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위치한 어느 유명기업에 합격했다는 스토리 역시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마치 예전 고3 시절 대학입시를 앞두고 명문대학교에 합격한 선배들의 합격수기를 읽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다양한 케이스의 경험담이 담긴 글들을 보면, 그동안의 노력과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타국에서 도전정신이 대단하단 생각도 들고, 꿈에 부풀었던 나의 해외취업 초창기 시절도 떠오른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취업한 것, 그리고 사회생활의 첫 시작을 가족과 떨어져 타국에서 완전한 독립을 한 것 역시 정말 대단한 것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이런 합격수기들을 읽고 있을 때 항상 궁금했던 건, 마지막 문장 바로 그 다음의 스토리였다. 해외취업은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이 아니다. 취업해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고 마침표가 찍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때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회사에 입사해서 맡은 일도 열심히 잘해서 커리어 쌓는 건 당연히 해야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본인이 어떤 브랜드를 갖고 있는지, 본인 만의 가치를 어떻게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퍼스널 브랜딩, 혹은 평판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 같다. 굳이 회사에서 뿐만 아니라도 본인의 이름을 걸고 업계 불문으로 내세울 수 있거나 할 수 있는 스킬 셋이 있는지, 어떻게 커리어를 풀어나가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리고 이런 건 누군가가 따로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부딪히며 on the job training처럼 터득해야 하기에 쉽지 않은 문제인 듯하다.
지난주에 사업하는 선배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요즘엔 뭐하고 지내? 아직도 회사 다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며 활발하게 무역사업을 하던 선배를 동경하며
나도 언젠간 선배처럼 사업하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얘기했었는데 그때가 벌써 10년 전이다.
선배는 나에게 해외에서 사는 환경을 레버리지 해서 얼른 사업을 시작하라고
행동에 옮겨야 하는 거라고 항상 얘기했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업을 시작할만한 깡은 없이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회사원으로 지내고 있다.
하나의 직업으로만 평생을 살기엔 세상에는 너무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뭔가 정말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위해 환경을 바꾸고 싶다가도
지금 나의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미칠 영향이나 변화를 생각하면
솔직히 행동으로 옮기기가 부담스러워진다. 아니면 난 아직 그만큼 간절하진 않은 걸까.
수많은 책들에서 얘기한다. 요즘에 은퇴할 때까지 회사가 미래를 책임져주는 시대가 지났다고.
굳이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본인만의 브랜드로 여러 플랫폼을 이용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일까, 취업 이후의 스토리가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에 대해, 회사 내에서든, 그 밖에서든
본인만의 브랜드로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국내에서는 꽤 많이 있는 것 같지만
해외취업 이후의 본격적인 새로운 도전 스토리는 찾기 쉽지 않은 듯하다.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요즘에는 취업 이후에 커리어 관리를 꾸준히 이어가며 타 업계로 도전해서 이직한 사람들, 사업하는 사람들, 본인만의 브랜드로 창직한 사람들 이야기가 관심을 더 사로잡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지금 있는 이곳에서 회사 내에서든, 밖에서든 나만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어떤 것이 있을지 항상 고민이 된다. 해외 거주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이 고민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 것 같다. 또다시 10년이 흐르고 나면, 그땐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