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일을 하고 싶었다. 내가 실수를 해도 그 실수가 큰 책임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그런 일. 나 스스로가 두 달 정도 일하기에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인지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정말로 나는 그런 일을 하게 되었다. 이 곳의 많은 파트 중에서도 특히 이 파트가 실수를 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 일이었다. 컴플레인도 잘 받을 일이 없었으며, 실수를 해도 대부분 모르고 넘어갈 수 있는 실수였고, 하지만 다른 파트보다 더 많은 돈을 받는 일이었다.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을 맡게 되자 나는 내 자리가 쉽게 대체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글을 쓰는 8월 말 현재, 내가 일한 2개월이 안 되는 시간 동안 안내 도우미 5명이 일을 그만 두었고, 최대 인원인 8명에서 한참 모자랐다가 다시 8명까지 풀로 차는 일이 반복되었다. 내가 일을 그만두면 내 자리를 채울 아이도 대기하고 있었다. 내가 예정보다 조금 일찍 일을 그만두어야겠다고 하자, 관리자는 조금만 더 해줄 수 없느냐고 말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내 자리를 채울 아이도 정해졌다. 그런 곳이었다. 나의 존재는 미약했고, 나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래서 편한 것도 있었고, 그래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런 곳이어서 그런지 갑자기 그만 두는 사람도, 말도 없이 결근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매일 아침 우리가 들어가야 하는 곳은 유동적으로 짜여졌다. 그런 유동성이 나는 피곤했다. 하지만 내가 오기 전부터 오랫동안 지속돼 온 것일 것이다. 그런 유동성에 넌덜머리가 날 때마다 나는 퇴사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9월 초로 예정된 퇴사날은 너무도, 너무도 멀었다.
어쩌면 일을 하고, 친구를 사귀고, 애인을 사귀고, 결혼을 하고 가족을 이루는 모든 일련의 일들이 대체되지 않는 인간이 되고 싶어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세상의 누군가에게 내 존재가 꼭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한 몸부림. 나도 그렇게 살고 있지 않은가. 거기다 내 꿈은 내 이름을 남기고 죽는 것이 아닌가. 나는 쉽게 대체되고 싶은 인간이었지만 그 내면에는 가장 대체되고 싶지 않은 인간이 되고 싶은 욕망을 품고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할 즈음 나는 남자친구와 관계가 시들해져 있었다. 과연 나는 남자친구에게 대체되지 않을 수 있는 존재인 것이 맞는 것일까? 나는 그런 의문을 품는 것조차 싫었지만 계속해서 드는 의문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