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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와의 만남을 정리하며

나는 그들에게 배웠다.



 나의 노숙자와의 인연은 언제가 시작이었을까? 아마도 처음 노숙자를 만난 지는 거의 1년도 전의 이야기일 것이다. 표면적으로 내가 노숙자들을 만난 데에는 세상의 바닥에 있는 사람부터 한 단계씩 한 단계씩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세상을 사는데 어떤 통찰 같은 것을 얻을 것이라! 는 기대감 때문인데, 나만 아는 사실은 내가 그들에게 내 삶에 대해서 먼저 위로를 받으면서 시작되었다.


 작년 10월 경에, 아일랜드 온지 막 두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삶에 굉장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굉장한 목표의식과 기대감을 가지고 아일랜드로 왔지만, 실상은 돈만 죽어라 쓰고, 매일 술 먹고, 대놓고 혹은 몰래 클럽만 다니는 아시안 놈팡이에, 영어는 원래 좀 한다고 힘주고 다녔지만 실상은 아직 어버버 되는 취업포기생, 말 그대로 유럽 백수였다. 잘 나가는? 친구들, 후배들 보면서 나도 저런 정장이 입고 싶었는데 하면서도, 내가 정장 대신 등산복을 선택했지 않는가? 하며 스스로 위안하고, 스스로 위안이 필요한 그런  시기였다.


 한껏 숙취에 다시 취해서, 주방 짬 내에 취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날 더블린에서는 어김없이 비가 추적 왔고, 나는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하면서, 후회와 위로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때 인도? 에서 왔다던 비를 맞는 노숙자를 보았고, 눈을 마주쳤다. 그 슬픈 눈.... 교회 처마 아래서 비를 맞으며 슬픈 나보다 슬픈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그냥 지나 칠 수가 없었다. 어쩌면 슬픈 두 사람이 뭔가 통했을 지도 모른다. 서로가 위로가 필요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말로는 글로는 그 느낌을 도저히 표할 수가 없다.


 그렇게 서툰 대화는 시작되었고, 아저씨는  아낌없이 나를 위로해 주었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묵묵히 들어주었고, 큰 대꾸는 없었지만, 나는 위안을 얻었다. 작은 토닥거림과 악수에 나는 그의 위로를 그리고 진심을 느꼈다. 나도 포옹으로 답했지만 충분하지 않아, 주머니에 있던 동전 몇 닢을 조심스레 건넸다. 그렇게 노숙자와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나는 아일랜드에 비공식적으로 3천 명이 넘게 존재하는 노숙자들 중에 100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대화를  시도했고, 25명 정도 되는 사람과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였지만 그냥 대화를 했고 녹음을 했을 뿐이다. 그중에 공개를 허락받은 부분만 업로드를 했다. 아일랜드 전체 인구 500만에 비해서 3천 명은 굉장한 숫자다. 그들의 삶과 그들에게서 내가 배운 것을 정리하면서 이제는 다른 사람들에게로 인터뷰 초첨을 넘기려 한다.



1. 그들은 어디서 왔는가?

 나는 한국의 노숙자들은 모른다. 하지만 아일랜드 노숙자들은 좀 안다. 국적은 아일랜드, 유러피안, 비유 러피안 정도로 나눌 수 있는데, 아이리쉬 들은 대부분 가족문제로 노숙을 시작했다. 그래서 대부분 노숙 경력이 화려하다. 십 수년에서 수 십 년에 이른다. 대부분 10대 때부터 노숙을 시작했다. 유러피안들은 대부분 후진국에서 아일랜드 드림을 꿈꾸고 직업을 구하러 왔다가 실직을 하고, 그대로 노숙자로 눌러 앉은 경우다. 이런 말을 한다. 동유럽에서 10시간 일하는 것보다, 4시간 구걸해서 번 돈이 더 많다고, 그래서 아일랜드를 떠 날 수 없다고.  비유 피안은 그냥 구걸 자체를 하러 아일랜드에 온 경우가 많다. 우리는 그들을 집시라 부른다.



2. 하루에 얼마나 버는가?

보통은 날씨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붐비는 거리는 경쟁이 치열할지만 돈을 많이 벌고, 경찰에 잡힐 위험도 크다. 하지만 한가한 거리는 사람들이 적어서 수입이 적다. 그래서 적은 날은 4유로 번 사람도 봤고, 많이 버는 사람은 40유로까지도 번다고 했다. 결국엔 운이고, 얼마나 엉덩이를 오래 바닥에 붙이고 있느냐의 문제다. 



3. 무엇을  먹고사나?

유럽인들은 착해서 노숙자들을 위해서 먹을 것을 사다 주는 경우가 많다.  햄버거부터 물, 샌드위치 등등을 자기 껏 사는 김에 하나 정도 더 사다가 노숙자에게 준다. 그것을 노숙자는 믿을 수 있는 음식에 대해서만 먹는다. 음식으로 장난질 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또 노숙인들이 많은 만큼  봉사활동하는 단체도 많다. 그들은 노숙자들을 먹이고 도움을 주기 위해서 기꺼이 매일 밖으로 나온다. 그렇게 운이 좋은 노숙자들은 한 끼를 해결한다. 또한 곳곳에 무료로 배식하는 곳이 있다. 줄만 늦지 않게 선다면 무료로 한 끼를 먹는다고 한다. 본인이 돈을 주고  사 먹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한다.  사 먹어도 빵 정도가 전부라고 했다.  



4. 어디서 자는가?

 말이 노숙 자지 실제로 노숙, 길에서 잠을 자는 사람은 꽤나 드물다. 노숙자들을 위한? 주거 공간이 존재하는데 더블린 외각에 5유로부터, 시내 중심가에 15유로 노숙자 호스텔이 있다. 혹은 돈 많은 노숙자들은 일반 여행자 호스텔에서 잠을 자기도 한다. 돈을 많이 번날 은 호스텔에서 자고, 그 정도 여력이 안 되는 날은 침낭을 깔고 비를 피할 수 있는 어디서는 잠을 잔다. 진짜 일부의 노숙자들은 산에 텐트를 치고 살다가, 구걸만 하러 시내에 나오기도 한다. 아무튼 100프로 노숙인은 없다는 말이다. 매일 노숙을 하는 친구들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씻기 위해서 호스텔에 들린다고 하니 말이다. 그래서 노숙자 친구들이 하는 말이 너무 싼 호스텔은 절대 가지 말라고 한다. 베드 버그가 있고 위험하고 더럽고 그런데 노숙자들 속에 여행자 혼자 덩그러니 있다면 정상적으로 하루를 묵으면 이상한 것이라 했다. 극단적으로 싼 곳은 피해야 한다. 호스텔에 평균 시세가 있고 그중에 싼 곳을 택하되 예약을 하고도 낌새가 이상하다면 돈아 끼지 말고 나와라 그랬다. 뭐 노숙자들이 나에게 그런 팁들을 알려줬다.



# 내가 느낀 바에 대해서

 나는 그들이 인간 쓰레기 혹은 잉여 인간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루 하루를 구걸로 연명해서 살아가는 노력 따위는 전혀 하지 않는 잉여 인간 정도로 딱, 그 정도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솔직했고, 하는 수 없이 구걸과 노숙을 할 뿐 그들도 원하지 않는다. 가족들과 문제가 생겼고 그들을 받아줄 곳이 없어서 거리로 나왔고, 더 나은 삶을 찾아서 타국으로 왔는데, 실패자로 돌아갈 수 없어서 노숙인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그들의 경우에는 하루 종일 일해도 노숙한 것의 반도 안 되는 만큼 벌기에 , 구걸하고 저축까지 하고 본국으로 보내는 경우도 있다. 십 수년씩 노숙을 하면서 일자리를 안 구해본 게 아니었다. 그들도 과거에는 대부분 일자리가 있었고, 어쩌다가 임시로 노숙을 하게 되었는데 바닥에 껌이라도 붙었는지 쉽사리 일어나지 못해서 노숙자로 현재까지 남았을 뿐이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노숙자로서 첫 1년 정도가 일자리를 열심히 구하는 기간이라 그랬고, 그 이후로는 포기를 한다 했다. 1년 정도만 시도했다는데 대해서 비난을 해야 한다면 해야겠지만.... 어쩌면 포기하는 것이 더 행복하다면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 그들은 당당하다. 구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노숙하는 데에, 그리고 돈을  구걸하는 데에 당당하다.  부끄러워한다면 오늘을 굶어야 하기 때문이다. 목적이 있다면 부끄러움 따위는 안중에도 없어야 한다. 생존해야 한다는 목적의식보다 더 강한 욕구는 없다. 살기 위해서 부끄러움을 버려야 한다. 당당해야 한다. 그리고 불쌍함을 연기해야 한다. 비굴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그들에게 배운 것은 범사를 행하는데 생존하기 위해서 살기 위해서 해야 한다는 각오만 있다면 못할게 뭐가 있을까라는 그런 것이다. 



- 그들은 행복하다.

 왜인지도 모르게 그들의 행색과 태도를 보고 판단했다. 많이 불행해 보였다. 그런데 착각이었다. 어쩌면 돈이 없으니 불행해야 한다는 나만의 편견 혹은 우리 전체의 편견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돈은 없으나 행복하다 했다.  하루하루 삶이 지옥 같다고도 했지만, 그래도 행복하다 했다. 지옥에서 행복하다니 상상할 수 가 없지만, 노숙자들과 술 한잔 한 이후로 이해하게 되었다. 그냥 주어진 거기에 만족하는 것이다. 기대가 없는 대신 실망도 없다. 그래서 행복한지 모르겠다. 술 먹고 웃고 담배 피우고 거기에 행복이 있단다.


 그래서 나는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그렇게 불행하다 생각했었는데, 좋은 옷 입고 좋은 거 차고 다니고 부럽지 않게 돈 쓰고 다녔을 때 오히려 불행하고 우울해서 도피하듯 아일랜드로 왔었는데, 노숙하는 그들의 행복감이 부럽다니 어처구니가 없지만, 사실이 그랬다.


 불행한 억만장자와 행복한 거지, 누가 더 나은 인생일까? 아직은 답을 모르겠다. 다만 한 가지, 돈으로 행복을 시도할 수는 있겠지만, 답이 아니다. 행복은 아직 억만장자를 만나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노숙자는 그들의 삶에 행복하다는 것은 사실이다. 의외의 사실이다. 단지 돈으로 행복을  시도할 뿐이라는 것은 명백하다.


- 노숙자들은 꿈이 없다.

첫 질문에 꿈이 있냐 물으면 99% 없다 했다. 내가 노숙하고 사는데 무슨 꿈이 있냐 물어보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볼 때는 나는 오히려 부끄럽기도 했다. 의외의 사실이었다, 시궁창 같은 인생을 살면서 매일매일 더 더 달콤한 꿈으로 현실을 잊으려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러기 보다는 아예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쪽으로 방향이 틀어지더라. 이게 문제인 듯 싶다.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 어쨌든 저쨌든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그들을 계속 노숙자로 남게 하고 대신에 행복감?이라는 마약으로 위로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의구심이 드는 것은, 꿈꿈 거리는데 결국에 꿈이 있어야 하는가?라는 것이 대한 것과 과연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가 하는 의외의 생각들이다. 진짜 잘난 사람들이 말하는 그 꿈이라는 거 진짜 제대로 가진 사람은 얼마나 될 것이며, 가지지 않은들 그게 큰 문제가 될까 하는 생각이다. 어쩌면 나 역시도 그들에게 꿈이라는 것을 가지고 살아라 강요받은 것은 아닌지. 또 나 역시도 다른 이들에게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본다.


 또한, 작은 것에서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더 좋은 직업, 더 좋은 차 더 완벽한 환경에서 살지만 행복이라는 걸 못 느끼는 사람이 있는데, 이것이 무엇에 의한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행복은  순간이라는 거다. 순간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이거나 시간 정도라면, 돈을 많이 가진 그 시간 전체가 행복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은 없다는 것이고, 매일을 빌어먹으며 사랑가는 노숙자들은 그 기간 전체가 불행해야 하는데 꼭 그렇지 많아도 않다는 것이다. 앞으로의 여행기간 동안 또 하나의 질문거리가 생겼다. 혹은 풀지 못할 숙제이거나 말이다.


내가 가진 생각이 답은 아니다. 그저 세상을 다르게 이해하려 하고 있을 뿐이고, 내가 가진 것에 의심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내가 강요받은 것을 세상에 강요하고 싶지 않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노숙자들과 이야기를 할지 모르겠지만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세계는 생각보다 괜찮았고, 그렇게 시궁창은 아니었다.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경쟁에서 벚어난 그들을 이단아로 보게 만든 것은 우리가 아닌지 반성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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