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마지막 출근날

예상치 못한 이별

by 커리어 아티스트
혹시 들었어? 내일이 마지막 출근이래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바쁘게 일을 하느라 정신없던 오후였다. 별안간 걸려오는 전화 벨소리에 일 관련 전화 인 줄로만 알고 받았는데, 동료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식을 알려주었다. 빨리 감기로 돌아가던 테이프가 순간 일시 정지된 것 같았다.


한 부서에서만 10년 넘게 있던 선배의 사직서 소식이었다. 워낙 업무적으로도 베테랑이신 데다가, 아이의 엄마로서 워킹맘으로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셨던 터라 많이 배우고 싶었는데, 갑자기 사직서라니,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소식이었다. 보통 갑작스럽게 동료가 떠나는 경우는 둘 중 하나다. 구조 조정되거나 사직서를 낸 후 gardening leave (취업유보 휴가)를 채우면서 퇴사 날짜가 당겨진 경우다. 그래서 갑자기 누군가가 회사에 나오지 않을 경우, 본인이 자진해서 떠난 건지 아니면 회사가 놓아준 건지 은근히 물어보는 경우도 많다.


오늘 오전에도 이번에 새로 맡게 된 거래처 인수인계를 받느라, 담당자 연락처를 전달받았었다. 많은 이메일 리스트를 쭉 훑어보던 동료는 중간중간에 펜으로 주소에 줄을 긋는다. 이 이메일 주소들은 다들 구조조정돼서 이젠 더 이상 그 자리에서 근무하지 않는다고 했다. 회사가 큰 규모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은데, 그 후에도 다음에 더 좋은 포지션으로 가거나, 오히려 구조조정 덕분에(?) 커리어 체인지를 원하던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경우도 있기에 슬프거나 충격적인 일이라기보다는 그저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수많은 커리어 이벤트 중 하나로 여겨지는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별이 흔하다. 한국으로 귀국하는 사람들과의 이별도 있지만, 위와 같은 구조조정이라던지 이직도 활발해서 함께 일하던 동료와 갑자기 작별의 인사를 하는 경우도 많다. 만남과 헤어짐이 빈번하게 일어나지만 여전히 매 순간마다 익숙하지 않다. 정확한 퇴사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랫동안 함께 일하던 동료가 떠난다니 마음이 허전하고 싱숭생숭 한 건 여러 번 겪어도 똑같은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엔 그래도 가끔 커피챗도 했었고, 아이 교육문제에 대한 걱정이 있을 때 많이 공감해주신 분이었다. 코로나가 터진 이후에는 얼굴도 자주 못 봤는데 무슨 사연인지 아직 모르겠지만 더 좋은 기회를 찾아 가신 것일 수도 아니면 잠시 휴식기를 가지시는 것일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소식에 한동안 할 말을 잃고 있으니까 전화기 너머로 동료의 목소리가 다시 들린다.


Yes, people might leave but life still continues...
사람들은 떠날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의 인생은 계속해서 진행될 뿐이야.


동료의 말처럼, 어차피 우리는 이렇게 남아있는 사람들로서 일을 계속해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세상은 좁으니까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른다. 나라도 좁은데, 업계는 더더욱 좁은 곳이라 언젠가는 또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지. 어차피 우리가 만난 이유도 직장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한 것이었으니까. 그래도 참 아쉬운 마음이 든다. 나 역시 프로이직러로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에게 여러 번 작별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마음의 온도차이가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여러 번 겪어도 갑작스러운 이별의 순간들 앞에서는 여전히 말랑말랑한 마음은 마치 굳은살이 박히지 않는 것처럼 싱숭생숭하다. 어차피 직장에서 만난 인연이니까 회사와의 계약관계가 끝나면 당연히 중단되는 거라곤 하지만, 그래도 회사 밖에라도 계속해서 인연을 이어나가고 싶다. 그리고 급작스럽게 마주한 이별인 만큼 선배에게 더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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