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의 끝은 어디인가
사실 금융계는 코로나가 아니어도 구조조정은 항시 있기에 새삼스럽지 않을 수 있지만,
성품도 온화하시고 일도 평소에 정말 잘하시던 그였기에
그리고 이제 가정도 이루셔서 행복하실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경력이 거의 20년 가까이 되셔서
다른 회사로도 충분히 이직하실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전반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은 이 시기에
책임져야 할 아이도 생긴, 부모가 된 지금 시기에
이런 일을 겪으시다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한 회사에서 정말 오랫동안 같은 부서에서 같은 일을
20년 가까이 해온 이후에 그런 통보를 받는다며 어떤 느낌일까.
미국/유럽계 회사에서는 언젠가는 오늘이 라스트 워킹데이가 될 거란 생각을
항상 마음에 품고 다녀야 한다는 사실이 다시금 떠올랐다.
요즘 유행하는 지식콘텐츠 플랫폼에서
회사원의 이중생활이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은행에 다니다가 창업을 하신 분의 이야기였는데
그분은 항상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갖고 일을 하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잘 다니던 은행을 나와서 창업에 성공하셨지만
사실 본업에 집중하면서 제2의 커리어를 찾으려면 훨씬 더 많은 노력/시간 투자가 요구된다.
솔직히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겐 그렇게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출근해서 하루 종일 바쁘게 일을 하고 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빠르게 시간은 흘러버리기 때문이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하는데
일단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존감이 단단한 마음 내면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한때 독립을 꿈꿔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언젠간 나만의 브랜드로 뭔가를 하고 싶었기에
비즈니스 경영을 할 때 나름 도움이 된다는 MBA도 도전한 것이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을 통해 창업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더 많이 배우면 겁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두려운 것이 더 많이 생겨버렸다.
지금은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내가 좋아하는 것부터 조금씩 작은 프로젝트의 시작을 해보고 싶다.
거창하게 사업까지는 아직 바라진 않고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쓸모가 있는,
가치가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는 중이다.
훗날 회사원으로 오랫동안 일한 후에
뜻밖의 소식을 듣게 되더라도 자존감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회사 명함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나의 존재가치가 외부에 의해 휘둘리지 않는
나 스스로 단단한 중심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