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팀원이었던 동료가 다른 팀의 헤드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는데 그 동료가 하던 일이 아무래도 나한테 올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매니저님이 자꾸만 나한테 일을 열심히 하고, 팀에서도 눈에 띄게 잘하고 있으니까 더 많은 어카운트를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자주 이야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솔직히 지금도 할 일이 너무 많아서 벅찰 때가 있다. 점심도 그냥 대충 때우는 듯 마는 듯하면서 일할 때가 있고, 갑자기 급하게 미팅이 잡힐 때도 많다. 지금보다 일이 더 많아지면 확실히 무리일 거 같았다. 그런데 자꾸 기대를 하시는 듯 이런 얘기를 꺼내셔서 부담스럽던 차였는데 오늘 아침에 있었던 미팅 때, 결국 우려하던 일이 현실로 되었다. 앞으로 기존에 하는 것 플러스, 주요 고객사들을 내가 전부 담당하게 되기로 결정되었다는 것.
지난번에도 이미 여러 번 공석이 된 자리를 커버한 적이 있었지만, 특별히 눈에 띌 만큼 주어지는 별다른 베네핏이 없었기에 이번엔 진심으로 내키지 않았다. 경력이 쌓이면서 일을 진행할 때는 시간적 한계가 있기에, 무작정 열심히 모드가 아니라 이 일을 함으로써 내가 얻게 되는 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더군다나 이번엔 메이저 한 주요 어카운트들이라 훨씬 부담이 커서 거절을 할 생각이었는데 우리의 매니저 님께서 무한 긍정 에너지를 발사하시며 나의 능력을 믿는다고 하면서 내 이름을 승진대상자에 올렸으니 부디 잘 부탁한다고 하셨다.
예전에는 "승진"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일을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서 더 많이 하기도 했고, 그렇게 나의 노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더 높은 자리에 가는 것이 성공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더 높은 직급이 직장생활에서의 성공, 내지는 나의 노력에 대한 인정이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점점 시간이 갈수록 승진과 함께 따라오는 책임감과 투자해야 할 시간과 노력의 투자 같은 대가들이 더 크게 보인다.
업무 능력이 좀 더 확장된다는 장점은 분명 있고, 앞으로 더 성장한다는 의미로는 분명 긍정적인 것이지만, 나이가 들면 들수록, 경력이 길어질수록 더 넓어지는 일의 범위에 대한 책임감과 무게에 대한 두려움도 함께 생기는 것 같다. 과연 승진을 하면 그런 무게와 부담감을 충분히 견디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까. 최근에 쏟아지는 일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인지 아침부터 몸살기가 느껴졌다.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잇몸에 염증이 생기거나 몸살기처럼 반응이 오는데, 아무래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생기는 반응인 듯하다.
거절하려고 했었는데, 어차피 이렇게 된 이상, 얼른 부정적인 느낌을 털어내고, 되도록 긍정적으로 생각해야겠다. 나에게 주어진 더 넓은 일의 범위를 최대한 활용하고 성장을 하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이미 결정된 일이라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건
바로 그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시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