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의 커리어 목표 설정
예전 회사에서 함께 일하던 친구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커리어에 대한 야망이나 열정이 높은 친구들이 많았다.
입사한 지 3년 차, 퇴근 후 우리는 회사 팬트리에서 간단하게 저녁을 해결하고 저마다 공부하던 책을 갖고 회의실로 갔다. 가끔은 주말에도 시간을 정하고 나와서 대학교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처럼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꿈을 응원하면서 함께 공부해 나갔다.
당시에 로스쿨 준비하던 친구, MBA 준비하던 친구, 유럽 석사과정을 꿈꾸던 친구, CFA 준비하던 친구, 그리고 회사업무를 공부하던 친구 등등 우리는 국적도 다르고 공부하는 것도 달랐지만 목표는 같았다.
바로 변화를 이루고 싶다는 것
남들이 보기에는 탄탄하고 좋은 회사로 입사를 한 우리들이었지만, 아직은 사회 초년생이었던 20대 우리들은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꾸는 에너지가 넘쳤다. 이젠 앞으로 어떻게 할까, so now what에 대한 강한 의문을 갖고 있었다. 계속해서 같은 포지션에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승진을 원하는 친구도 있었고, 업종을 바꾸고 싶어 하는 친구들도 있었고 마음이 맞는 친구들이었던 우리들은 점심시간에 함께 진로 고민을 서로 나누고, 꿈을 응원했다.
일은 나쁘지 않았고, 보람도 있었다. 하지만 매일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생활을 하다 보니 몇 년 후 나의 미래는?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넥스트 스텝으로 정한 목표는 달랐지만, 우리들의 열정은 뜨거웠다. 앞으로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고, 그렇게 친구들은 하나둘씩 목표에 다가갔다. 로스쿨로, MBA로, 유럽으로 아예 회사를 떠나게 된 친구들도 있었고, 자격증 시험 합격, 승진을 이룬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상경계 출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 부분을 보충하려고 처음에는 업무공부에 집중했다. 하지만 나 역시 다양한 방면에 호기심이 많아서, 한 가지 업종만 경험하기보다는 다른 일을 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주위에서 많이들 선택하는 MBA를 꿈꾸고 있었다. 그리고 그 해 처음으로 가본 MBA 설명회 박람회에서 느꼈다. 회사를 잠시 멈추고 가는 풀타임 MBA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해야 하는구나, 그냥 무조건 꿈만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구나. 회사에서 스폰서를 해줘서 가면 당연히 너무 좋겠지만 우리 회사에서는 당시에 그런 제도가 없었다. 학부 때 교환학생을 포기하던 이유가 떠올랐다. 교환학생은 매우 좋은 제도임에 분명했지만, 당시에도 학자금을 충당하느라 밤낮없이 아르바이트로 바빴었는데, 해외에서 체류하며 드는 생활비에 대한 부담이 너무 컸다.
학비를 확인한 후 풀타임은 어림도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생활비를 아끼느라 셋방살이를 하면서 아무리 저축하고 아낀다고 해도 억 소리가 나는 학비 그리고 직업 없이, 소득 없이 2년을 보낼 자신이 없었다. 생계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공부는 사치로 느껴졌다.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나니 꿈꾸기엔 너무 먼 목표라는 생각에 실망스러웠다. 이건 마치 국제학교를 가고 싶지만 학비가 너무 비싼 곳이라서 흙수저는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그런 꿈같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만지작거리던 GMAT책을 한구석에 처박아두었다.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목표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고 방황이 시작되었다. 동료들이 도전한다는 자격증 책도 보고, 회사 업무 관련 책도 도서관에서 읽어보고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허전한 마음이 채워지지 않았다.
반전 드라마를 꿈꾸었지만, 그러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 높다고 느껴졌다. 학비에 대한 부담 없이 대학원을 준비 중이던 친구들이 부러웠다. 특히 당시에 탑스쿨 MBA 합격통지를 받은 동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곁에서 직접 지켜봤기 때문에 정말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도 도전을 준비하고 결국 목표를 이룬 친구들의 모습을 하나둘씩 보일 때마다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나는 언제쯤이면 이 방황을 끝낼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친구들처럼 반전 드라마까지는 아니었지만, 방향을 살짝 틀어서 업무공부를 계속 하면서 이직의 목표를 이루었다. 대학원은 조금 나중에 여건이 마련되면 언젠가는 준비가 된 이후에 가면 되는 거라고 스스로를 토닥였다.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커리어의 반전 드라마를 꿈꾸던 당시의 우리들, 지금은 다들 목표를 향해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지만, 다 함께 퇴근 후 회의실에서 앉아 컵라면을 먹으면서, 근처에서 사 온 야식을 먹으면서 함께 공부하던 그때가 마치 엊그제처럼 생생하다. 매너리즘이나 나태해지려는 마음이 생기려고 할 때마다 그때의 열정적이던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떠올려본다.
무미건조하지 않고 다이나믹한 커리어의 반전 드라마를 꿈꾸던 그때의 우리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