사실 35살이라는 말에 너무 놀라서 'you are fukin  young'이라고 했다. 말하고 나도 사실 좀 민망하더라... 그렇게 안 보인다. 40은 그냥 넘어 보이는데 길거리 생활이 힘들긴 한가보다.


 지붕공사하는 일을 하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일했고, 일찍이 와이프가 있었다고 했다. 아들도 있는데 11살인지 12살인지 모른다 그랬다. 오, 그럼 아직 연락하냐 물으니 이미 전 부인이란다. 사연은 이렇더라.  6개월짜리 공사가 있어서 독일에서 지내다가 폴란드로 귀국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이랑 술 마시러 갔단다. 그렇게 몇 일지 냈는데, 와이프는 화가 났고 싸우다 보니, 다른 남자가 있다는 걸 알게 됬단다. 그래서 이혼하고, 그 남자만 조용히 만나서 이야기했다고 했다. 무슨  이야기했냐니까. "오! 오~ 쓱" 하며 목을 긋더라. 다른 대답은 안 했다. 그래서 다른 주제로 얼른 넘겼다. 아마도 위험한 짓을 한 것 같았다. 범죄자이거나 도망자일 거라 추측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친구하기로 했는데? 그래서 대화 주제를 바꾸었다.

 

바로 앞에 백파이프 부는 아저씨가 있어서, 구걸하는데 방해되지 않냐? 그러니 더 큰길로 나가지 않고 왜 여기 있냐 물었다. 그러니 몇 일 전에  큰길에서 체포되어서 구치소에서 이틀 있었단다. 술 먹고 구걸하다가 잠들었는데, 아일랜드 쪼그마한 애가 동영상 찍어서 올렸는데, 다음날 신문기자 찾아오고 난리 났었단다. 이유는 자기도 모른단다. 동영상 찍는걸 봤는데 내버려둔걸 후회한단다. 구치소가 생각보다 좋아서 나쁘지 않았단다. 이틀 동안 도서관도 가고 짐도 가고 담배도 피고 했다고 밥이 좀 맛없었다고 가기 싫단다.

 

 인생이 뭐냐 물었다. '때때로 좋을 때도 있고, 때때로 나쁠 때도 있는 게 인생'이란다. 그래서 '너무 좋아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라'고 하더라. 이미 노숙하는 인생이 자기의 보통 인생이 되었단다. (꿈은 없다 그랬다.  한 번 더 물으니 돈이란다.)


 엄청나게 신기한 건, 노숙자에서 벗어날 계획은 없다던데, 그 와중에 돈을 모아서 버마로 2주간 놀러 갈 돈은 있단다. 여름에 버마로 갈 계획이란다. 10년 만에 휴가란다. 휴가 가는 노숙자는 내가 또 처음 봤다. 솔직히 바닥이라고 하면 이상할지 모르지만, 바닥인생에서도 적응하면 여유를 찾는구나 싶었다. 그 바닥을 못 벚어나서 그 틀에 머무르는 지 모르겠지만, 틀 내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을 뒀다는데 아저씨 스피릿을 높이 산다. 오늘도 10% 모자란  깨달음이다. 어쩐지 조금 이상한 느낌도 있다. 아무래도 구걸받은 돈으로 어쩌면 호위호식한다는 느낌 때문이라 생각된다. 조금은 씁쓸하다. 말그대로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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