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타임>을 보면 미래 시대에는 시간이 돈이고 지위고 생명이라는 것을 잘 보여준다. 굳이 영화 속이 아니더라도 현실 사람들 중에 ‘시간은 소중하다’, ‘때로 돈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나 그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의외로 많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도 시간을 매뉴얼적인 관리보다 감성적인 각성이 더 중요하기도 하다. 시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는 방법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직장인들이 직장에서 하루 평균 2시간 농땡이를 친다는 설문조사 결과로 인터넷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솔직하게 말해 직장을 다니면서 2시간 정도 쉬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얼마냐 일하느냐보다 얼마나 시간을 밀도 있게 쓰고 생산성을 일으켰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글 같은 회사의 경우에는 20%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쓸 수 있다. 미래로 갈수록 근로시간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하니 기업들은 구성원들의 근무시간양보다 그들이 어떻게 질적으로 더 나은 시간을 투입하도록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개인으로 봐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원하는 꿈과 비전을 이루고 싶다면 시간이라는 자산부터 다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작 나 자신이 어느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다면 어떻게 시간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까.
(이미지출처: www.amazon.com)
많은 사람은 자신이 어떠어떠한 일을 하는 데 어느 정도의 시간을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부분 추측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자신은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든지, 나름대로 자기계발에 신경 쓰고 있다든지, 게임도 적당히 하고 있다든지, 그래도 가까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데 시간을 쓰고 있다고 생각한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에게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시간가계부에 기록된 자신이 시간투자나 관계 맺기에 쓴 시간이나 게임 등에 사용한 시간을 알게 되면 깜짝 놀라게 된다.
실제로 대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 점을 알기 위해 시간가계부를 작성해보는 것이 좋다. 자신이 직접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기록함으로써 어떤 부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아볼 수 있다.
시간가계부 작성법은 간단하다. 금전 가계부처럼 시간의 지출입 내역을 기록하면 된다. 일단은 하루 24시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기록한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시간 단위로 기록하지 말고 사건 단위로 기록해야 한다.
그러니까 9시부터 10시까지는 무엇을 하고, 10시부터 12시까지는 무엇을 하고, 12시부터 1시까지는 식사를 하는 식으로 기록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더 구체적으로 기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시간부터 먼저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부터 먼저 기록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사건’이라는 것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말한다.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하나의 사건이다. 먹는 것, 이동하는 것, 책 읽는 것, 영어 공부하는 것, 전화 통화를 하는 것, 사람을 만나는 것, 상사와 대화하는 것, 업무와 관련한 문서작성을 하는 것, SNS 활동을 하는 것, TV를 보는 것, 게임을 하는 것, 술 마시는 것, 잠자는 것, 멍 때리는 것, 운동하는 것, 청소하는 것, 집안일을 하는 것 등이 모두 다 하나의 사건이다.
그러니까 이렇게 잠자리에서 깨어나는 것에서부터 잠들 때까지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일일이 기록해보는 것이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까지 그 일을 했는지 시간을 기록해본다. 그런 다음 일주일 후에 사건 단위별로 시간을 묶어본다. 자신이 어떤 부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재분배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미래를 위한 투자시간이 많은지, 단순하게 특정 업무만 반복하고 있거나 쓸모없는 일에만 시간을 소비하고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만일 미래를 위한 시간투자보다 지출, 즉 시간낭비가 더 많다면 지금 당장 시간의 사용 용도를 변경해야 한다. 저축이나 기업운영 원리를 생각해보면 결론은 간단하다.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다면 결국은 파산으로 끝날 수 있다.
인생을 파산으로 마감하고 싶지 않다면 미래를 위한 투자시간을 먼저 배정한 다음 다른 분야에 시간을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까 만일 학생이라면 일주일 동안 ‘독서 7시간, 영어 공부 10시간, 강연 듣기 4시간, 글쓰기 6시간, 중요한 사람과 만남 5시간, 자료 정리 10시간, 아르바이트(혹은 대외활동, 봉사활동) 16시간’ 등처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의 사건목록을 정하고 그것에 먼저 시간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시간가계부가 복잡해서는 안 된다. 가계부 작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서도 안 된다. 간단하다. 사건과 사용한 시간만 기록하면 된다. 첫 번째는 내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팩트체크만으로도 충분하다.
시간을 배분하는 항목은 자신이 학생이냐 직장인이냐 1인 기업가냐 경영자냐에 따라서 조금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경영자라면 자신의 기록한 시간가계부를 보며 자신이 회사의 목적에 부합한 일에 시간을 쓰기보다 정작 하루 매출액만 들여다본다거나 방문자 추이만 확인하는 데 시간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솔직히 이 예는 나의 경험에서 기인한다. 내가 벤처기업의 사장을 했을 때 나도 모르게 매일 매출과 일일 회원가입자 수에 신경 쓰게 되었다. 그러나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비전을 공유하거나, 직원들을 동기부여하거나, 직원들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거나, 유능한 직원들을 채용하거나, 육성하는 데’ 시간을 더 할애해야 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앞으로 동기부여 강연가가 되겠다는 막연한 목표만 가지고 있었다. 거의 하루 종일 집에 머물러 있었지만 매일 같이 하루 24시간을 내가 어떻게 쓰고 있는지 기록했다. 나보다 앞서간 재능 있고, 뛰어난 사람들에 비해 출발이 늦은데다 가족들과도 떨어져 주말부부 생활할 때라 그 어느 때보다 시간을 귀하게 사용하려 노력했다. 그때 써본 시간가계부가 내가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게 만들어주었다.
삶에서 변화가 생겼을 때 시간가계부를 한 달가량 써봄으로써 시간을 새롭게 재편하고 보다 유용한 시간활용법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신상변화가 없더라도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재 자신이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기록해보고, 관리하고, 통합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의 소중함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핵심 요약: 시간가계부 작성법
•24시간 동안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일일이 기록한다.
•단, 시간 단위로 기록하지 않고, 사건 단위로 기록한다.
•어떠한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해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시간을 배분한다.
•인생의 전환점이 생길 때마다 한 달가량 기록해본다.
기 록 해 보 기
1)목표달성을 위해 장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을 기록해보자.
2)목표달성을 위해 단기적으로 시간을 투자해야 할 일을 기록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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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정철상은...
인재개발연구소 대표로 대구대, 나사렛대 취업전담교수를 거쳐 대학, 기업, 기관 등 연간 200여 회 강연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 진로백서>, <서른 번 직업을 바꿔야만 했던 남자>, <아보카도 심리학> 등의 다수 도서를 집필했다. 대한민국의 진로방향을 제시하며 언론과 네티즌으로부터 ‘젊은이들의 무릎팍도사’라는 닉네임을 얻으며 맹렬히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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