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그 너머의 심리
인생은 욜로,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사고 싶은 거 사야지
그리고 남들한테 무시당하기 싫어
싱가포르 여성들도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편이다. 명품가방 클리닝 샵도 사무실 주변에 많이 볼 수 있다. 내세울만한 겉모습이나 남들에게 보이는 것에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것에 대해 한때는 얕은 허영심에 불과하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물건들을 가지고 다님으로 인해 남의 시선을 받고, 그 아이템 가격 너머로 그 정도의 가격을 감당할 수 있다는 경제적 능력을 투영해보게 된다. 명품을 사는 건, 물건 자체에 대한 욕심도 있겠지만 그 물건을 향해 꽂히는 타인의 시선, 그리고 그 너머로 남들로부터 인정받고 싶다는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명품을 사는 건 각자 본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이기에, 구매 자체에 대해서 좋다 나쁘다란 판단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열심히 일한 후에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갖고 싶었던 물건을 사고, 그것으로 인해 자존감이 높아지고, 책상 위에 트로피처럼 놓인 명품가방을 두고,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면, 그리고 더 잘하고 싶은 동기부여가 된다면 그것으로도 나름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로고가 큼지막하게 쓰여진 명품보다는 깔끔한 디자인을 선호한다. 그래서 명품이 굳이 아니더라도 디자인이 세련된 것에 더 끌리는 편이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애초에 그렇게 매력적인 디자인의 물건을 찾기 힘들어서 소비를 별로 안 하게 된다. 명품가방이 있더라도 일 년 내내 덥고 습한 날씨에 부지런하게 관리를 해야 하는데, 귀차니즘 때문에 그냥 둘 때가 많다. 게으름이 물건에 대한 욕심보다 더 앞서는 듯하다.
더군다나 코로나 이후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부터 메이크업이나 외출복을 입은 적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가죽 가방보다는 캔버스 천으로 된 에코백이 좋고, 정장보다는 아무렇게나 막 빨아서 입을 수 있는 면 티셔츠가 편하다. 남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서 그런 건지 꾸밈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점은 재택근무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제 사무실로 복귀하게 되면 이렇게 마냥 게으르게 지낼 수는 없을 텐데, 그때는 다시 소비욕구가 되살아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