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에서 프로페셔널 메이크업 아티스트 자격증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인종을 대상으로 하기에 다소 과감한 스타일의 싱가포르 메이크업이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트렌디하고 은은한 한국식 화장법이랑은 거리가 있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항상 마음 한편에 자리하고 있었다.
나와 함께 같은 메이크업 아카데미를 다녔던 싱가포르 현지 친구들도 한류 열풍 때문인지, 한국식 화장법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으로 유학 가고 싶다고 종종 말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계 친구들이 한국 스타일 메이크업에 관심이 많았다. 아무래도 피부톤이 한국인과 제일 비슷하기에 자연스러우면서 청순해 보이는 한국식 메이크업을 선호하는 것 같다. 친구들 중에서는 진지하게 중국어 통역이 있는 아카데미가 있냐며 알아봐 달라고 부탁해서 한국에 있는 학원에 물어보기도 했지만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아 결국 진행하진 못했다.
미스 유니버스 이집트의 외국식 화장 vs 한국식 화장 (출처 : 구글)
얼마 전 화제가 되었던 미스 유니버스 이집트의 화장 사진을 보더라도 확연한 차이가 느껴진다. 사실 아름다움이라는 콘셉트는 주관적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선호하는 스타일이 다를 수 있다. 어떤 것이 더 나은지는 개개인별로 의견차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가 봤을 때 개인적으로 훨씬 자연스럽고 호감 가는 인상은 한국식 화장을 한 모습인 것같다.
한국을 갈 때면 항상 청담동의 유명 메이크업 살롱을 방문했다. 압구정 로데오 거리부터 청담동 사이에는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스튜디오 및 유명 아티스트가 운영하는 샵들이 있다. 싱가포르에 있다가 서울에 가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들 너무 세련되고 멋진 것 같아 보이는 느낌을 받는다. 거리를 걷는 사람들 모습도 어딘지 모르게 멋스럽고, 한국은 패션과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사람들이 센스 있게 옷도 참 잘 입는 것 같다.
한국 방문을 할 때마다 요즘 유행하는 메이크업 워크숍을 실장님 또는 원장님으로부터 1-1 특강을 들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도 일종의 기술직이기에 계속해서 스킬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도무지 한국 화장법을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었기에 한국에 가는 시간을 활용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대한민국 뷰티 1번지라고 불리는 청담동으로 단기유학(?) 생활을 했다. 한국에 자주 갈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이 아닌지라 시간을 쪼개서 출장을 갈 때면 주말에 수업을 들었고, 휴가를 갈 때면 며칠씩 연속으로 집중적으로 듣기도 했다.
청담동 거리 (출처:구글)
처음에 청담동의 한 유명 살롱에 가서, 원장님을 처음 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메이크업을 제대로 업그레이드하고 싶다고 하며 그동안 나의 싱가포르 포트폴리오를 보여드렸을 때 한참을 말없이 보시던 원장님의 첫마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음, 아무래도 이건 90년대 느낌인데,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겠어요
요즘 말로는 팩폭, 그야말로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거의 1년 가까이 배운 시간을 담은 포트폴리오인데, 아직 한참 멀었구나라는 기분을 느끼며 다시 기본부터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첫 시간에는 통으로 된 속눈썹 간격을 나란히 가닥가닥으로 잘라서 붙이는 법을 배웠다. 시간도 없는데 곧바로 얼굴 화장부터 배워야 하는 건 아닌가 했지만, 속눈썹을 일정한 간격으로 꼼꼼하게 자르고 나서 각도를 나란히 붙인다는 것부터 완벽하게 하기가 쉽진 않았다. 속눈썹은 거의 통으로 붙이던 싱가포르에 비해 한국은 속눈썹 한가닥도 각도에 따라 눈매 교정하는데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 있는 1미리의 차이, 한 끗 차이가 다름을 만든다는 부분을 그때 깨달았다.
기초화장을 어떻게 하는지, 피부온도를 낮추기 위해 토너를 패드에 묻혀서 올리고, 손으로 두드리는 것이 기초화장 흡수에 좋다는 점. 제형이 리치한 크림보다 에센스로 가볍게 기초 마무리를 해주는 것이 여름 화장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점도 배웠다.
파운데이션에서는 힘 조절과 양 조절이 제일 중요했다. 얇게 여러 번 레이어링을 하는 스킬은 계속 연습을 해야 하며, 브러시를 쓸 때 되도록이면 힘을 빼고 양 조절 꼭 해야 결 자국이 안 나고, 제형이 다른 2개의 조합이 중요하다고 하셨다. (리퀴드형과 크림형을 섞어서 바른다던지) 컨투어링은 목 아랫부분을 쓸어내고 브러시를 마치 스펀지처럼 두드린다는 스킬도 나에겐 새로웠다.
광대부터 두드리듯 피부가 두꺼운 데부터 서서히 얇은 곳으로 옮겨가야 하고, 코 주변 팔자주름 주변 같은 곳은 브러시를 세워서 발라줘야 한다는 점. 파우더는 프레스드 파우더로 하면 유지력이 올라가고, 눈썹은 파우더와 펜슬로 본인의 눈에 맞는 형태로 해야지, 일자눈썹을 무조건 유행이라고 하게 되면 얼굴이 더 커 보일 수도 있다고도 하셨다. 헤어라인 1미리 차이도 큰 차이가 있기에 메이크업에서 헤어라인 쉐이딩은 꼭 빼먹지 말라고 하셨다.
한국식 화장법은 "디테일"에서 승부가 나는 것 같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퍽퍽 발랐던 컬러들도 양 조절과 힘 조절을 해야지만 피부톤에 맞게 자연스러운 연출이 된다는 점을 느꼈다.
유튜브에서도 이미 유명한 아티스트 선생님들의 수많은 한국식 화장법 영상들이 있긴하다. 그래서 메이크업하는 날이 정해지면 그전까지 얼굴형에 맞는 메이크업 디자인을 하고 요즘 유행하는 화장법을 유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참고하며 감을 따라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역시 오프라인으로 직접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모델에 실습을 해가면서 배우는 것이 아무래도 빠르게 스킬을 익히고, 그동안 실수해오던 부분들을 고칠 수 있기에 훨씬 효과적인 것 같다.
앞으로도 끊임없이 배우고 업그레이드 해야할것 같다. 청담동 유학은 어째 쉽게 끝날것 같지않다. 패션이란 정체되어 있지 않고, 유행은 계속 바뀌기 때문에. 그리고 나는 이렇게 배워가고 성장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내가 너무 좋아하는 메이크업이기 때문에.
꾸준히 노력해서 싱가포르에서 K beauty를 더 널리 알리는데 도움이 되는 한국인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