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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를 위하여, 후회는 나중에

스스로 선택하고 스스로 책임지는 삶을 살아야한다.




- 오늘도 계속되는 유학생과의 인터뷰, 수희님을 만나게 되었다. 수희님도 인터뷰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들었지만, 역시 내가 신기한 놈이긴 한가보다. 그 거부감도 나에 대해서 궁금한 걸 못 이겨내셨다. '나란 놈' 역시 나도 잘 모르지만, 그래도 나만이 나를 제일 잘 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직 신기한가 보다.  나는 진짜 평범한 사람이고 꾸미는 것도 안 하는 사람이다. 더군다나 요즘은 평소 보다 더 허름하게 그렇게 차려 입고 다닌다. 머리를 밀고 나서 부터 외모에 대해서 1도 신경 쓰지 않는다. 오른쪽 눈썹도 반쯤이나 밀렸는데, 꾸미면 뭘 하나. 이미 외모로 승부하는 시대는 끝났다. 나 혼자 끝냈다. 진정성으로 승부한다 나는 그렇게 위로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 수희님은 한국에서 의류회사 MD로 일하다 오셨다. 조금 멋지다 생각했던 게,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위해서 취업이 될지도 모르지만 일단은 서울로 가자 라는 마인드가 멋졌다. 일단 최전선으로 가는 게 맞는 말인 거 같다. MD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에 백화점 인턴으로 일하다가 다른 기업 정식 MD로 일하게 되었다 했다.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을 하다가 온 것이다.


- 하던걸  포기했는데 후회하지 않았나?


'후회하지 않아요. 어차피 계획의 일부였던 거죠. 시간이 늦어지긴 했지만 MD로 취업하는 것도 계획이었고, 그것을 포기하고 다시 외국으로 나오는 것도 계획의 일부였으니까요. 계획을 따르려고 이전의 것을 포기하는데 후회할 이유가 없죠. 포기하는 것도 제가 원했던 것이니까요. 하고 싶은 게 MD로 일하는 것 하나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


언니랑 오빠가 있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기 전에 이러한 결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다가. 언니에게 물었다 하셨다. 이전에 외국 나가려고 했는데 남편이 말려서 안 나갔지 않냐. 그리고 후회하지 않느냐? 나는 당연히 후회한다는 대답을 기대했다고 하셨다. 젊을 때 외국에서 살아보는 로망은 한국인이라면 다들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니었다. 언니가 '후회하지 않는단다'. 지금 가진 게 너무 많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단다. 외국을 나갔다고 해도 충분히 다른 것들을 가지고 왔을 테지만, 그것을 기대했던 것 보다 지금 가진 게 더 많아 후회하지 않는다 했다. 


- 스치듯 생각이 들었다. 나는 후회하고 있었다. 과거에 지금도 내가 포기해야 했던 작은 것들을 100프로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1프로 정도는 계속 후회하고 있었고, 그 불안감 1프로를 없앨 순 없더라. 그렇게 안고 가는 1프로의 후회.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후회라는 것은 기준 시점을 지나야  후회하는지 후회하지 않는지 판단할 수 있다. 


< 후회는 행동을 하는 중간에는 할 수 없다. 해서도 안된다. 후회는 기준 시점 이후에 할 수 있는 것이다. 후회의 판단은 사건이 끝난 이후에야 알 수 있다. 무언가를 하는 중인가? 그렇다면 그것에만 집중해야 한다. 일을 마친 이후에나 후회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행위 중에 후회하는 것은 가장 큰 비효율 중에 하나이다. >


나는 그 비효율을 행하고 있었다. 반성해야 한다. 아직은 부족한 탓이다. 이것 또한 현재에 최선을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 꿈이 무엇인가?


수희님은 '온전한 자기 삶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응? 무슨 말인가 싶었다. 듣기에는 쉽지만 진정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쉽게  반응할 수 없었다. 온전한 자기 삶? 경제적으로 독립한 것? 혼자 사는 것?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무슨 말을 하는지 공감하지 못했다. 부끄럽기도 했다. 나야말로 내 삶을 잠시라도 찾기 위해서 나왔지만, 나는 그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큰 틀안에서 상통하는 문제지만, 나는 내가 낸 인생의 질문에서 답하기 위해서 나왔는데 , 그것이 아마도 자기 삶을 찾기 위한 과정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수희님의 생각은 이러했다. '자기가 원하고, 자기가 선택하고, 자기가 행하고,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 그것에 결과가 어떠하든 스스로 행한 것이기 때문에 행위 자체에 대한 후회나 선택에 대한 후회 자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고 했다. 아마도 그 결과에 덜 하고 더 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 정도만 있지  않을까 가늠해 보았다. 수희님을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응원받았다.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진 찍지 말라고 하셔 놓고, 깨알같이 브이를 하셨다. 멋지다. 나는 초상권이 없다 그냥 막 찍어도 된다. 그래서 그분도 내 빠박이 사진을 가져갔다.


나는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왔는가? 이전에는 아니었다고 말할 수 있다. 공부도 내가 했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서 그랬다 말하지 못하겠다. 왜냐하면 그 뒤에 있는 미래에 내가 있는 게 아니라 남이 있고, 남이 보는 시선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로는 나를 위해서 산다고 말했다. 지금도 그러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함에 부끄럽다. 그래도 전보다는 내가 보인다. 전보다 더 명확히 보임에 감사하고, 더 잘 보일 것이라는 확신에 나는 조금 더 나갈 뿐이다. 


 재미있다. 사람을 만난다는 것. 친구로 만났다면 아마도 편견을 가지고 보았을 것이다. 노숙자도 그랬다. 친구로 만나고 보면 그냥 놈팽이고, 이 놈 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별로 귀담아 듣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뷰한다는 마음으로,  인터뷰한다고 말하면, 콘텐츠의 흡수력이 달랐다. 친구들이 말하는 게 귀에 안 들리는 게 이런 것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리 마음을 열고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세상이 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역시 돈으로만 흘러가는 사회다. 하지만 사람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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