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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레터가 좋아 영화를 시작하다.

맥거핀을 아세요?

 우연일까? 혹은 인연일까? 늦은 밤 친구들과 술 한잔 걸치고 자전거로 강바람을 뚫고 달리는데, 누가 '시골 백수'를 부르더라. 아니 누가 장난치나 싶었는데. 블로그 닉네임을 대면서, 자기가 누구인데 기억하냔다. 내 블로그 애독자 중에 한 명이어서 당연히 기억을 했고, 최근에 단 댓글까지 기억을 했었다. 그게 인연이 되어 술 한잔 하자고 한 것이 인연이 되어, 가끔씩 만나는 사이가 되었고, 인터뷰까지 오게 되었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은 흥미롭다. 다만 마음이 서로 열려있거나, 열릴 것이라는 전제하에 말이다. 보형님은 대학에서 연극을 6년가량 하다가, 다시 영화계로, 그리고는 아일랜드로 왔다. 처음에 왜 영화를 전공으로 하게 되었고, 영화 쪽에서 일하게 되었냐 물었다. 대답은 영화 러브레터를 보고 너무 큰 감명을 받아서 처음 진로를 영화 쪽으로 정하게 되었단다. 어쩌면 그리 간단하게 진로를 정해도 되는가 싶지만, 이게 가장 정확한 근거가 아닐까도 생각 든다. 요즘 말하는 연봉이나 직종의 미래를 따지고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명확히 좋아서 선택하게 된 직업, 그게 영화였다. 


 그는 마케팅 쪽으로 일을  했었는데, 본인이 책임을 맡은 알만한 영화가 설국열차와 감시자들 정도라고 했다. 갑자기 사람이 멋있다. 그렇게 보였다. 내가 본 영화들 중에 관련자가 있다니, 그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이름이 있다니 신기했다. 영화는 좋아서 했지만, 연극을 하면서 연기에 대한 재능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단다. 7년 정도 연극 무대에 섰는데,  왜 7년이나 영화가 아닌 연극을 했느냐 물었다 '관객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 배우가 재밌어서 하는 게 연극'이라고 말했다. 단편 영화도 출연하고, 연기에는 재능이 있었고 재미가 있었지만, 그 와중에 현실을 또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다시 영화 쪽으로 방향을 튼 것이란다. 그 외에도 연극계의 뒷이야기 영화계의 뒷이야기 들을 더 나누었다. 희극인의 삶, 어렵고도 신기하다. 본인의 이야기가 전체를 대변할 수 없다고 했기에 더 세부적인 이야기는 생략하고자 한다.



# 앞으로의 계획은? 


 30대는 외국에서 보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남은 30대를 외국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기 위해서 아일랜드로 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여전히 다음 국가를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하는 나보다 어쩌면 더 멋진 사람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여행이 아니라 직접 살아보는 것 또한 충분히 매력 있어 보인다. 


# 꿈이라는 게 뭘까요?라는 간단한 질문을 했다.


 <'꿈이라는 건 원동력이라 생각해요. 영화에서는 맥거핀이라고 하죠. 일종의 영화의 목표이면서, 흥미를 돋구는 요소를 맥거핀이라고 해요. 예를 들면 설국열차에서 맥거핀이 맨 처음 칸까지 가는 것이 맥거핀이죠. 하지만 영화의 핵심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결국 다른 것에 있죠. 영화가 맨 앞칸에 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잖아요? 맥거핀이 뚜렷한 영화가 재밌듯이, 맥거핀을 가진 인생이 재밌어요. 계획을 짤 대도 마찬가지예요. 시나리오를 짤 때도 맥거핀만 뚜렷하면 나머지는 그냥 나오는 거거든요. 인생도 마찾가지라고 봐요. 꿈이 있으면 나머지는 자동으로 해결된다고 봐요.'>


이번 인터뷰에서 나는 전율을 느꼈다. 이 말로서 나는 고민 하나를 해결했다. 어쩌면 개소리 일지 모르는 이것. 꿈이라는 게  버킷리스트처럼 간단히 이룰 수 있다면 그것은 꿈이 아니라 단정하고 확정한다. 그냥 해야 할 것 혹은 계획을 꿈이라고  포장했을 뿐, 꿈은 하나다. 그런 꿈이 만약에 달성돼버리면 어쩌나? 나는 고민했었다. 그 이후의 삶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불안감이 있었다. 나는 꿈을 향해 제대로 뛰지도 않고 있지만, 벌써 김치국을 마시고 있다. 하지만 결국 내가  생각했던 것을 이룰 것을 나는 안다. 그래서 불안했다. 


어쩌면 꿈이 맥거핀이라면, 단지 내 인생을 꿈이라는 것으로 양념 하지만, 본질은 꿈이 아니라, 요리 자체에 있는걸 말한다는 걸 나는 넌지시 이해했다.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꿈이 인생에 하나만 존재하고, 그것을 달성했을 때는 무엇을 해야 하나? 큰 성취감과 동시에 상실감이 오겠지만, 꿈이 전부가 아니라는 역설적 대답을 이해한다면 문제가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분명 이것보다 그 이상의 무엇이 존재한다는 느낌은 드는데, 아직은 모르겠다. 길을 조금 더 걸어보고, 꿈이라는 걸 달성한 사람에게  물어보아야겠다.


꿈이 어쩌면 최고의 인생 가치가 아니라는 의구심이 드는 순간이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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