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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육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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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a Dec 11. 2021

더이상 에세이를 쓰지 않는 이유

 대체로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아침에 남편의 출근 준비 소리에 깨어나 도시락을 준비하고(매일 싸진 못한다), 아이의 밥을 준비하다 보면 아이가 잉-하는 소리를 내며 깨어난다. 아이의 방문을 열고 아이에게 잘 잤어? 라고 말하면 울음소리를 내던 아이가 뚝 그친다. 아이의 밥을 먹이고, 얼굴을 씻기고 양치를 하고, 잠시 놀다 보면 간식 시간. 또 놀다 보면 낮잠 시간. 날이 좋으면 산책을 하러 가고, 아니면 집에서 이방 저방을 활보하는 아이를 따라다녔다. 특별할 일 없는 날들이 이어졌다. 비슷한 하루가 지나가고, 가끔 친구를 만나고, 병원에 다녀왔다. 택배 박스는 하나둘 문밖으로 도착했고, 어느 날은 택배 박스를 여는 즐거움으로 보냈다. 그러다 오늘 낮이었다.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다. 그런데 갑자기 나는 언젠가 이 순간을 그리워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어느 따스한 날, 햇살이 창문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아이가 내 손을 잡아 이끌며 아장아장 걸어가는 평범하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나는 그리워하고 또 그리워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몰랐다. 아이가 말을 안 듣고 떼를 쓰는 어느 날일 수도 있고, 사춘기가 되어 방문을 걸어 잠그는 날일 수도 있다. 그러다 문득 글이 쓰고 싶어졌다. 더는 내게 특별한 사유가 없는 것 같아 쓰지 않은 일기같은 에세이를. 쓰지 않은지 한달이 훌쩍 넘은 것 같은 에세이를. 일상이 특별하기에 글로 담는 걸까, 글을 씀으로써 일상이 특별해지는 걸까.


 인터넷에 에세이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나는 내 에세이에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눌러주고 댓글을 달아주는 글은 그런 글이었으니깐. 에세이를 인터넷에 올린 지 2년 반쯤이 지났다. 나는 올해 가을, 브런치 공모전을 마치고 에세이가 써지지 않았다. 모든 것이 전소된 느낌이었다. 예전에는 에세이를 꾸준히 올려서 블로그와 브런치를 키우고 싶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예전에는 내가 처한 현실이 불만족스러워서 에세이로 쓰며 해소했다면, 지금은 에세이를 쓰지 않아도 충분히 내 삶이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이런 마음이라면 에세이를 잘 쓰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소재가 생기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겠지.

 개인정보 이슈도 한몫했다. 글이 네이버 메인에 뜬 것을 보고 지인에게 연락이 오고, 같은 지역분이 댓글을 달면서 내가 누구인지 알려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했다. 글을 쓰는 나와 현실의 나는 구분 짓고 있는데,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고 해야 할까.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나는 글로 밥벌이를 하고 싶은데 투고에도 실패했고 공모전에도 떨어졌다. 책이 돼도 에세이로는 돈이 되기 힘들어 보였다. 다음 메인에도, 네이버 메인에도 수차례 걸렸는데도 돈은 되지 못해서 아쉬움이 있었다. (물론 브런치를 통해 몇 달 기고를 한 적이 있었지만 짧게 끝났다.)

 그리고 이제 다른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을 쓰면서, 에세이를 쓰지 않아도 쓸 글이 쌓여있다.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어야 했고 내 생각과 밀착되어있던 에세이를 쓰는 것은 한편으로는 마음이 해소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되씹는 과정이 고통스러운 일이기도 했다. 하지만 새로운 장르의 글을 쓰며 나와 약간 떨어져 있다 보니 글과 일체화가 되지 않아서 편하다.

 이제는 에세이를 쓰더라도 예전처럼 힘을 줘서 쓰지 않고 가볍게 일기같이 쓸 것 같다.

 2019년 봄부터 2021년 가을까지, 에세이를 쓰느라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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