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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Feb 13. 2021

어느 날 갑자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던 소식

"외삼촌이 위암 4기래"


명절이라 새해 인사를 보냈는데 예상치 못했던 소식이었다. 엄마에게서 온 문자를 보고 한동안 답변을 하지못했다.


말기암이라는 건 드라마에서만 나오는 이야기 인줄 알았다. 희망 가득하게 꿈꾸어오던 미래를 위해 열심히 살던 주인공이 어느날 문득 병원에 갔는데, 갑자기 암선고를 받았다는 내용, 그런데 이 소식은 드라마가 아니라, 현실이었다.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는데 이미 암세포가 다른곳으로 퍼진 말기암 진단을 받으셨다는 외삼촌의 소식은 황망하기도 하고, 그저 꿈만 같았다. 암이라는 병은 나와는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 인줄로만 알았는데, 가까운 친척이 그런 일을 겪고 있다니 거짓말 같았다. 평소에 크게 아프거나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아니었고 정기검진도 꼬박꼬박 받으셨다는데 어떻게 이런일이 생길수 있는지 안타까웠다.


이번 설 명절연휴기간동안 외할머니 댁의 분위기는 어두웠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 해외생활을 한지 어느덧 10년 넘는 시간이 흘렀던지라, 가끔 한국방문할 때 명절이 겹치면 겨우 얼굴을 보던 친척들이었다. 외삼촌은 과묵하셨지만 해외에서 열심히 지내던 나를 대견스러워 하셨다.


워커홀릭이라고 불릴만큼 항상 일에 바쁘셨던 외삼촌의 모습 외에, 특별하게 떠오르는 추억이 많지는 않지만, 사촌동생들이 얼마나 슬퍼할지, 그리고 전화통화를 하면서 느껴지던 친정엄마의 침울한 목소리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외삼촌은 아직 심하게 아프거나 하는 증상이 있는건 아니라고, 항암치료 시작하면 될거라고 오히려 담담하게 가족들을 위로하셨다고 했다. 지금 현재 외삼촌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먼 곳에서 기도를 하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없는 무기력함에 막막해졌다. 새해를 맞이해서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한해의 시작을 축하하는 설날, 사실 나에겐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깨달았을 때, 그 허망함이 얼마나 크게 다가올까.


세상의 기준이 아닌, 내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들이 보다 또렷하게 다가올 것 같기도 하다.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가장 의미있는 것만 해야겠지만, 일단 모든 일에 의욕이 없어질것 같기도, 그리고 담담하게 현재를 받아들이는 것도 어려울것 같다. 앞으로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계획하는 것 조차 힘겨울 것 같기도 하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던 시간들처럼 앞으로의 시간도 의욕적으로 보낼 수 있을까.


어떤 말로도 위로가 안되고, 도움이 될수 있을 어떤 방법조차 생각나지 않는 무기력함, 그리고 이런 힘겨운 시기에 가족의 곁에서 있지 못하는 사실에 하루종일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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