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명함
오랜만에 지인 언니의 블로그를 방문했다.
일을 하다가 전업주부가 된 지금은
사회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것 같다고 쓰신 대목을 봤다.
예전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현재는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는 언니-
대학시절 때 알았던 언니는 예전에 승무원이었다.
가끔 싱가포르에 비행을 오셨을 때가 생각난다.
멋진 유니폼을 입은 언니 모습 보면서 자랑스럽기도 했고
대학생 때 알던 언니를 몇 년 만에 외국에서 만나
함께 커피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이 너무 신기했었다.
오랜만에 언니랑 만났던 것도 반갑고 좋았지만,
다른 무엇보다 하고 싶었던 일을 향해서 끝까지 도전해서 이룬 모습이 멋있어 보였다.
그 일을 달성하기까지 여러 가지 준비과정이 있었을 텐데 (특히 다이어트 이야기에 완전 자극 받음)
결코 쉽지 않았었던 과정들을 극복해서 결국 성취해내신 모습이 정말 큰 장점이라고 생각했었다.
언니와의 수다시간은 언제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에 홀딱 매료되었다.
현재는 승무원은 그만두시고 귀국해서
아이들의 엄마로서 안정적으로 잘 지내고 계시는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사회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부분에 내 시선이 머물렀다.
나의 시선으로 볼 때 언니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 것이나 모두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내 기억으로 언니는 승무원 명함 바깥에서도 얼마든지 잘하시는 장점들이 많았다.
나는 비록 나 자신의 장점은 잘 보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장점은 너무나 또렷하게 보인다.
생각해보니 나도 역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사람처럼 느낀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출산휴가 기간동안이었다.
하이힐 신고 고객사와의 미팅을 주도하며 열심히 일하던 시절엔
커리어우먼으로서 뭔가 사회에서 나의 자리에서 주어진 역할을 충실하고
열심히 해내고 있어서 뿌듯하게 느꼈었는데,
출산휴가기간동안 잠이 부족해서 피곤에 쩔어있는 상태로
집에서 두 아이를 챙기면서 펜슬스커트 대신 목이 늘어난 티를 입고
모유수유하느라 후줄근하게 있는 내 모습을 거울에서 문득 볼때면
너무나 평범한 동네 아줌마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삐까뻔쩍한 건물들을 배경으로 누구누구 부장님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라
동네 놀이터에서 볼수 있는 평범한 애기엄마-
언니가 무슨 마음으로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느꼈는지는 공감이 되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니라
"엄마"라는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두아이의 엄마로서 아이들 곁에서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게 아닌, 소중한 엄마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엄마로서 주어진 아무것이나 모든 일들을 잘 해내려고 노력했다.
언니가 최근에 글쓰기를 좋아하셔서 시작한 도전이 하나 있는데
요즘 한 커뮤니티 카페에서 일정기간 동안 칼럼니스트로 활동하시는 중이라고 했다.
나는 사회적으로 직장에서 주는 명함보다는
스스로 도전해서 자신에게 준 칼럼니스트라는 명함이 훨씬 근사하게 보인다.
나는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에게 매료된다.
그래서 자기 계발서, 성공스토리를 자주 읽는 것 같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쉽게 목표를 이룬 사람들보다는,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여러 가지를 극복해서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좋다.
뭔가 나도 할 수 있다는 대리만족과 함께, 스토리에서 매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언니의 새로운 시작을 응원하고 싶다.
내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언니의 스토리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영감이나 감동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아닌 사람이 아니라
아무 것이나 다 해내는 멋진 언니-
이번엔 칼럼니스트의 멋진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