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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 출신 노숙자를 만나다.

좋은 의리를 가진 노숙자인가? 의 의문

아서 형님은 노숙자다. 사실 이름이 아서 인지도 모르겠다. '아뭐' 였는데, 이름 부분을 빼먹고 녹음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서 형님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시 길 어딘가에서 만났다면 물어 보았을 텐데 나는 다시 그를 만나지 못 했다. 나는 아직도 그를 아서로 기억하고 있다.

  

 아서 형님은 역시나 마약중독자다. 14살 때 복싱 아마추어 선수로, 풋볼 선수로 활동하다가 맨유 청소년팀에 발탁되었단다. 거기서 훈련받다가 집에서 지원이 끊겨서 다시 아일랜드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단다. 그 이후로 사촌이 준 마약을 손대기 시작했고, 이걸로 노숙자 인생을 시작했단다. 서른 중반이라고 말했으니 근 20년을 노숙한 샘이다.




그의 삶이 궁금하여 수금하는 자리 옆에 앉자마자 통성명을 하고 담배 한대 건네었는데, 그 순간 다른 노숙자 친구 형님들이 와서 나를 위협했다. 솔직히 발음 때문에 완벽히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툭툭 치면서 위협하는 건 몸으로 느꼈고, 도망가기에는 늦었다고 판단하고 '어쩌지?'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아서 형님이 내 친구니까  이야기하고 있다고, 이 친구 고민 상담하고 있으니 저리가라고 했다. 분명 만난 지 1분도 안됐는데, 우리는 친구가 됐다. 몇 달을 봐도 몇 년을 봐도 친구가 되기 힘든 사람이 있고, 친구인데도 도움을 줄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데 아서 형님은 달랐다. 조금은 고마움을 아서 형님께 느끼게 되었다. 어쩌면 나는 빚을 진 것일 수 도 있다 생각한다.  


나는 아서 형님한테 꿈을 물었는데, 대답을 안 하더라.' 꿈을  몰라!'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라, 그는 꿈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아서 형님은 기억력이 안 좋으니 이해해달라고 했다. 가끔 자기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전혀 기억이 안 난다고 자꾸 상기시켜 달라했다. 아마도 약물 부작용이 아닌가 싶었지만 어찌 물어보겠는가..... 한참의 침묵이 흘렀고, 아서 형님은 대답했다. 꿈이 뭐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어릴 적  이야기를해주더라. 그게 맨유 이야기다.


원래는 아서 형님이 청소년 팀에 있을 때, 엄마가 집에서 지원을 해주기로 했었은데, 갑자기 끊겨서 엄마를 비난했단다. 그래서 가출을 했고, 더 많은 마약을 했고, 이제까지 이어 온 거란다. 그러다가 4년 전에 엄마가 돌아가셨고, 장례식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장례식에 갔는데 가까이 가지 못했다 했다. 왜 못 갔냐고 이유를 물으니 '노숙 자니까'라고 말하는 말 속에 많은 의미가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엄마한테 잘 가라고, 작별인사도 못 했고, 미안하다고 말도 못했다고 했다. 어색한 침묵이 또 오래 흘렀고, 웃으면서 말했다. 내 기억력이 안 좋지만 아직 엄마는 기억한다고. 아서 형님이 눈에 무언가가 고였고 나는 그것을 담아 두기보다는 그냥 흘렸고, 그냥 울었다. 아마도 내가 노숙자 앞에서 보인 3번째 눈물이 아닌가 기억한다. 


단지 엄마를  그리워한다는 그 자체로 나에게 다르게 다가왔다. 어머니. 아직까지 세상에서 가장 슬픈 단어다. 아서 형님이 어디 가야 한다고 해서 거기서 대화는 끝났다. 얼마나 앉아있었는지 시간을 계산하지는 않았지만, 엉덩이가 축축해질 때 까지 앉았었던 건 분명하다.


분명 나는 5월부터는 다른 부류? 의 사람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런 사연들 때문에 아직 노숙자를 떠날 수가 없다. 그래도 마지막으로 몇 명만 더 만나고 이들과의 만남을 정리해야겠다 생각했지만 나는 아일랜드를 떠나는 순간까지 노숙자들을 만났다. 아서 형님은 자리를 떠나면서 나에게 마지막으로 말해 주었다. '아까 말한 그 마약을 처음에 나에게 준 사촌이랑 같이 지내고, 노숙을 같이한다'고 그랬다. 좋은 의리다.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지도 모른다. 마약 그리고 노숙 그리고 노숙자 말이다. 각자의 길이 있다고 하지만, 마약의 길은 진짜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이다. 노숙자의 삶은 어떠할지 모르겠으나, 마약 중독자의 삶은 정말로 나빠 보인다. 오늘도 그 날도 나는 쓸쓸한 이야기를 들었고, 쓸쓸히 집으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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