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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리어 아티스트 Aug 24. 2021

여유있는 독서시간의 로망

갑자기 책들이 읽고 싶어진 하루

새벽부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다. 


비가 오는데 짐을 들고 출근할 생각을 하니 귀차니즘이 발동한다. 출근 준비를 분주하게 하다가 그동안 읽으려고 쌓아둔 책더미에 시선이 갔다. 책을 그동안 너무 많이 산 건지 이젠 책꽂이가 모자랄 지경이다. 쌓인 책들을 살펴보다가 한 권을 챙겨서 가방 안에 넣었다. 노트북에, 업무 관련 자료에, 책까지 출근길에 함께할 짐이 점점 무거워지지만 독서는 포기할 수 없다. 전자책이나 오디오북이 물론 무게 부담이 덜하지만 그래도 역시 종이책 페이지 넘기면서 읽는 아날로그 독서가 더 진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원래는 재택 하는 동안 점심시간에 여유 있게 읽으려고 사둔 책들이었다. 락다운 기간 동안 어차피 외출도 힘드니까 한국 책을 잔뜩 사다가 해외배송으로 사두었다. 그런데 왜 사도사도 끝없이 읽고 싶은 신간들은 쏟아져 나오는건지. 막상 재택 하는 동안은 거의 들여다보지 않다가 또 사무실 복귀할 때가 되니 너무 읽고 싶은 이 청개구리 심보는 무엇일까. 꼭 시험기간에 딴짓하고, 소설책 읽는 것이 엄청 재밌어지는 심리와 같은 건가. 재택 할 수 있을 때 진작 읽어둘 걸.


시간 부자가 되고 나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바로 커피 향이 나는 햇살이 적당히 내비치는 통유리 창가에 앉아서 (커피 광고를 너무 많이 봤나 보다)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마치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처럼 벽에 한가득 쌓아두고 나의 영혼을 단단하게 채우고 싶은 소망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출퇴근 시간에 지하철 안에서 시간을 쪼개가면서 쭈구리 모드로 읽는 중이다.


요즘 글을 꾸준히 쓰려고 하는데 쓰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좋은 글을 쓰려면 좋은 글을 많이 읽는 독서가 필요하단 것이다. 표현력에 한계가 느껴지는 데 가끔 기가 막히게 문학적인 표현을 쓰는 작가님들의 책을 읽으면 나의 부족한 필력을 반성하게 되고 언젠간 나도 근사한 글을 써보고 싶다는 바람도 생긴다. 읽는 사람이 빠져드는 매력적인 글을 써보고 싶다. 그런데 외국에서 오래 살다 보니 한국어가 점점 퇴보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영어가 엄청 뛰어난 것도 아니면서 한국말마저 부족해지는 이 어정쩡한 상태란...


독서를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시간이나 공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 있고 넉넉한 상태의 힐링하는 듯한 독서시간을 갖고 싶다.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독서에만 집중할 수 있는 럭셔리한 시간을 누리고 싶다. 마치 어렸을 때 아무 근심 걱정 없이 귤 까먹으면서 이불속에서 보는 만화책을 읽는 느낌이랑도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이럴 줄 알았음 재택근무 기간 동안 출퇴근 시간 절약할 수 있을 때 집에서 열심히 독서할 걸이란 생각과 함께, 오늘도 책 한 권을 챙겨 들고 출근길을 나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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