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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는 삶은 없다.

실패는 있어도 후회는 없어야 제대로 산 인생이지 않을까?

아일랜드 한인회장 님이시자, 트리니티 대학의 생명공학과 교수님이신 목헌 교수님을 만나 뵈었다. 무례할 수 도있는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너무도 흔쾌히 응해주셔서, 운동복 바람에 씻지도 않고 뵈었었다. 지나고 보니 조금 죄송스럽기도 하다. 편안하게, 아주 젠틀 하지만 또 푸근하게 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교수님은 생명공학과 단백질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해당 분야에 최고라 꼽히시는 분이라 한다. 꽤 원래 과학분야가 세부적으로 많이 나뉘어 있어서, 파고 들어가면 대부분이 그렇다고 말씀하시지만 굉장한 분임에는 틀림이 없다. 교수님이 천재?라는 그런 소문도 있었는데, 인터뷰 내내 노력을 강조하셔서 나름 놀랐었다. 그 인터뷰 중 일부를 요약해 본다.




교수님의 꿈이 이전과 달라졌는지?


' 우리가 소싯적에 가지고 있었던 소망이나 꿈은 물리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은 질적으로 많이 바뀐 것 같습니다. 자기만의 만을 위한 삶이었는가? 자기 가족만을 위한 삶이었는가? 자기 공동체만을  위한가?라는 질문에서 점차 후자 쪽으로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목표도 같습니다. 결국은 주위의 분들이 행복해지고, 미소를 짓게 하는데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도울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바랄 것은 없습니다.

 그 방법을 저는 현장에서, 일선에서 베풀고자 합니다. 소위 말해서, 이력에 올리기 위해서 베푸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러한 분들에게 ‘나랑 같이 돼지 똥 치우자’라고 말하면 이유 핑계 변명 구실을 대면서 하지 않습니다. 제가 감히 그렇게 살고 있다고  말씀드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살고자 하고 있습니다.'


멋지다. 이 말 밖에 나는 할게 없다. 보여주기 식의 봉사와 헌신에 나 역시도 신물이 난다. 하지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속을 것이고, 혹은 그저 모를 것임에 틀림없지만 나는 그래서 싫다. 사람들의 위선이 말이다. 하지만 교수님의 생각은 달랐고, 존경스럽다. 내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아닌가 생각했다.


- 여러 아일랜드의 유학생들 그리고 새로운 삶을 찾으러 온 학생들에게 안타까웠던 것들이 있나요?


'저는 나이는 고려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정도의 경륜이 쌓인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가끔 듭니다. 다른 서양 국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철이 듦이 조금 늦은 게 아닌가 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이큐는 더 높을 것인데, 성장과정을 통해서 철든다는 것. 그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라 봅니다. 철이 든다는 것의 기준은, 주어진 상황에서 그 상황을 완벽히  받아들이냐, 그리고 주어진 tool 들을 완벽히 이용하느냐의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여행을 하시니, 여행으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행의 목적이 다른 나라를 경험하는 것이었다면, 카자흐스탄에 갔는데 숙소를 찾는 것으로 표현해 보겠습니다. 완벽히 상황을 받아 드리고 주어진 툴을 이용하는 것은 현지인의 숙소를 찾고 그들의 방에서 현지인과 지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한 다는 것은 한인 민박을 찾아 김치에 쌀 밥을 먹는 것입니다. 거기에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카자흐스탄까지 김치에 쌀밥까지 먹는 경험에 만족한다면, 차라리 부산으로 갔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자흐스탄이 아니라. 삼시세끼 한인민박에서 밥을 든든하게 먹어야, 카자흐스탄에 더 다른 것을  경험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 합리화하는 그것 자체가 놀라울뿐더러, 그것이 왜 문제냐라고 한다면 더더욱 놀랍습니다. 이렇다고 한다면 대화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어떤 여행이 좋다 나쁘다를 말한 게 아니라, 철이 든다는 것에 대해서 비유를 그렇게 든 것이다. 변명하고 상황을 피하는 게 아니라, 받아 들어야 하는 조건을 그대로 얼마나 정확히 빨리 받아들이느냐가, 아닐까 다시 생각해본다. 피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말이지 않을까? 이해해 본다.


 이어서 '그 사람들도 다들, 시류에 휩쓸려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닐까요?'라고 질문을 했다.


'진정으로 원한다면 문제가 안 된다. 생각합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프리미어리그의 경기장을 보러 여행을 가려합니다. 그것을 하는데 굳이 친구랑 같이 갈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휩쓸린다면, 다른 친구 여럿이서 축구장도 보고 다른 것도 하자라고 가서, 원래 목적을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성숙한 사람이라고 하면, 비록 휩쓸린다고 하더라도, 원래 목적은 달성하는 것입니다. 남들이 술을 먹자고 한들, 놀러 셀카를 찍어서, 인증샷을 찍어서 올려야 한다고 한들. 왜 그럴 까요? 남들의 시선 때문에.'


 그렇다면 남들의 시선으로 사는 것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나요?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 말고, 대부분의 사람들이라고 말합시다. 남의 길을 가지 않기 위해서는, 노력으로 극복해야 한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잣대, 기준이 문제가 되겠지요. 모두가 다 열심히 산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실제로 열심히 하였는지는 본인이 더 잘 알겠지요. 그렇다고 그 기준을 본인이 정하면 안 되지요. 박세리가 골프 연습량을 본인이 정합니까? 아닙니다. 결국은 아웃풋, 결과로 말하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하면  안 됩니다. 전략적으로 열심히 해야 합니다. '


  그러면, 교수님께서는 지금까지 살면서 후회하는 일은 없는지요?


 '실패는 있어도 후회는 없어야 하는 겁니다. 이 문제는 본인의 관점이 어떻게 만들어졌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관점이 본인의 삶을 통해서 만들어져야 하는 것인데, 남들의 시선과 남들의 말로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후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남들은 뭐 했는데, 나는 못 했으니 후회스럽다.’ 자기가 자기의 길을 죽어라고 걸었는데, 거기서 무슨 후회가 있겠습니까? 다시 말하지만, 거기에 실패는 있어도 후회는 없는 것입니다.' 



나는 일침을 받았다. 뻔한 질문을 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사실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뻔한 질문에 다른 측면에서 바라봐 주셔서 감사하다.  조금 더 나도 일침을 가하는 질문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본질을 꿰뚫지만, 참신한 질문. 그러면서도 내가 궁금했던걸 알 수 있는 질문을 생각해 보아야겠다. 


남들에 의해서 관점이 생긴다는 말, 이해한다. 나도 그랬었고 지금도 완벽히 벗어났다고 할 수 없다. 노력 중이지만 서도 그게 또 잘 안될 때가 있다. 이봉주 선수가 마라톤 은메달을 땄을 때, 한국 사람들은 축하 반 비난 반을 했을 때, 이봉주 선수가 그랬다고 한다. 자기는 은메달에 만족하고 감사한다고. 자기가 최선을 다했고, 그간 노력이 후회하지 않을 정도였기에 본인은 후회하지 않는 것이다. 


실패는 있어도 후회는 없다는 교수님의 말. 조금 멋지다. 후회하지 않는 인생을  강조하시는데, 나는 전적으로 동감했다. 성공이 라거 어쩌면 후회하지 않는 게 성공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교수님께서 한인민박과 여행을 예로 든 것은 인생을  비유했을 뿐이다. 민박이 나쁘고 그런 여행이 나쁘다고 이해한 사람이 있다면 참으로 안타깝다.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야 한다. 나는 변명하는가? 상황에 맞추어 처음 목표가 이게 아니었다고 수정하면서 자기 최면에 빠지진 않았는가??


나도 일정이 늦어졌고, 처음 생각했던 영어 실력만큼 되지 않은데 할 말이 없다. 다만 나는  인정할 뿐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인정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다.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 또 위로한다면 안타까울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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