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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생물학자

내 안의 목소리를 들어라

베른에서도 역시 카우치 서핑을 했다. 하지만 조금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다. 자극이 필요했고, 나에게 가르침 혹은 조언을 해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호스트 리스트를 보다가 꽤나 흥미로운 일을 하는 사람을 찾았다. 프리랜서 생물학자라고 하길래 여행의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니 당장에 와도 된다고 했다. 그렇게 만난 호스트가 마틴이었다. 퇴근 이후에야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에 한가득 쌓여있는 채집 장비와 박제된 나비들이 신기했다. 나는 조금 특별듯 허술해 보이는 그에게 간단히 맥주를 마시며 인터뷰를 신청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해

내 이름은 마틴이야, 독일에서 태어났고, 15년째 스위스에서 살고 있어. 스위스콤이라는 통신회사 IT 부서에서 일하고 있어. 사무직이지 뭐. 전혀 재미난 일은 아니야. 내 두 번째 일은 나비 조사야. 스위스 생물 다양성 모니터링 프로그램에서 일하는 거야. 정해진 장소로 가서 10월까지 나비 개체수를 확인하고 보고하는 거야. 보통은 여름에 하지. 기온이랑 바람이랑 이런 게 중요하거든. 매년 꽤 커다란 팀이 만들어져서 조사하는 업무를 해. 아주 재미난 것들이 많아.


정부에서 여기 단체에 돈을 주고, 단체에서는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교육시켜서 일을 해. 내가 이 일을 원해서 여기서 일하는 친구에게 먼저 부탁했어. 만약에 나중에라도 뭐 작은 일이라도 필요하면 불러달라고 말이야. 그러더니 나를 불러서  준비교육시키고, 곤충학 수업을 듣게 했어. 그리고 시험을 치르게 했는데 통과해서 일하게 되었지. 교육이 필요한 게 스위스에는 200 종이 넘는 나비들이 존재하거든. 다 알 필요는 없는데 대부분은 알아야 해. 다른 나라들도 이런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는데, 대부분 자원봉사자들에 의해서 한다고 하더라. 그런데 스위스는 전문적인 방법으로 진행하지. 그래서 돈은 많은 쓰지만 질은 높아! 알잖아. 스위스는 자연에 엄청 신경 쓰거든


- 인생에서 언제가 가장 힘든 시기였어?

뭐. 내 친한 친구가 죽었을 때나, 연애 문제가 아닐까 싶어. 진짜 슬픈 경험들이 었어. 친구 이야기를 하자면, 그 친구는 34살 밖에 안됐지. 그런데 아주 예상치 못 하게 죽었어. 아무도 죽을 거라 생각하지 못 했지. 혈관 벽이 자꾸 얇아지는 병을 가지고 있었어. 비록 그 친구는 그걸 알지 못 했지만 결국에 갑작스레 혈관이 부풀어 올라서 터져벼렸고, 피가  몸속으로 흘러 들어가서 잠깐 사이에 죽었어. 의사들도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많은 운이  필요했는데 그 친구는 그게 없었어


 당시에 어떤 느낌 이었냐고? 엄청난 충격이 었지. 왜냐하면 전혀  예상할 수 없었거든. 내가 그 순간에 뭘 할 수 있었겠어?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난 지 몰랐어. 이해하는데 까지 시간이 좀 걸렸어. 그걸 아는데. 그리고 어딘가를 향해서 물었지. 왜 그 친구여야 하냐고. 그런데 아무도 대답이 없더라고. 어떻게 극복했냐고? 그거 알아? 시간이 상처를 치료한다는 말? 8년이 이미 흘렀어. 그런데 그건 아니더라고.  아직도 가끔 그 친구 생각이나. 그래서 다른 친구들이랑 그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이겨내고 있어. 친구들이랑 그 친구랑 함께 했었던 좋은 기억들을 떠 올리는 거야. 생각이 난다면 억지로 라도 좋은 기억들이 떠오르게 한다면 나쁘지 않잖아. 그리고  극복하는 데 있어서, 좋게 마무리를 하는 것도 중요한 거 같아. 물론 마지막 모습을 보기 두려웠지만 그 친구 장례식에 갔지. 그리고 작별인사를 했어. 꼭 생각해야 해. 어떻게 작별인사를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마무리를 할지 말이야.


- 인생에서 후회하는 건 있어?

스톡옵션을 잘 못 한 게 아주 후회돼. 다른 통신회사 주식들을 샀지. 90년대 붐이었잖아 쓰레기를 사는. 그리고 버블이 커져버렸지.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엄청 많지도 않지만, 내게는 엄청 많은 돈이었어. 그래서 아직까지 돈 모으는 게 쉽지가 않아. 그 누구도 항상 옳은 결정을 하는 운을 가진 사람은 없다는 거야. 뭐 내 개인적은 생활에서도 뭐 후회라는 게 그 순간에 그 결정을 할 때는 합리적으로 보이거든, 특히나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후회가 남은 결정을 하기가 쉬워져. 나이가 들면서 자동적으로 더 현명해지거나 그러지 않아. 착각이야. 나는 내가 20살 때보다 더  현명해졌다고 말할 수 없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 일거야. 그런 척하는 것일 뿐이지.


- 어렸을 적 꿈은  뭐였어?

내 생각에 항상 나는 생물학자가 되기를 원했어. 처음에 1년은 생물학 공부를 했어. 지금은 물론 전혀 다른 IT회사에서 일하고 있지만 말이야. 내가 배운 생물학은 생각했던 거랑 너무 달랐어. 그래서 포기하고 IT랑 비즈니스 파트로 공부하기로 했지. 나는 동물을 조사하고 살펴보고 그런 걸 원했어.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는 거 그리고 밖으로 나가서 뭐 곤충들이 어디에 알을 낳고 어디에 번데기를 만드는지 그런 걸 직접 보고 싶었어. 아직까지 여기는 미지의 영역이 많거든. 나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걸 발견하고 싶어.


- 지금은 꿈이 뭐야?

지금은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어. 이란에 가서 알려지지 않은 나비들을 조사하고 했던 것도 다 그런 이유 때문이야. 언젠가 이걸 끝내고 싶어. 그게 꿈이야. 어떤 것과 어떤 것의 관계를 발견하고 그런 거지. 내가 매일 이런 것들을  꿈꾼다고 할 수는 없어. 그런데 이런 일들이 내 꿈이야. 이게 내 동기 부여지. 언젠가 내 프로젝트를 끝낸 다는 것 말이야.


- 그럼 너는 언제가 가장 행복해?

사무실에서 일할 때 전혀 행복하지 않아. 행복이라는 단어가 아주 큰 단어지만, 필드에 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 같아. 아마도  꿈속에서 산다고  말할 수도 있을 거야. 은퇴하고도 계속 이일을 할 거야. 지금은 가족이 없지만 가족이 있다면 가족이 중요할 거야. 지금도 여자친구가 나비를 질투하지.


- 지금 내 나이 26살로 돌아간다면 뭐 하고 싶어?

내 26살 때는 막 대학을 졸업할  때였어. 내가 너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네가 직업을 구할 때 네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으면 좋겠어. 돈이 가져오는 것들을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마. 대신에 니 스스로가 하는 말들을 들어. 만약에 그게 재밌다면, 흥미롭다면 그게 아마도 길게 본다면, 최고의 결과를  가져올 거야. 진짜로 네가 진짜로 좋아하는 일을 해. 나도 알아. 어떤 직업들은 아주 작은 돈도 벌지 못 한다는 거. 아주 아무것도 벌지 못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길게 본다면 네가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해.


한 가지 중요한 건, 내 스스로가 되는 게 중요해. 다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마. 네가 멋져 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 마. 니 평생을 그런 사람으로 유지 기하는 건 불가능해. 나중에는 결국에 실망만 남을 거야. 우리는 우리 사생활에 있어서는 최소한 연기자가 되지 말아야 해. 적어도 사생활에서는 말이야. 모두가 자기 생각처럼 연기에 능하지 않거든. 내가 느끼기엔 그래.


- 그러하다. 우리는 타인을 연기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롤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멘토라는 이름으로 연기하기를 강요받고, 그 강요를 당연하게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쏟아져 나오는 책들의 이야기를 내 신념처럼, 자시의 가치에 맞는지에 대한 검증도 없이, 바로 믿고 따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내 안의 목소리는 잊은 채로 말이다. 언젠가부터 내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는지, 삶에서 어떤 배역을 하고 있는지 연구하기보다는, 멋있어 보이는 다른 사람의 배역을 시기하고 질투하다 다른 배역을 따라 하는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연극의 끝까지 가봐야 안다. 


나의 길을 가야 한다. 말을 듣고는 나는 솔직한 말로 조금 찔렸다. 가식과 위선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나도 모르게 연기하는 모습을 무의식 중에 비추어 볼 때면, 부끄러웠다. 그렇기에 마틴 아저씨의 말이 아프게 나를 눌러 내렸다. 너무 연기를 잘해왔어서, 그게 연기인 줄 몰랐다면 모를까, 나는 알고 있었다. 가끔은 그게 연기였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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