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Advancement의 의미
축하해. 승진돼서 부럽다. 나는 아직도 말단인데...
오랜만에 예전 회사 동료를 만나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나에게 축하인사를 건네면서 말했다. 유명 투자은행을 거쳐 현재는 한 글로벌 프라이빗 은행에서 일하는 그녀는 금융계 경력만 20년이 훌쩍 넘었다. 나는 오히려 이 치열한 업계에서 오랫동안 서바이벌하고 있는 그녀야말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이제는 높은 타이틀이 갖고 싶다고 했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이후 이른 나이에 임원이 되는 것-
가족들을 한국에 두고 홀로 타지에서 첫 회사생활을 시작했을 때, 나의 각오는 남달랐다. 커리어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차 있던 그때, 회사생활에서 능력, 혹은 회사원으로의 성공이란 빠르게 승진해서 조직의 리더 포지션으로 가는 것. 즉, 초고속 승진 속도에 따른 것이 아닐까 막연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입사동기가 먼저 승진할 때나, 승진 발표가 될 때 내 이름을 찾아볼 수 없을 때면, 뭔가 뒤떨어진 듯한, 혹은 뒤로 처진 것이 아닐까란 불안감이 있었다.
승진을 하고 난 요즘, 일이 많아지고 정신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사회 초년생 때 꿈꾸던 초고속 승진은 아니었다. 어쩌면 늦은 편에 속할 수도 있는 것이, 사실 비슷한 연차 중에는 이미 한 부서의 헤드가 된 사람들도 꽤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승진을 되고 난 이후에도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오히려 지각 인생(?)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친구의 말을 듣고 나니 예전 내 모습이 떠올랐다. 열심히 일하기만 하면 저절로 승진이 되는 줄 알았던 시절, 이 정도 연차면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과 함께, 내가 생각해 둔 계획대로 커리어에서 속도가 나지 않으면 우울해하면서 스스로를 다그쳤다. 회사에서 매년마다 하는 연말평가에서는 항상 빼먹지 않고 넣는 단어가 바로 "Career Advancement"였고, 당시의 나에겐 그것은 곧 승진이었다.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기보다는, 지금보다는 성장하거나 발전하는 것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승진을 하고 싶으면 지금 정해진 일 이외에도 플러스알파의 가치를 가져와야 한다는 생각에 더 많이, 더 높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쫒았다.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재밌을 때도 있었지만, 때로는 지치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막상 승진을 해서 조직에서 부여하는 타이틀이 달라졌다고 해서 대단한 사람이 된 걸까 되물어보면 꼭 그런 것 같기는 않은 것 같다. 사다리를 오르고 나면 또 그위의 단계가 보이기 마련이다. 경력이 더해질수록, 승진을 해서 한 계단씩 올라갈수록, 이 끝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또 다른 불안감이 기다리고 있다. 타이틀을 부여받아도 언제든지 짐 싸서 나갈 수도 있는 곳, 구조조정이 수시로 일어나는 이곳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승진이란 사실 순수 능력으로만 결정되는 것보단 타이밍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다는 걸 느낀다.
타이틀은 그저 조직 내에서 불리는 명함일 뿐, 회사의 로고와 타이틀을 지웠을 때, 나는 과연 내 이름 석자만으로 어떤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사람인가란 질문을 던져본다. Career Advancement의 정의는 꼭 승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속도에만 있는 것이 아님을, 방향성 역시 포함되어있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그래서 조급해할 필요가 없음을,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더 중요하기에, 나는 나의 속도대로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는 걸 다시금 상기시킨다.
커리어 성장은 타인한테 의지하기보단 내가 스스로 정의하는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