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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은 누구나 있다.

재능을 관리하는 방법

오늘은 이어서 더블린 중 소호님을 만났다. 2008년부터 학생으로 오셔서 지금은 대학을 다니면서, 현재는 또 다른 계획을 준비 중이신 분이다.  순수미술을 27살까지 하시다가 순수 미술에 소질이 없다고 생각하시고, 비주얼 멀천다이징을 배우고 있으시단다. '오~ 또 생소한 분야다' 생각했다. 한국에서는 크게 알려진 게 아닌데. 쉽게 말해서 쑈 윈도 관리하는 뭐 그런 거라고 설명해주셨다. 너무 심플해도 안되고, 너무 아티스틱해도 안 되는 뭐 그런 아트? 어렵다. 나에게 예술은 아직 멀다.


 원래는 순수미술을 하시다가 재능이 없다고 생각하고,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트셨다고 하셨다. 좋은 스승과 좋은 부모님의 서포트로 조건들이 좋았지만, 거기에 미치치 못한다고 생각한다 했다.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데, 그 내용을 절반 정도만 이해가 가더라. 잘하지만 잘하는 게 아닌? 아마도 본인이 만족하지 못 한 수준이라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8년째 아일랜드 생활을 하시면서, 10개가 넘는 아르바이트를 하셨단다. 본인 입으로 일 못해서 여러 군데서 잘리기도 하면서 생존해왔다 했다. 일을 얼마나 못해야 잘리나 싶기도 했지만, 그것을 또 유쾌하게 말씀하시니 웃기기도 했다.  예술인과 서빙이라는 조합이 유쾌하게 다가왔다. 역시 아일랜드 유학생들의 삶은 쉽지 않았다. 2년 생활 이후에 다시 한국으로 갔다가, 네일아트를 배우고 아일랜드로 왔고, 지금은 네일아트를 전문적으로 한다고 한다. 전혀 재능이 없다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서 다시 물었더니, 순수 미술에 재능이 없다는  의미였다고 한다. 지금 하는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을 하면서 이것을 위해서 태어나지 않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관심도 가고 본인이 본인 스스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게 재능이라고 말했다.


미술을 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어머니가 점을 보고 오시고는 딸에게 미술을 시키라고 그래서 미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직업과의 인연도 참 신기하다. 그렇게 미술을 하게 됐는데 주변에서는 잘한다고 말하는데, 본인은 그게 아니라는 거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재능이 없다고 느꼈단다.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한 것인데 재능이라 말하니 이해할 수 없다 했다.


 그럼 재능이란 무엇인가?


 타고난 것, 노력의 여부는 본인 하기 나름인 것이고, 같은 노력의 양에 다른 사람보다 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체능에서도 재능이 중요하지만, 노력도 중요하다'고 말하는데서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도 마찬가 지지 않을까? 재능이 중요하지만 재능을 받치는 노력도 중요하다. 같은 노력에 2배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게 재능이라면, 나같이 재능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나? 내가 생각하는 것은 이렇다. 2배 더 노력한다. 적어도 같아지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 


 그리곤 이어서 말했다. '직업적인 재능 말고도 인생을 살아가는데도 재능이 있다. 사람을 잘 만난다던지 친구가 많다던지, 똑똑하던지, 재미있다던지, 등등 사소한 신변잡기라고 볼 수 있는 것들이 재능이에요'라고 말이다. 덧붙여서 직업적 재능이 안된다면 그것을 살리고, 그것을 알고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본인은 거기에서 순수미술이라는 장르를 벚어나서 비주얼 머천다이징이 란느 장르로 재능을 발견하고 옮겼다는 말을 했다. 여기서 스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지가 떠오른 것이다.



(삼성전자 사진을 따왔다..)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지붕에 비가 내리고 처마를 따라서 빗물이 바닥에 떨어진다. 그리고 그릇에 빗물이 담긴다. 재능은 주어진 것이라 했으니 하늘에서 오는 비라고 보면 맞을 것이고, 집 혹은 지붕이라고 하는 공간은 사람을, 사람 전체의 능력이라고 표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양동이는 본인의 노력이다. 빗물이 처마를 따라 내려오는데  물줄기의 양이 다르다. 그 물줄기에 맞게 큰 양동이는 큰 줄기에, 작은 양동이는 작은 줄기에 맞춰야 한다. '이게 재능을 관리하는  방법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뜻 떠오른 생각이라 표현에 어패가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느낌은 틀리지 않다. 본질은 주어진 재능이 무엇이든 본인이 알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 엉뚱한 곳에 노력하기 보다는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재능 낭비를 줄인다는 게 그게 본질이다. 


작은 물을 받아서 마시는데 만족한다면 더 할 말이 없다. 대신에 불평도 말아야 한다. 본인이 그러길 바랬으니까. 하지만, 잘나고 싶다면 불평하기보다 본인의 재능에 맞게 물 양동이를 옮겨야 한다. 그게 예술이든 신변잡기든 말이다.




- 행복에 대해서


소호님은 두 가지 행복에 대해서 논해주었다. feeling well 하는 것과 doing well 하는 것. 먼저 feeling well은 잘 느끼는 것이다. 샤워하고 나와서 기분 좋은 그런 것과 한줄기 햇살에 행복해하는 그런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게 맞냐 하니 맞다 했다. doing well 이 뭐냐 물으니, 직업적으로 혹은 인생 계획에 있어서 그것으로 달려가는 과정에서 오는 행복감과 그것의 달성에서 오는 행복감이라 했다. 


내가 노숙자에게 배운 것은 feeling well이 었고, 내가 필요한 것은 doing well 었는지 모른다. 거기서 오는 괴리감에 나는 잠시 방황했었다. 한 가지 행복의 카테고리로 사람이 100프로 만족할 수는 없다. 두 가지를 고루 가지는 게 진짜 행복의 요소라 말했다. 소호님은 균형을 강조했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본인에게 맞는 행복을 찾는 것. 행복에도  우선순위가 있다 생각한다. 내겐 doing well 이 보다 근원적 행복이다.



- 꿈은 무엇인가?


소호님의 꿈은 럭셔리 브랜드 해드 쿼터로 가서 본인이 하는 일을 제약 없이 하는 것이라 했다. 비주얼 머천다이징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너무 적은 규모의 회사는 예산의 제약으로 본인이 하고자 하는 대로 못하니 큰 곳으로 가야 한다 했다. 계획과 바람이 명확했다. 프라나 구찌에 입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본인의 재능을 살려,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는 것이 꿈이라 명확히 정의했다. 어쩌면 다행이라 느꼈다. 입사 자체가 다가 아니어서 말이다. 자신이 꿈을 어떻게 정의하던 그것이 진짜 꿈의라고 말하고, 진짜 믿는다면 나는 어떤 반론도 할 수 없다. 믿는 게 중요한 거 같다. 끝까지 꿈이라는 걸 믿는 것. 그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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