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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왕을 만나다.

칼라 모닐 아저씨, 그도 길에서 사는 왕이다.

하루는 더블린 시내에서 그 흔한, 버스킹 구경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낯선 아저씨가 다가왔다. 노숙자와 술주정뱅이의 그 중간 이거나, 모두에 해당되거나 그런  아저씨였다. 뭐 그러 사람 있지 않은가? 거리에서 소리치고 난동 아닌 소란 부리는 그런 사람, 그런 부류로 생각했다. 그런데 어찌 아저씨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찬찬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말이 맞는 말이다.


 그런데 웃기게도 갑자기 하는 말이 '내가 아일랜드의 왕이다. 내가 아일랜드 정부고, 국가다'라고 말하고 '모두가 나를 위해서 일한다'고 말했다.  '이 사람도 저 사람, 나를 위해서 일하는 중이고, 나는 세상을 완벽하게 하고 있으며 내가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게 만들고 있다'고 당당히 말하고 다닌다. 거기에 더해서 애들이 잘 돌아다니고, 노는 것도 자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어떤 미친? 뭐 그런 정신 나간 소리인가 싶었는데, 어쩌면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말이다.




 아저씨의 한쪽 주머니는 담배가, 반대쪽에는 보드카가 있었다. 술과 담배에 취해서 그렇게 말하는지 싶었다. 대로에서 벗어나서 조금은 사람이 적은 곳에 가서 따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아저씨는 62개 국가를 돌아다니다가 일하면서 왔고, 6년 전에 다시 아일랜드로 왔는데 감옥으로 갔단다. 자세한 내막은 모르지만 다른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인터뷰 아닌 인터뷰를 했다. 내가 인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 물었다. 

'인생은 곧 자유고, 성공은 곧 행복해지는 것이지'라고 했다. 꿈이 뭐냐 물었더니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이란다.  어떤 사전을 읽어주는 듯한 느낌으로 짧게 나에게 대답했다. 내가 묻고, 답하는데 길게 이어서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대화를 이어 거다가 아저씨가 말했다. '내가 왕인데 일일이 사람들 행복하게 만드는 게 때론 너무 힘들어, 그래서 다른 사람이 스스로 행복해야만 해'


자꾸 캐물었다. 뭐라고 하면서도 잘 대답해준다. 어디 성에서 노숙하냐 물었더니. 이 행성에서 가장 큰 성 아일랜드란다. 아일랜드 전부가 자기 성이란다. 결국 노숙 자라는걸 다시 상기시킴과 동시에 모든 것에 은유가, 다른 의미가 있음을 알았다.


아저씨는 집에 가서 돈을 불태워 없앨 거라 했다. '세상 모두를 위해서' 또 무슨 의미일까 생각하게 한다.

자꾸 귀찮게 따라 다녔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거리에 있는 가게 하나하나를 들러서 점원들 이름을 부르고 안부를 묻는다. 거기 점원들도 이 아저씨를 알고 알아본다. 서로 잘 지내냐 안부를 묻는다. 이게 세상을 행복하게 하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그만의 방식으로.


잘 지내고 조시 해라고 말하니. 자기 영혼은 자기가 신경 쓸 테니 너는 무조건 잘 지내란다. 세상은 자기 때문에 잘 굴러 가니, 너는 무조건 잘 지내고 무조건 좋은 날을 보내라 하며. 빅토리를 외치고 쿨하게 사라졌다.


 멋지다. 그런데 사실 좀 힘들어 보였다. 그의 인생이긴 좀 힘들어 보였지만, 하지만 멋들어졌다. 비록 술에 취했지만 아저씨의 은유가 멋있었다. 소울 있는 삶이다. 나는 이런 소울이 있나? 어쩌면 아무것도 없기에 행복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나는 누구보다 많이 가지고 싶은데 다만 지금 가지고 싶지 않을 뿐인데, 자꾸 이런 생각이 들게 되면 어째야 하나 모르겠다. 아저씨가 말하는 그 각각의 은유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노숙자 치고  아저씨처럼 당당한 사람은 처음 본다. 가진 게 없으나 가진 게 많음을 반증하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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