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엄청나게 고민하고 신중을 기한다. 정말 지겹도록 따지고 또 따져본다.
그것이 나의 시간과 비용의 상당한 투자를 필요로 할 때는 특히 더 그렇다. 예를 들어 메이크업 아카데미에 등록하기 전에 얼마나 많이 망설였는지 모른다. 등록 마감일 며칠 전부터 들락날락, 상담만 수십 번, 등록 마감일에 또다시 찾아온 원장님이 나를 보고 혀를 찼다. 더 궁금한 게 아직도 남았냐고, 도대체 뭐가 그렇게 망설여지냐고 등록 전에 이렇게 자주 온 예비 수강생은 처음 봤다고, 그냥 입금만 하면 된다고 말이다. 원장님의 핀잔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질문을 더 하고 결정 전에 수십 번 고민했다. 아기 엄마여서 시간도 그랬지만 나에겐 굉장히 부담스러운 금액이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라, MBA 역시 결정할 때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GMAT 시험, 토플 시험보다 나에게 더 큰 허들은 바로 한두 푼이 아닌 학비였다. 아무리 파트타임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동안 고생하면서 모은 돈이 한꺼번에 싹- 송금하는 것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일부 금액을 장학금으로 받긴 했지만 그래도 내가 그동안 열심히 직장 생활하면서 모은 돈이었다. 그리고 가족을 위해 쓸 수 있는 소중한 돈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는 더욱 나에게 무엇인가를 투자하기가 어려워진 것 같다.
나는 프로 수강러이지만 프로고민러이기도 하다. 자기 계발은 웬만하면 무료 강의나 저렴한 강의 위주로 찾아서 들었다. 비용을 내게 될 경우에는 가성비를 굉장히 많이 따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따지고 그것에 대한 비용으로 인해서 내가 얻을 수 있는 가치에 확신이 서지 않으면 포기했다. 시뮬레이션을 여러 가지로 엄청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그러면서도 아이들한테 들어가는 교육비, 신랑이 배우고 싶어 하는 수업들은 가격이 얼마든지 간에 기꺼이 지불한다. 그건 비용이 아니라 "투자"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관심이 가는 프로그램들이 몇 개 있었는데, 가격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엄두도 내지 못했다. 돈 낭비, 시간 낭비하는걸 끔찍하게 싫어하기 때문에, 웬만한 주변의 추천이나 검증된 것이 아니면 관심이 있다고 해도 선뜻 결정을 하지 못했다. 오늘도 비슷한 고민을 하던 차에 어렵게 결정을 내리고 나서 과연 이게 잘한 건가 살짝 또 심란해졌다. 그러다 함께 참여하기로 한 분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우리 참 하기 잘했다 이러고 있지 않을까요? 우리 같이 응원해주며 끝까지 가보아요
순간 미래의 내 모습을 위한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생각하니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게되었다. 내가 투자자라고 생각하고 나라는 상품에 투자할만한 가치가 있을까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았다. 과연 시간과 돈을 투자한다면 나는 과연 내가 기대하는 모습에 다가갈수 있을까.
중간에 때려칠거면 안하느니만 못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나는 그만한 투자를 할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혹시 또 순간적인 휩쓸림이 아닐까 올해 초 계획 리스트를 다시 들춰보니 그 목표를 이루고싶다는 꿈이 적혀 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대단하지 않은 목표일수도 있지만 제3자의 눈으로 나에게 물어보니 다시 가슴이 뛰는것 같았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응원해주시는 그분의 말을 듣자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잘 해내고 싶었다.
일년 내내 여름나라인 싱가포르도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날씨가 제법 선선해진다.
거리에 캐롤송이 울리는 올해 연말, 미래의 나는 투자 결정을 내린 지금의 나에게 고마워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