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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ug 12. 2020

싱가포르와의 첫 만남

14년 전의 어느 여름

인턴으로 처음 싱가포르에 도착했던 14년 전 어느 날.


후끈하고 습도가 높았던 여름 날씨 공기를 느끼며

창이공항에 도착해서 시내 숙소로 가는 길이었다.

고속도로를 20분 남짓 달리고 나니 

서서히 드러나던 싱가포르 금융가의 스카이라인을 보자

나의 마음은 설렘으로 두근거렸다.  


당시 현지에 있던 회사 직원이 임시로 정해준 숙소는 

시내에 위치한 Hotel 81이라는 곳이었는데

깨끗해 보이긴 했으나, 침대 하나에 창문이 하나도 없는 좁은 방이었다.

아무래도 아직은 학생이고 인턴 신분이었던지라

최대한 가격이 부담이 안 가는 숙소로 정해준 것 같았다.


숙소에 도착하고 난 이후엔 늦은 시간이었다.

창문 하나 없이 환기가 되지 않아 눅눅한 냄새가 나던 그곳에서

나는 설렘, 긴장, 걱정이 뒤섞인 마음으로 싱가포르의 첫 날을 보냈다. 

몇 개월간의 인턴생활을 시작하기에 앞서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지,

앞으로 나는 이곳에서 어떤 날들을 보내게 될까

온갖 생각들이 뒤섞인 채 쉽사리 잠이 안 와서 뒤척이던 첫날이었다.


그다음 날, 부모님에게 잘 도착했다고 연락을 했다.

그리고 싱가포르에 있던 유일한 지인이었던 언니에게도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걸었다.

당시 알고 있던 지인인 언니는 이미 싱가포르에서 석사를 마치고 직장인으로 일하고 있었다.

낯선 외국에서 그래도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는 것이 얼마나 든든하던지...


수화기를 통해 들려온 언니의 목소리가 유난히 반가웠다.

언니는 먼길 오느라 수고했다고 

퇴근 후에 만나자며, 지금 어디에 묵고 있냐고 물었다.

호텔 이름을 이야기하자 언니는 화들짝 놀라면서 왜 하필 거기에 있느냐고

괜찮다면 당장 언니네 집에 당분간 와 있으라고 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곳은 우리나라로 치면 러브모텔 같은 곳이었다는^^;


어제 시내를 지나가다가

그 호텔을 지나쳤는데 14년 전의 그 날이 떠올랐다.

창문 하나 없는 숙소에서 나의 싱가포르 첫 날을 보내면서 떠오른

설렘, 낯 섬, 그리고 두려움이 뒤섞인 감정으로 보낸 그 날. 

그래서 지인이었던 언니는 나에게 정말 든든한 존재였다.

현지 사정을 전혀 몰랐던 나에게 언니는 그날 저녁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시면서 많은 조언을 아낌없이 나눠주셨다. 


지금도 여전히 연락을 하고 지내는 언니는

내가 싱가포르에서 지내면서 무슨 일이 생길 때마다,

친정엄마처럼 의지되는 그런 고마운 분이다. 


요즘의 나는 후배들을 위한 멘토링 봉사활동을 하면서

당시의 20대 젊었던 인턴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언니에게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나 역시 막막한 해외 첫 생활에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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