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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행복은 없다.

아일랜드의 8년차 유학생 혹은 점을 잇는 사람.

노숙자와의 만남이 끝이 났다. 아니 내가 끝을 내었다. 그들과의 만남도 충분히 의미가 있었지만, 내가 알고자 하는 삶의 철학이나 답을 모두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끝을 내었고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을 만나고 답을 찾겠다'라는 미친 것 같은 목표가 있고 바람이 있다. 그래서 나는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다. 


새로운 사람들 중에서 오늘은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분을  인터뷰하게 되었다. 사실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것인지, 아일랜드 커뮤니티를 통해서 알게 된 것 인지 모르겠다. 어찌 됐건 나에 대해서 관심이 있으신 분이고, 나도 8년 차 아일랜드 생활을 하신다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래서 만남을 가지게 되었고, 대놓고 녹음기를 들이 미니까, 거부감을 가지셨지만, 동의 하에 녹음을 진행했고, 의미 있는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가진 이야기가 없으시다고 인터뷰할게 없다고 하셨지만, 나는 그런 말은 믿지 않는다. 스토리를 원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철학을 배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스피릿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믿지 않는다. 유학 8년 차 내공의 스피릿을 느낄 수 있다 확신을 가지고 인터뷰에 임했다. 


 정아님은 학생으로 와서 홈스테이 동안 남편을 만나서 결혼해서 정착하신 케이스다. 홈스테이 맘이랑 친했는데, 어쩌다가 그 아들이랑 남자 친구가 되었다가 어느새 남편이 되었다고 했다. 부러웠다. 솔직한 마음이다. 연인을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삭발까지 한 상태에서 마음을 더 비워냈지만, 그래도 부러움이 밀려오더라... 아직 마음 수양이 부족하다. 절에 들어갈걸 그랬다 생각했다.


 '작은 아일랜드에서 심심하고 지루하지  않으세요?'라고 물었다. 그렇지 않단다. 시티가 작지만 더블린도 충분히 크고, 학생들이 생각하는 시티만 생각하면 지루할 것이라고 동감하셨지만 잘 몰라서 하는 소리고, 맛집도 많다고 하셨다. 나 역시 동감한다. 골목골목 소소한 이야기들이 많다. 지루할 새가 없다. 또, 바쁜데 지루할 틈이 없다고 했다. 정아님은 프로그래밍 공부를 하고 그 계시고, 프로그래밍 관련 코스를 배우고 계신데, 잘 몰라서 이야기는 생략한다. 빡세게 살고 부지런하게 살면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만 나는 말하고 싶다. 나도 잠깐 지루하다고 더블린은 작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고, 더 이상 놀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달라졌다. 아직 흥미롭다. 보아야 할 것도 만나야 할 사람도 많다. 그런 것들이 쌓여만 가니 좋은 부담이 쌓여가니 지루할 틈이 없다. 그 부분에서 공감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있으니 심심하고 지루한 것이다.  그것을 유학생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똑같이 생활하는데 안 지루하고 안 심심하면 되려 이상한 것이다.


- 행복한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나는 기분 좋은 것 이상의 행복을 찾아왔다. 어느새 드는 고민이 그거다. 진짜 행복은 무엇인가? 정아님은 말했다. '완전히 100프로 행복한 사람도, 100프로 불행한 사람도 없다.' 어느 시점에 어느 부분에서 불행감보다 행복감이 많으면 그게 행복한 것이다. 그러다가 그 행복감의 게이지가 줄어들게 되고, 다른 것들이 불행감으로 다가온다면 그 순간은 다시 불행해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돈이 없고 학자금을 갚아야 하는 문제 때문에 걱정이 돼서 불행감이 존재하지만, 또 이 순간에 나는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인터뷰할 생각에, 그리고 조금 있으면 진짜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에 행복감이 차오른다. 상대적으로 돈 문제로 인한 불행감보다, 앞으로의 기대에 대한 행복감이 크기 때문에 나는 행복한 것이다.


 이렇게 설명하면 맞는지 모르겠다. 뒤통수를 맞았다. 나는 완전한 행복을 찾고 있었다. 존재하지 않는걸 찾으려 하니 힘들  수밖에 없었다. 욕심도 욕심 나름인데, 전혀  존재할 수 없는걸 찾으려 했는지 모른다. '완벽하게 모든 것이 행복하면 미친 것이라' 정아님은 말했다. 머리에 꽃을단 그녀 정도 돼야 모든 게 행복하고 웃음만 나오는... 그런 상태로 이해했다. 완벽하게 불행한 순간도,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도 없다. 행복감도 상대적일 뿐이다. 같은 상황에 같은 것이 주어져도 행복감은 다를 수 있다.


- 점을 잇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 연설을 말씀하셨다. 커넥팅 닷을 아냐고? 어렴풋이 기억이 낫다. 뭐 글자 공부를 했는데, 맥킨토시에 좋은 글자체를 넣게 되었다는 이야기. 의도하지 않았든 의도한 것이든 결국에는 미래를 결정하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분명 이야기도 예전에 들었으면, 그냥 결과론 적인 이야기라, '네가 잘됬으니 하는 말이지'하며  그냥 무시했을 이야기이지만, 같은 내용을 듣는 지금 나의 마음가짐은 다르다. 


정아님은 커넥팅 닷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거에 했던 일이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니, 크게 걱정하지 말라하셨다. 지금 점찍고 있은 것이다. 그래서 지금 점찍은 게 삼각형을 그리고 있을지 쌍별을 그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했다. 


내가 느낀 바는 조금 다르게 이해했지만 이렇다.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지금 점을 찍고 찍는다면, 찍어야 한다면, 큰 점을 찍자. 큰 점이라면 나중에 별을 그리든 쌍별을 그리든 훨씬 쉬울 것이고, 명확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소한 삼각형이라도 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 삼각형이 여럿이라면 나중에 네모라도 만들 수 있지 않는가? 내 인생의 삼각형은 무엇인가? 나는 최소한 자격증 따는 것과 영어공부에는 소홀하지 않았다. 취업이란 것 때문에 준비한 것들이지만, 그 삼각형이 지금의 나를 만들고 있다. 취업을 위해 물류관리사를 땄는데, 그것으로 인해서 군부대를 연관된 곳으로 가게 되었고, 지금 주방에서 자재를 관리한다. 책임 하나가 더 주어졌지만, 매니저의 신뢰를 받게 되고 조금 더 빨리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주방에서의 빠른 적응은 나를 인터뷰에 집중하게 해주었다. 


이것이 삼각형 일지 혹은 점 일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요즘의 내 마인드와 잘 접목된다. 지금 하고 있는 주방의 설거지도 칼질도 나중에 어떤 점이 될지 삼각형이 될지 모른다. 나중에 오바마에게 김치찌개를 끓이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은 인생의 점을 찍는 일이다. 점을 찍어야 한다면 큰 점을 찍자. 크고 명확하게, 그래야 나중에 삼각형을 그리든 별을 그리든 쉽다.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이유는 나중에 후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나중에 보다 쉽게 점을 잇고 별을 그리기 위해서다. 


- 정아님은 유쾌하신 분이다. 조증이라고 표현하셨지만, 나도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전과 달리 행복하지 않았음에 반성하게 되었다. 족발을 직접 만드신다는 3년 차 아이리쉬 주부, 한국인은 역시 대단한다. 이만리 타국에서 직접 족발까지 만드시고, 덕분에 나는 맥주도 얻어먹게 되었다.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거라곤, 내 생각을 솔직히 적는 것과 내가 일하는 곳에서 초밥을 할인해드리는 것 밖에 없지만! 그것에도 심각하게 좋아하는 모습에 또 아직은 주부가 되기에 혹은 주부가 되어서도 젊다! 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녀와도 다음을 기약하며 나는 집으로 향했다.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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