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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Jan 24. 2021

터져버릴 것만 같은 옷장

코로나 이후 더 심해진 소비욕구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 나의 희망사항에서 가장 큰 적은 바로 옷과 화장품 그리고 책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기도 하고 외국에서 살면 한국 책이 너무 소중하기에 나중에 주변 사람에게 나눠주거나 할 수 있으니까 많이 산다고 해도 별로 죄책감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화장품 역시 메이크업 일로 인해 어차피 쓰는 물건이니까 합리화할 수 있다고 쳐도 옷장이 터져나갈 듯 꽉 찬 옷들은 이제는 그만 좀 살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싱가포르에서는 거의 쇼핑을 하지 않는다. 예쁜 옷으로 느껴지는 브랜드가 거의 없고 디자인도 별로 끌리지 않기 때문이다. 거의 한국에서 옷을 사는 편인데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가지도 못해서 한동안 내가 좋아하는 옷들을 이제 못 사는 건가 라고 심란해했지만, 오히려 코로나 기간 동안에 인터넷 쇼핑으로 평소보다 더 사게 되는 것 같다. 게다가 요즘에는 배송대행 서비스도 여러 개 생겨서 한국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 별로 어렵지 않다. 


거의 재택 중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 복귀할 그 날을 위해 예쁜 정장 원피스가 눈에 띄면 사고 싶어 지는 소비의 욕구가 꿈틀거린다. 세련되고 멋스러워 보이는 저 옷을 사고 나면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겨서 뭔가 일도 잘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에는 다이어트하면서 점점 맞는 옷들이 늘어나는 바람에 더 아담한 사이즈의 옷을 입고 다이어트 성공을 자축하고 싶은(?) 동기부여용으로도 자꾸만 눈이 간다.


문제는 그렇게 옷을 사더라도 인터넷에서 사는 옷의 한계 때문에 실제 받아보면 생각하던 것과 차이가 나는 색상일 때도 있고, 실망해서 한 번도 못 입고 태그를 그대로 달고 옷장의 한구석에 처박아둘 때도 많다는 것이다. 사실 모델핏으로 보니까 예쁜 거지, 실제로 내가 입어보면 별로인 경우도 많다. 옷빨은 역시 몸매가 받쳐줬을 때 예쁘다는 것이 진리인 듯. 나눠주려고 해도 나와 같은 체형의 사람을 찾기도 힘들뿐더러 중고거래도 같은 사이즈를 입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인지 잘 되지 않는다. 


그렇게 하나둘 사모은 옷들로 인해 옷장은 이미 꽉 찬 지 오래됐고 삼단으로 된 옷걸이까지 따로 사서 걸어둘 만큼 침실이 점점 드레싱룸처럼 되고 있다. 예전에 입었던 사이즈가 큰 옷들도 정리하거나 버려야 하는데 한두 번 입고 안 입은 멀쩡한 옷들이 많아서 아까운 마음에 아직도 버리질 못하고 있다. 그리고 다이어트 동기부여용으로 하나둘씩 사모으는 옷들도 점점 쌓이면서 이제는 옷을 그만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다.


옷장이 너무 꽉 차서 협소한 공간 때문에 옷걸이 걸 여유가 없는데, 또 막상 외출하려면 입을만한 옷들은 없어 보이는 신기한 경험을 한다. 이제 충동구매는 하지 않기 위해 인터넷 쇼핑몰 어플들을 전부 지워버렸다. 그리고 하루에 적어도 하나씩 버리기 연습을 하면서 여유 있는 옷장을 만들고 싶다. 다이어트 동기부여용의 옷들은 이제 충분하기에, 앞으로 동기부여를 핑계 삼아하는 충동적인 소비는 그만하고 정말 다이어트를 성공했을 때, 그때 나만을 위한 선물을 하기로 결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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