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까지 할 줄 알아야 진짜 아티스트

머리카락 다루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by 커리어 아티스트

싱가포르에서 프리랜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은 대부분 헤어 스타일링도 동시에 한다.


특히 신부화장을 할 때 출장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보통 고용하는데 헤어와 메이크업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아티스트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헤어 스타일링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


미용실에서 전문적으로 하는 펌이나 커트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메이크업에 어울리는 일회용(?) 스타일링 정도 - 업스타일이나 드라이, 고데기 다루는 방법까지 능숙하게 고객에 어울리는 스타일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확실히 메이크업만 했을 때와 헤어까지 마무리했을 때의 완성도의 차이가 확연히 다르게 보였다.


처음에 아카데미 등록했을 때 헤어 스타일링 클래스도 커리큘럼에 포함된 것을 보며 헤어는 왜 배우는 거지라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헤어 수업에서는 특히 결혼식 신부 화장을 하면서 어울리는 업스타일링을 배우는데 개인적으로 메이크업보다 훨씬 더 어려운 것 같았다.


심플한 기본 업스타일링


역시 이 분야는 장비에 대한 투자가 필수인 듯, 메이크업 수업 준비물 못지않게 헤어 스타일링 수업도 시작하기 전에 준비물로 사야 할 것들이 많았다.


제일 처음 고데기 스킬부터 배우는데 고데기에도 종류가 정말 다양했다. 지그재그로 뿌리 볼륨을 주는 고데기, 봉 고데기에도 크기가 여러 가지이고, 스트레이트용 고데기, 그리고 세팅을 위한 헤어롤도 있었다. 빗 종류도 꼬리빗, 롤빗, 백콤용 빗, 엉킨머리를 풀 때 사용하는 납작한 빗이 있었고, 스프레이에도 수분감이 많아서 묽은 액체형이 있고, 조금 더 단단하게 고정되는 왁스 타입도 있었다.


실핀도 다 같은 실핀이 아니라, 보비 핀, 직선 핀, 유핀, 크기도 각각 용도가 제각각 다 달랐다.
신부 베일이나 꽃장식이나 비녀, 진주나 큐빅으로 액세서리를 올린 머리에 장식하는 방법도 배웠다.

자석이 달린 손목 팔지도 사서 업스타일링 할 때마다 자석에 실핀을 잔뜩 붙여두고 쓰기도 했다.


기본 중의 기본이라는 실핀 꼽는 기술도 보는 것과는 달리 참 어려웠다. 실핀 하나로도 단단하게 고정력 있게 꼽으시는 선생님에 비해 나는 두 세개를 써도 머리카락이 미끄러져서 고정이 잘 안되었다. 머리카락의 양과 꼬임 정도에 따라 고정력이 결정되는데 이렇게 실핀 하나 꼽는 기술도 며칠 동안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나서야 겨우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다양한 업스타일링 디자인


올린 머리스타일도 여러 가지 형태로 디자인할 수 있었다. 머리를 땋는 방법도 일반적인 세 갈래로 나눠서 땋는 것 외에도 트위스트 방법, 롤 형태로 말아서 올리는 방법 등이 있었는데 한번 보고 따라 해서는 손에 잘 익지 않아서 반복해서 연습해야 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긴 머리, 짧은 머리의 모델을 스스로 구해서 학원에서 직접 실습도 했다. 마네킹의 가발에서 연습하는 것과 실제 사람 머리카락의 느낌은 달랐기에 이 과정이 반드시 필요했다. 모델을 구해야 하는 날이 올때마다 주변 지인들한테 모델 좀 해달라고 부탁을 하고 다녀야했다. 그래도 정 구할수 없을때는 반 친구들끼리 서로의 머리에 연습을 하기도 했다.


배운 여러 기술들을 응용해서 해본 스타일

신부 베일이나 꽃장식을 올린 머리에 장식하는 방법도 배웠는데 장식을 올리기 전과 후는 완성도의 느낌이 달랐다. 악세사리들도 어찌나 예쁜 것들이 많은지, 사고 싶은 것들이 정말 많았는데 중국 출신 같은 반 친구가 타오바오를 통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매대행을 해주었다.


머리카락 스타일링은 무조건 연습을 자주 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우리들은 모두 dolly head라고 불리는 마네킹 머리를 사서 집에서 설치하고 연습했다. 이 마네킹 머리가 학원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막상 집에서 작은 방에 설치를 하고 나니 머리만 뎅강 있는 모습이라 왠지 모르게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머리카락 연습이기 때문에 항상 뒷 모습을 향해 있었는데 밤늦은 시간에 마치 머리를 스스로 돌아볼 것만 같은 오싹함이 느껴졌다.


육아용품과 마네킹 머리의 부조화-_-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작은 방으로 들어가던 남편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들렸다. 머리 연습을 하다 말고 긴 머리가 산발이 된 상태에서 깜빡하고 그냥 두고 나왔는데, 그 모습을 보고 놀란 것이었다. ^^;;

솔직히 내가 봐도 흠칫 무섭게 보였다. 제발 연습 끝나면 치워둘 수 없겠냐는 부탁을 들으며 미안한 마음에 얼른 구석으로 치웠지만, 다음날 또 연습을 하기위해 꺼내둘 수 밖에 없었다.

머리카락 다루기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헤어 스타일링 수업을 들으면서 미용실에 있는 헤어 디자이너 선생님들의 기술이 보통 어려운 스킬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이 연습도 하고 중간이랑 기말시험도 두번 통과했지만, 아직도 나는 헤어스타일링이 어려워서 자주 연습한다. 마네킹 하나는 너무 연습을 많이 해서 헤어가 너무 상해버려 머리가 빗자루 처럼 되버렸기에 우리집에는 마네킹 머리가 두개다. 하나는 흑발, 하나는 염색한 브라운톤으로 있어서 같은 디자인이어도 색상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친구들 중에도 유독 헤어스타일링이 어려워서 따로 워크샵이나 세미나 수업을 신청해서 듣는 경우도 많다. 나의 경우 요즘에 유튜브에 워낙 많은 머리스타일 영상들이 올라와 있어서 해보고 싶은 스타일이 있으면 직접 마네킹에 연습을 하곤 한다. 기발한 디자인이나 아이디어를 볼 때마다 세상에는 이렇게 재능있는 스타일리스트들이 많구나 하며 감탄하기도 한다.


나중에 우리 딸이 커서 머리카락이 많이 자라게 되면 딸래미 머리도 이쁘게 꾸며주고 싶다.

양갈래 땋는것 말고도 여러가지 디자인으로 해 줄수 있는 기술을 가진 엄마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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