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링 할 때마다 나오는 단골 질문이다. 취업이 어려운 시기, 수많은 경쟁자들 사이에서 온갖 자격증, 학점, 대외활동, 인턴십이 필수가 되어버린 시대. 그런데 사람을 뽑아야 하는 면접관 입장에서 보면 천편일률적인 스펙보다 눈길이 더 가는 건 특이하거나, 차별화된 스토리다.
처음에 금융계에 입성했을 때 회사에서 알던 한국분들은 거의 미국에서 살다온 교포들 혹은 경영/경제전공의 상경계 출신들이 많았다. 그들의 화려한 경력에 비하면 나는 내세울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했었다. 국내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문과 졸업생이었던 나, 하지만 나는 그중에서 유일한 베트남어 능통자였고 동남아 시장만큼은 굉장히 관심이 많았다. 처음에는 핸디캡이라고 생각했고, 갖고 있는 능력이 다른 사람들의 대단한 백그라운드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나고보니 그 작은 차이가 나만의 경쟁력이었다.
베트콩 학교에서 뭐 배울 거라도 있냐?
베트남에서 지내던 어린 시절, 한국학교가 세워지기 이전에 토요일마다 한글학교가 있었다. 당시 인터내셔널 스쿨에 다니던 한 친구가 나를 놀리면서 던진 말이었다. 그때 또래 한국 친구들은 대부분이 인터내셔널 스쿨이나 프랑스학교에 다녔고 베트남 현지 학교에 다니던 친구들은 극소수였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나도 다른 친구들처럼 폼나는(?) 영어를 쓰는 학교에 다니고 싶었다. 성조도 많고 배우기도 어려운 베트남 현지 학교에 다니면서 나는 왜 친구과는 다른 곳에 다녀야 하는 걸까, 뭔가 자유로운 선진문화를 배우는 환경을 가진 친구들이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때 나를 현지 학교에 보내셨던 부모님의 선택에 감사하다. 그리고 너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스킬을 가진 덕분에 항상 유일하다는 타이틀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대체될 수 없는 희소가치 혹은, 다수가 가지 않은 길을 선택한 용기, 그로 인해 나만의 매력이 주는 장점은 굉장히 크다.
똑같은 스펙은 재미가 없다. 내가 한 경험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다. 보잘것없고 사소한 경험은 없기 때문에, 왜 다른 사람들만큼의 스펙이 없을까 하고 나를 괴롭히고 학대하기보다, 남들이 가지지 못한 나만의 장점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격려해주고 아껴주는 것이 필요하다.
베트남어에 능통한 최초의 한국인 직원에 이어, 금융계 출신 최초의 한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라는 타이틀도 모두 남들과 똑같은 길보다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에서 내가 최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남들이 가진 스펙을 따라잡기보다는 내가 그 스펙을 만들어버리면 된다. 어차피 글로벌 기업들은 diversity 그리고 inclusion에 가치를 두기 때문에 남들과 다른 점을 특별하다고 본다.
지난주 승진 인터뷰 과정에서 맨 마지막 질문시간이 있었고, 매니저에게 내가 후보자로서 한 질문이 있었다.
다른 회사와는 다른 우리 회사만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매니저님은 예전에 다른 탑티어 미국계 은행에서 근무하신 경험이 있으셨다. 나 역시 예전에 다른 회사에서의 경력이 있었지만, 매니저의 입장에서 본 우리 회사만의 차별점이 어떤지도 궁금했다. 직원 개인의 차별성만큼이나 일하고 있는 기업의 차별화된 경쟁력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사이즈가 다른 대형 회사만큼 크지 않고, 비록 모든 분야에서 최고라고 할 순 없지만, 선정된 타깃 고객에게 내세울 수 있을만한 뾰족하게 잘하는 프로덕트가 있고, 어차피 모든 것에서 완벽하기는 어려우니까. 선택한 몇 개의 틈새 마켓에서 최고가 된 것, 바로 그게 경쟁력이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