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화장실에서 좌절하던 순간들

<나를 쓸모 있게 만드는 세 가지 성장법> 영상을 보고

by 커리어 아티스트

구글 수석 디자이너이신 김은주 작가님의 커리어 에세이 글은 미디엄에서 종종 읽어보았다.


커리어를 주제로 담담하게 풀어가는 글의 스타일이 마음에 와닿아서 예전부터 관심을 갖고 읽어 왔는데 최근 책도 출판하시고 유퀴즈랑 세바시에도 출연하신 것 같다. 오늘 새벽에 본 세바시 영상 속에서 나도 얼마 전에 퍼실리테이터로 시도했던 I am remarkable 사진이 나와서 반가웠다. 강점과 단점을 바탕으로 쓰는 Me fact table도 인상적이었다. 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툴로 좋은 것 같다. 특히 이 영상에서 그 마음이 너무 공감이 되었다.

I am not good enough


세상 천재들은 다 모여있는 것 같은데 나는 그만큼 훌륭하지 않은 것 같아서 숨어버리고 싶은 마음.

나 역시 업계에서 유명한 top 회사에 입사했을 때 똑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려 10번이 넘는 면접을 끝으로 몇 개월에 걸쳐 드디어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너무 기뻤던 기억이 난다. 신입직원들을 대상으로 당시 인사부에서 준비한 오리엔테이션 시간에 회사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We only hire the best and the brightest

너무 자신감 있게 최고의 인재들만을 뽑았고, 여러분들은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라는 말에 나는 내가 이곳에 있어도 될 만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문득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인사부의 그 말은 실제 회사생활을 하면서 허풍이 아님을 깨달았다. 너무나 똑똑하고 다들 어쩌면 저렇게 스마트함이 뚝뚝 묻어나는 건지, 일만 잘하는 게 아니라 인격적으로도 훌륭하고 매력적인 동료들이었다.


회사에서는 미팅 시간이 수시로 있었는데 그때마다 내 차례에 이야기할 때마다 식은땀이 났다. 나의 부족함을 들키진 않을까 나는 왜 저 친구들만큼 못하는 것 같지, 내가 하는 말이 바보같이 들리진 않을까,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과 초조함을 늘 안고 있었다. 나는 학부 때 경영 경제전공이 아니었으니까, 나는 원어민이 아니니까, 그래서 남들보다 두배, 세배는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는 내 안의 목소리가 있었다. 일이 제대로 진행이 안되었을 때, 미팅에서 내 마음처럼 제대로 말을 못 했을 때, 자괴감 때문에 내 발걸음이 향하던 곳은 바로 회사 화장실 마지막 칸이었다.


화장실에 앉아서 문고리를 잠그고, 천장을 바라보며 나는 왜 이렇게 밖에 안 되는 걸까라는 자책감과 답답함에 한숨을 쉬면서 앉아있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타지에서 이렇게 괴로워할까, 그냥 다 내려놓고 한국으로 돌아갈까 라는 생각을 한적도 많았다. 힘들면 애쓰지 않아도 돼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충동적으로 그냥 포기하기엔 그동안의 노력들이 아까웠다. 내려놓기 전에 내가 할 수 있는 한의 노력을 다 쏟아보고 싶었다.


시간이 훌쩍 흐른 지금도, 그 부족하다는 생각을 아예 극복하진 못했다. 하지만 이 시간을 보내고 나면 1cm 정도는 더 성장해 있을 모습이 기대되기 때문에, 예전만큼 괴롭지 않은 여유가 조금은 생긴 것 같다.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게 되었다. 화장실에서의 그 5분들이 쌓여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업무 내공들도 조금씩 단단해졌다.


오늘도 꽉 찬 메일함을 보고 해야 할 일들이 쌓여있는 걸 보면서

한숨 쉬고 화장실로 향하는 대신에, 긍정적인 마음으로 커피를 끓이며 생각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어제의 나보다 조금 더 성장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https://youtu.be/HYUPkKgIUq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